러시아 북유럽 일주 1 - 제 1일차(7월 11일) 인천에서 모스코바
러시아 북유럽 일주의 개요
▣ 여행 요지 : 러시아,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에스토니아 6개국
청정 북유럽 요정의 길, 피요르드, 3대크루즈
▣ 일정 : 10박 12일 2015년 7월 11일(토)- 7월 22일(수)
▣ 함께 한 사람들 : 화요산악회, 백만사(이효정, 이방주, 이용원, 안중묵 부부) 등 38명
▣ 안내 여행사 : 닥터-K 여행사 (가이드 레드캡 투어 임민정)
▣ 항공 : 대한항공 KE 923
▣ 전용 버스 : 폴란드 소속 관광 버스 등
▣ 크루즈 : SILJA LINE(헬싱키∼스톡홀름) DFDS SEAWAYS(오슬로∼코펜하겐) TALLINK(스톡홀름∼탈린)
▣ 방문한 주요 도시 : 모스코바, 쌍트 페테르부르크, 헬싱키, 스톡홀름, 돔바스, 베르겐, 오슬로, 코펜하겐, 탈린
▣ 경비 조달 : 밝히기는 어렵지만 꽤 많이 들었음 (수년간 적금, 아들, 며느리, 딸 보조)
▣ 여행 경로
인천→모스코바(대한항공)→상트페테르부르그(고속열차)→헬싱키→투르크(버스)→스톡홀름(크루즈)→스톡홀름→칼스타드→릴레함메르→돔바스→게이랑에르→베르겐(버스)→오슬로(버스)→코펜하겐(크루즈)→헬싱괴르(페리호)→스톡홀름(버스)→탈린(크루즈)→상트페테르부르그(전용버스)→인천(대한항공)
모스코바
떠나는 날
토요일 아침, 날씨는 참 좋다. 어제 가방을 다 챙겨 놓았지만 가슴이 뛴다. 어느 여행보다 기대가 크고 두렵기도 하다. 워낙 일정이 빡빡하고 원거리인데다가 함께 가는 이들이 산악회 회원 중심이라 체력이 달릴 것 같았다. 날씨를 예측할 수 없어 가이드의 지시대로 가을옷과 여름옷을 7:3으로 가방에 넣었다. 장기간이고 날씨 예측이 어려워 가방이 더 커졌다. 아내와 나는 각자 필요한 대로 자기 가방을 챙겼다. 나는 되도록 간단하게 아내는 필요한 것을 다 싸는 눈치이다.
7시 20분에 아들이 왔다. 우리를 청주 실내 체육관 앞까지 태워다 주기 위해서이다. 체육관 앞은 여느 날처럼 북적거렸다. 함께 갈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렸으나 우리를 싣고 갈 버스는 서울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여행사인 탁터 K 강사장이 와서 기다렸다. 아들은 주차시킬 수 없어 우리를 내려 놓고 어른들에게 인사도 못하고 그냥 가고 우리는 일행과 함께 차를 기다렸다. 서울에서 오는 버스가 청주 지리를 잘 몰라 지체되는 눈치이다. 8시 35분경에 출발했다. 강사장이 여러가지 안내를 일목요연하게 해 주었다. 여행 안내서와 여권 사본과 필요한 장비를 지급 받았다. 그리고 바로 잠에 빠졌다.
10시 30분 공항에 도착하여 12일간 우리를 안내할 인솔 가이드 임민정씨와 만났다. 그의 안내를 받으며 각종 서류와 장비를 지급받아 가방을 재정비하고 짐을 부쳤다. 임민정씨는 매우 능숙한 여행 가이드라는 것을 민첩한 행동으로 보여 줘서 다소 안심이 되었다.
우리는 그의 안내대로 짐을 부치고 X-Ray 검열을 받고 출국수속(전자 패스)을 마치고 게이트로 갔다. 그런 절차를 마치고 나니 12가 되었다. 아내는 면세점에서 홍삼정을 샀다. 나는 배가 고파서 빵을 사서 12시 20분 탑승 게이트 앞에서 우기적거리며 빵을 먹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탑승을 기다리며
13시 5분에 탑승이 시작되었다. 좌석은 가운데이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래도 다리를 복도 쪽으로 뻗을 수 있어 다행이다. 기내 방송에 의하면 중국에서 항로 허락이 떨어지지 않아 약간 늦게 출발한다고 한다.
