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답사/해외 여행

미국서부 4 브라이스 캐년 - 자이언캐년

느림보 이방주 2015. 5. 3.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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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여행 넷째날 - 브라이스캐년, 자이언 캐년

 

새벽 4시에 모닝콜이다. 나는 미리 잠이 깨어 있으면서도 뒹굴거렸다. 바로 일어나 가방을 챙기고 밖으로 튀듯이 나갔다. 440분이다. 출발시간은 45분이라고 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오지 않았다. 아 그 젊은 자매다. 가이드가 객실로 뛰어가 깨워서 데려온 시간은 525분이다.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쉽게 망각하는 민족도 드물다. 그들이 오지 않았을 때는 모두 시간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 섭섭해 하다가 점점 시간이 늦어질수록 미움에서 걱정으로 바뀌었다. 나도 그랬다. 처음에는 뭐야 젊은 것들이 이렇게 시간을 못 지키나?’ 했으나 곧 무슨 일이 있는 것 아냐?’하는 걱정으로 바뀌었다. 사람들 마음이 모두 마찬가지이다. 그들이 헐레벌떡 들어오자 아무 일도 없는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한 목소리이다. 늦게 온 자매는 다행스럽게 시간을 잘 맞추어 온 것이다. 모두 화가 나 있을 때를 지나 걱정하고 있을 때 나타나기를 천만 다행이다.

우리는 소향이라는 한국 음식점에 가서 콩나물 해장국으로 아침밥을 먹었다. 시원하다. 별 특별한 깍뚜기나 배추 김치 이외에 반찬이 없어도 콩나물국 하나만으로도 따뜻한 아침 식사가 된다. 늦게 출발했기에 무두 서둘러서 아침 식사를 하는 시간을 줄이고 오늘 일정인 브라이스캐년으로 출발했다. 라스베가스에서 브라이스 캐년이 제일 멀다. 미국 그 넓은 땅에서 네바다 주에서 유타주로 넘어가야 한다. 가이드는 미국의 사회 정치 구조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었다. 라스베가스가 있는 네바다주와 유타주의 법이 다르고 법이 다르니 사회적 분위기나 가치관도 조금식 다르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니 우리와 미국 사람들의 생활문화와 가치관이 다를 수밖에 없다.

 

라스베가스에서의 해돋이

 

아침과 저녁 식사를 한 한국 음식점 소향-사장님이 참 친절하다

 

라스베가스에서 브라이스캐년으로 가는 길도 역시 끝없는 사막이다. 지도에는 15번 도로로 되어 있는데 4차선으로 교통량이 굉장이 많지만 차들이 서둘지도 않고 과속도 없다. 운전이 서툰 사람도 쉽게 운전할 수 있을 것 같다. 끝없는 사막을 그냥 곧게 달리기만 하면 되니까 말이다. 사막을 달리다 보면 멀리 산맥이 보였고 가끔씩 산 비탈길을 오르기도 한다. 그런데에는 검은색 소들이 유유히 풀을 듣고 있다. 미국은 소들도 여유가 있다. 이렇게 여유를 부리며 풀을 뜯고 자란 미국 소들이 왜 고기 맛을 없을까? 그것이 참 궁금했는데 나중에 해결됐다.

브라이스 캐년으로 가는 도중에서 특히 많이 본 것은 노인들이 타고 다니는 캠핑카이다. 여유를 부리며 사는 그들이 부러웠다. 어떤 정신적인 갈등도 없어 보였다. 또 캠핑카는 아니지만 트럭 운전 기사들도 대개 노인이 많았다. 그들은 미국 동부의 경제 중심지에서 서부가지 국도를 달리며 운송을 담당하고 나머지 시간은 여가를 즐기며 논다고 한다. 그래서 트럭이 캠핑카 겸용으로 설계되어 있다고 하니 모든게 여유를 중심에 두고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한다.

사막 가운데를 달리는 고속도로이지만 중간 중간 있는 휴게소는 아주 예쁘게 꾸며 놓았다. 긴 여행에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북적이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여기서 용변을 보고 커피를 마시며 종종 식사도 하도록 되어 있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도 모두 밝은 얼굴이며 친절하다. 우리는 휴게소에 설 때마다 내려가서 용변을 보고 운동을 했다. 그리고 처제가 커피를 사 줬다. 동서는 내가 뭘 먹고 싶으면서도 말하지 못하는 줄 알고 자꾸 물어 본다. 아직도 이 나이가 되면 별로 먹고 싶은 게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가 타고 다닌 버스는 재미교포가 운영하는 해바라기 관광회사의 버스다. 버스는 앞에 타든 뒤에 타든 흔들림이 없이 편안하다. 의자는 고급스럽지 않았지만 의자 사이가 충분해서 중국 여행 때보다는 편안했다. 가이드는 승객을 네 그룹으로 나누어 날마다 로테이션으로 자리를 바꾸게 했다. 공평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많은 이들이 대접이 이러냐고 불평했다. 그런데 젊은 여행객들이 뒷좌석을 고정으로 하겠다고 양보해서 수습이 되었다.

 

버스 안에서 본 도로 변 모습

 

휴게소에서 바라보이는 눈쌓인 산맥

비교적 나무가 있는 산의 모습-보이는 나무들은 대부분 향나무이다.

미국 노인들이 즐겨 타는 캠핑카의 모습-집 한 채를 끌고 다닌다.

침실이 붙어 있는 대형 트럭-노부부가 교대로 운정하면서 돈도 벌고 유람도 한다.

우리가 타고 다닌 관광버스 해바라기- 재미교포가 운영한다고 한다.

 

 

브라이스 캐년(bryce canyon)

 

개요

브라이스캐년은 일련의 거대한 계단식원형분지로 여기에는 일출과 일물 때에 빛을 발하는 것 같은 후드("hoodoos")라 불리는 핑크색 바위봉우리 수백만개가 있다. 공원을 따라 운전해 가다 조망대에서 멈춰 아름다운 전경을 감상하는 방법 또는 캐년안으로 향하는 트레일을 따라 하이킹이나 승마 등을 즐기면서 공원을 관광할 수도 있다. 브라이스캐년은 유타주 남부 중앙부에 위치하며 자이언국립공원(Zion National Park)에서 북동쪽으로 대략 85마일 떨어진 곳에 있다


기후

8,000-9,000 피트 높이의 브라이스캐년의 여름 낮  시간은 기분좋을 정도로 쾌적하고 밤에는 시원한 정도의 온도를 나타낸다. 7월이 가장 덥고 이 기간중의 평균 낮기온은 28, 밤기온은 8를 보인다. 대부분의 강수량은 한 여름에서 늦여름 중에 몰려있으며 오후에 번개를 동반한 소낙비가 내리기도 한다. , 가을의 날씨는 변화가 심하다. 추운 겨울의 한낮은 고지의 태양에 의해 추위가 상쇄되 그다지 춥지 않고 건조한 기후를 나타낸다. 겨울의 밤은 영도 이하로 떨어진다. 3월은 눈이 가장 많은 달. 10월부터 4월에 중에 눈보라가 내린다높은 고도의 태양 빛 때문에 4계절 내내 모자와 썬블럭로션이 필요하다. 빈번하게 부는 강한 바람을 동반하는 고원 기후를 대비하는 복장으로는 겹겹이 옷을 껴입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브라이스 캐년으로 가는 중에 사막 한 가운데에 브라이스캐년 관광 경비행기 활주로가 보였다. 이제 정말 기대하던 브라이스캐년에 가까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생처음 그림으로만 보던 붉은 첨탑의 바위들을 보게 되겠구나 하는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여기서도 경비행기로 절경을 구경할 수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우리는 산 위에서 조망만 할 계획인가 보다. 이곳은 워낙 고지대이기 때문에 겨울에는 통행이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하긴 2500m 정도 되면 여름에도 눈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닌게 아니라 높은 봉우리 위에는 잔설이 언뜻언뜻 보였다.

산이 많아지고 길이 구불구불하더니 차가 점점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길가에 있는 산들이 붉은 바위로 뒤덮여 있는 계곡으로 자꾸 들어가는 것으로 보아 붉은 첨탑으로 이루어졌다는 브라이스캐년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계곡 아래 작은 개울에는 사막인데도 물이 졸졸 흐른다. 그 개울을 따라서 버드나무인지 나무나 풀들이 자라고 있다. 산에는 어느새 향나무가 사라지고 소나무들이 자리를 잡았다. 소나무는 보굿이 붉은 색이면서도 비바람에 부대껴서  닳고 닳은 모습으로 만질만질해 보인다. 그런데 가지는 아주 단순하게 벋었다. 우리나라 소나무처럼 가지를 늘어뜨리고 낙락장송으로 서 있는 고고한 모습이 아니라 가지도 없이 굵은 줄기가 하늘로 곧게 치솟았다.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는 뭉툭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동서의 말에 의하면 고산지대에서 자랐기 때문에 재목으로 아주 으뜸이라고 한다. 나무를 있는 그대로 집을 지어야 하는 한옥에 아주 죽합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작은 개울가에는 나무나 풀들이 있고 그 옆에 작은 도로가 있다. 무슨 길인가 했더니 자전거도로이다. 가끔식 자전거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짐을 가득 싣고 오르내리고 있었다. 산쪽으로 올라가는 사람들도 있고 내려오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나라의 강을 따라서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과 조금 다른 모습이다. 온통 짐을 많이 매달고 다니느 것으로 보아 장기간 산악 여행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달리는 길가에 가끔씩 붉은 바위로 이루어진 첨탑이 보여서 브라이스 캐년을 맛보기로 보여주는 것 같다. 우리는 그런 작은 붉은 첨탑을 보면서도 환호를 올리고 차창 너머로 사진을 찍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남미 계통의 운전기사는 우리의 그런 소망을 아는지 모르는지 묵묵히 운전에만 열중하고 있다.