13시 50분에 드디어 이륙했다. 창밖을 볼 수 없으니 모니터를 켜고 항로 정보를 보면서 잠을 청했다. 지루함을 잊어버리기 위해서는 잠을 자는 것이 가장 좋다. 나처럼 남보다 덩치가 더 큰 사람들이 일반석을 타고 8시간 내지 9시간을 기내에서 지낸다는 것은 고역 중에서 고역이다. 소화도 되지 않고 몸이 뒤틀린다. 그렇다고 일어나서 왔다갔다 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일이다. 비행기는 중국을 지나 몽골 상공을 날아간다. 중국은 그렇다 치고 몽골을 내려다 보고 싶었지만 좌석이 가운데라 불가능하고 먼데서 바라보니 구름의 바다였다. 몽골이 궁금하기는 하다.
비행기가 몹시 흔들렸다. 기내 방송은 기류의 불안정으로 항공기가 많이 흔들리니 좌석에서 일어나지 말라고 했다. 이런 때 촌스러움을 면하기 위해서 아닌 것처럼 하고 앉아 있어도 두려움이 엄습한다. 8000~10000m 상공에서 비행기가 나쁜 사람의 미사일을 맞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아이들 같은 두려움, 기류의 이상으로 비행기가 뒤집힌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멍청이 같은 두려움 말이다. 금방 일소에 붙였다.
그렇구나. 영화나 한편 보자. 이런 때는 처음 보는 영화보다 한 번 본 영화를 보는게 낫다. <명량>을 열었다.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만 있다면" 삶에서 두려운 순간을 모두 용기로 승화시킬 수만 있다면 삶의 질이 어떻게 변화할까?
기내식이 나왔다. 나는 쇠고기를 주문했는데 아내는 낙지 덥밥을 주문했다. 쇠고기는 그냥 감자와 쇠고기를 내왔다. 맛이 없다. 아내의 낙지 덥밥은 고추장에 볶은 낙지에 밥을 비벼 먹는 것이었다. 몇 술 얻어 먹으니 맛이 좋다. 선택이 일생을 좌우하기도 하지만 순간의 쾌락을 좌우하기도 한다. 내게 나온 빵과 아이스크림까지 다 먹었다. 그리고 오렌지, 배까지 다 먹었다.
승객은 우리 일행 38명과 또 다른 여행팀이 있는지 한국인이 대부분이고 러시안으로 보이는 백인들이다. 러시아인이 많은지 기내 방송은 영어와 러시아어도 함께 나온다.
오후 6시 45분, 러시아 상공을 지난다. 시속 870km 도대체 상상이 되지 않는 속도이다. 그런 빠르기로 차가 옆으로 지나가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바로 창을 열고 날개 위에 앉아 보면 얼마나 시원할까 하는 상상도 해 보았다. 예쁜 여자 승무원들이 초코파이와 오렌지 주스를 가져다 주었다. 영어로 묻기도 하고 러시아어로 묻기도 한다. 물론 내게는 우리말로 물어 보았지만, 괜히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이 아이들이 고등학교 때 얼마나 스튜어디스를 소망하는지 나는 잘 안다. 그렇게 소망했던 스튜어디스, 몸을 예쁘게 가꾸고, 예쁜 미소와 말씨와 예쁜 걸음걸이를 연습하고, 죽도록 외국어를 익혀 이 비행기에 탔을 것이다. 과연 그들의 꿈과 환상을 이루어졌을까? 내게 인형처럼 "초코파이 드시겠습니까?"하고 묻고 나서 오렌지와 초코파이를 가져다 주고 나서 내가 고마워하는 것을 보며 참으로 진한 보람을 느꼈으면 좋겠다.
남은 시간 4시간, 철의 장막이라던 러시아에 도착한다. "과연 모스코바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하고 궁금해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러시아에 간다. 사람들은 시대에 때라, 또는 변하는 생각에 따라 그렇게 역사의 담을 쌓기도 하고 허물기도 한다. 어떤 것이 긍정적인 역사일까? 그건 오직 역사만이 알 것이다. 이제 4시간 후면 한 때 철의 장막이라고 배웠던 그 한 가운데에 나를 내려 놓을 것이다.
영화 한편을 더 보았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조정석, 신민아 주연인데 임찬상이라는 감독은 모르겠다. 하기야 내가 아는 감독이 몇이나 될까? 그냥 일상물이고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은 아니었다. 말하자면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좋은 작품이다. 그러나 내게 시사하는 바가 있었다. 여자는 잘못 선택한 것을 후회하는데 비해, 남자는 선택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후회한다고 한다. 결국 마찬가지로 보이겠지만 사실은 많이 다르다. 남자는 선택을 망설일 때 한 발 내디디지 못한 사실에 대해 후회한다는 말이다. 첫사랑도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인생은 다시 오지 않는다. 정말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강하게 용기를 내야 한다. 이렇게 북유럽으로 떠남을 결정하는 순간처럼 덥석 물어야 한다.
두번째 기내식은 면을 선택했는데 닭고기와 배추절임과 면이 나왔다. 거기에 채소 샐러드였다. 빵도 있었다. 고급스럽기는 한데 짜고 맛이 없었다. 닭고기 몇 점하고 빵만 먹었다. 대한 항공이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말이 많더니 더 친절해졌다. 사무장으로 보이는 승무원이 승객을 일일이 다 찾아 다니며 인사한다.
해보다 빠른 느낌이 드는 대한항공 KE923은 시베리아 상공을 시속 800km이상으로 달려 어느덧 모스코바 상공에서 둥그렇게 원을 그리고 있었다. 기내 방송에서 현지 시간은 오후 4시 20분이라며 4시 40분경 모스코바 국제 공항에 도착한다고 한다. 시계를 현지 시간으로 돌렸다. 항공기 속도가 800에서 서서이 600으로 내려가더니 고도도 점점 낮아진다. 창가에 앉은 승객들이 창문을 열었다. 빛이 쏴하고 밀려 들어온다. 드넓은 초원 위에 마을이 보인다. 모스코바는 인구가 1500만이라고 한다. 도시는 서울이나 샌프란시스코처럼 밀집된 것이 아니라 런던이나 파리처럼 드넓고 푸르다.
4시 40분 공항에 도착했다. 인구 1500만이라지만 공항은 인천공항에 비할 바가 되지 못한다. 입국 수속이 더디다. 사람들을 세워 놓고 여권과 사진을 대조하면 되는 것을 굼뜨고 바쁠 게 없어 보인다. 무뚝뚝하고 표정이 없다. 타국에서 처음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무뚝뚝한 표정으로 대하는 이유가 뭘까? 관광객을 향하여 잔뜩 의심을 품은 표정이다.
모스코바 공항에서 버스로
38명 식구가 입국 수속을 마치는 데는 1시간이 더 걸린 것 같다. 짐을 찾았다. 아내의 가방을 묶은 끈이 사라졌다. 하소연할 데도 없고 확인할 수도 없다. 곧 짐을 확인했으나 이상은 없었다.
가을 날씨이다. 이동하는 동안 해가 보이다가 비가 내리다가 무지개가 뜨기도 한다. 현지 가이드를 만나고 호텔로 이동하였다. 이동하는 동안 내다 본 거리는 복잡하지 않은데도 차는 한없이 밀린다. 호텔은 이즈마얄보 알파 호텔이다. 호텔이름에 ALFA가 있으면 좋은 호텔이라는데 객실에 들어가 보니 작고 아담한 우리나라 장급 여관 같았다. 그래도 좋은 호텔에 속한다니 믿을 수밖에 없다. 전기 코드는 모두 빼놓아서 불을 켜도 바로 들어오지 않는다. 절약하는구나.
호텔에서 내려다 본 도심의 숲
25층에서 내려다 보니 바로 아래 우거진 숲이 보인다. 숲은 거의 청주시 전체 넓이보다 넓어 보인다. 그것이 모두 평지이다. 숲이 있고 호수가 있고 사이사이에 시내가 흐른다. 군데군데 놀이기구도 보인다. 숲 사이로 작은 포장도로가 있느데 차는 다니지 않는 것 같다. 러시아인들이 산책을 좋아한다는데 산책길로 제격일 것으로 보인다.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넓은 땅을 가지고 있는 나라들은 무조건 부럽다. 밤 9시가 넘었는데도 밖은 훤하다. 10시에도 깜깜하지 않아 이효정 선생 객실에서 그 때까지 술을 마셨다. 오랜만에 부담없이 긴 토론을 했다.
10시에 취침했다. 새벽 1시에 깨어 2시까지 참았다. 서울 시간으로 아침 7시이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용변을 보고 샤워를 했다. 또 눕는다. 7시에 모닝콜이 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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