드디어 브라이스캐년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기온이 뚝 떨어져 상당히 쌀쌀했다. 우리는 준비해간 방한복을 덧 입었다. 그래도 아랫도리가 추웠다. 우리는 가이드를 따라서 전망대로 갔다. 약간 숨이 가쁘다. 고산지대임을 입증하는 것 같다. 천천히 걸어가다보니 문득 산이 무너져 내린 어마어마한 구릉에 붉은 보석 같은 첨탑들이 길을 막아선다. 어떻게 그렇게 흙이나 바위가 아름다운 색깔을 낼까? 우리 부부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어느 것은 부처님 모습이고 어느 것은 인간의 모습이다. 마을 앞에 세워 놓은 장승의 모습이기도 하고 솟대의 모습이기도 한다. 어느 것은 연인이 마주 보고 속삭이는 듯하기도 하고 어느 것은 중년의 부부가 토라진 모습이기도 하다. 노부부가 손을 잡고 구부정하게 의지한 모습도 있다.

사이 사이에 눈이 쌓였다. 소나무가 드문드문 조화를 이룬다. 황토 언덕이 바람막이가 되어 주기도 한다. 아주 큰 산태미 안에 온갖 보석을 담아 놓고 어쩔 줄 모르는 산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멀리보이는 설산이 조용히 내려다 보고 있다. 아내와 나는 넋을 놓고 바라보다가 둘레를 조금 걸어 보기로 했다. 자이언캐년 국립공원을 가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지 않다. 시간이 많더라도 이런 고산 지대에서 오래 지체할 수 없는 것이다.

붉은 바위의 열병식 같은 모습

질서정연한 첨탑의 열병식

붉은 색이 가끔씩 흰색으로 화장을 해서 더욱 조화로운 모습

붉은 첨탑의 계곡의 푸른 소나무들도

우리 내외도 첨탑이 되어 한 몫

여기서 한 컷

멀리 설산이 보인다.

 

넓고 커서 한 컷으로 도저히 잡을 수가 없다.

 

자이언캐년으로 가는 중에 길가의 어떤 작은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수프가 맛있었다. 메뉴는 샌드위치와  과일 감자칩이었다. 채소도 많이 주었다. 모자라면 충분히 더 주었는데 나는 속이 편하지 않았다. 무엇을 먹어서 그런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지 평소에 먹지 않는 치즈를 먹어서 그런지 뱃속이 조용하지 않다. 살살 아프기도 하고 설사 전야처럼 괴롭고 황당하다.

날씨는 한 없이 맑다. 공기는 먼지 한 점 섞이지 않았다. 벌거벗은 산, 돌로 굳어버린 산이 아름답게 보인다. 산중인 건 틀림없는데도 교통량은 매우 많다. 산간 도로에서 차들이 세게 달린다. 점심을 먹고 주변 휴게소에서 바람을 쐬고 쇼핑도 했다. 

점심을 먹은 작은 모텔 겸 식당-친절하고 깨끗했다.

식당 맞은 편의 주유소 겸 휴게소

 

휴게소에서 자매

 

잠시 휴식을 하고 유리는 같은 유타주에 있는 자이언 캐년으로 가기 위하여 차를 탄다. 브라이스 캐년이 아기자기한 여신이라면 자이언캐년은 우람한 남성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브라이스 캐년에서 자이언 캐년은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다.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에 이렇게 성격이 다른 협곡이 있다는 것이 특이 하다.

자이언 캐년(Zion Canyon)

브라이스 캐년과 같이 유타주에 위치한 자이언캐년은 3대 캐년 중에서 특히 남성스러움을 자랑하는 관광지이다. 브라이스 캐년에서의 거리는 차로 1시간 정도의 위치에 있으며, 국립공원 입구에서부터 느껴지는 산과 바위의 형태에서 신이 살고 있는 듯한 신비함을 느끼게 한다. 자이언 캐년은 딱히 어느 관광 포인트가 있는게 아니고, 차로 캐년을 통과하는 터널과 길을 편안히 이동하면서 주위에 펼쳐지는 장관을 관광할 수 있다.

특히 캐년을 관통하는 터널은 1930년대 대공항을 타개하기 위한 대형 토목공사의 하나로써, 화약의 힘을 빌리지 않고, 직접 사람들이 작업을 했다고 하는 가이드 설명과 더불어 그 터널을 통과하게 된다. 중간에 있는 다섯 개의 창문을 통하여 살짝 보여지는 자이언캐년의 웅장함과 그 힘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고, 터널을 빠져나와서 펼쳐지는 장관은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만큼 충분하다. 산과 나무 그리고 바위가 만들어 놓은 긴 협곡을 따라 펼쳐진 장관을 담기엔 우리 인간의 카메라 기술은 한없이 보잘 것 없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버스에 올라 멀리 보였던 협곡을 천천히 빠져나가면서도 자이언 캐년의 남성스러운 힘과 기백을 계속 느낄 수 있다. 하루에 브라이스캐년과 자이언캐년을 돌아 보고나서 느낌은 정말 아름답고, 대단하고, 또 경이롭다는 느낌과 더불어 다른 두 형태의 캐년의 차이점을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느낄 수 있는 미국의 자연에 작은 시샘까지 하기에 충분하다.


zion이란 말이 뭘까? 이 말은  sion 하느님의 언덕이라고 한다. 예루살렘에도 자이언이라는 언덕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신의 언덕이라는 뜻이 아닐까? 하느님의 광장, 신의 언덕, 神政의 중심지라는 말이 아닐까 한다. 우리 단군신화에 의하면 신단수 아래인 神市라는 말이다. 인간과 신이 통하는 세계 그런 협곡이 바로 자이언 캐년이라고 미국인들은 생각했던 모양이다. 과연 신과 통할 수 있는 골짜기일까 기대감을 가지고 차창밖을 내다본다.

협곡의 중턱을 깎아 만든 구불구불한 도로를 익숙한 남미계 운전기사는 잘도 달린다. 이 도로에서 승용차는 잠시 길가에 서서 사진을 찍을 수도 있지만 대형버스는 설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인정 많은 기사들 같으면 잠시 서든지 천천히 달리면서 승객들이 차 안에서라도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도록 할 텐데 예외없이 달린다. 그러나 화약을 쓰지 않고 뚫었다는 터널을 달릴 때는 경치를 볼 수 있도록 뚫어 놓은 작은 창문 같은 곳에서 속도를 늦춰서 사진을 찍을 수도 있고 경관을 조망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짧은 곳은 아주 금방 지나가 버렸다. 그럴 수록 신의 언덕인 자이언은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우리나라의 설악산은 바위와 물과 단풍나무나 소나무가 어우러져 살아 있는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면, 그리고 중국의 황산이 그렇다면 이곳은 어떤 생명럭보다도 웅장함과 신비감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신비감도 우리 땅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백두산에 비할 바는 못되는 듯 했다. 하긴 일본인들은 화산재에 미끄러지면서도 후지산이 세계에서 가장 신비롭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할 말은 없다. 아무튼 웅장한 자이언 캐년을 순식간에 지나서 휴게소에서 쉬면서 주변을 올려다 보았다.

 

 

 

 

 

 

 

 

 

 

 

자이언 캐년에서 라스베가스로 오는 길은 멀다. 옆자리에 어떤 부인은 계속 스마트폰에 감상을 적고 있었다. 참 그렇게 하는 법도 있구나. 나는 혹시 그 분이 작가가 아닐까 해서 불어 보았지만 그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라스베가스에 돌아와서 아침을 먹은 소향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불고기에  된장찌개 김치찌개가 있었다. 사람들은 김치찌개를 시원하다며 좋아했다. 그런데 나는 된장찌개가 그리웠다. 이 놈을 먹으면 속이 좀 편해지려나 생각하며 우리집 된장하고는 비교할 수도 없는 맛을 맛나게 먹었다. 통풍에 해롭다고 하는  꽁치 구이도 마구 먹었다. 모처럼 고향 식단을 보고 배부르게 식사를 하였다.

호텔에 돌아와서 짐을 풀고 몸을 씻고 나서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 다른 사람들은 이 시간에 선택관광으로 쇼를 보러 갔지만 우리는 원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만 두기로 했다. 실제 일행 중에 쇼를 선택한 사람들은 네 명에 불과했다. 그 대신 가족끼리 야경을 구경하러 시내 나들이를 했다. 이제 라스베가스도 오늘 저녁이면 끝이다. 언제 다시 올 날이 있을까?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좋은 여행을 마치고 나서도 다시 한 번 더 가고 싶은 곳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스위스는 그 경치가 감명 깊었지만 다시 한 번 더 갈 필요는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로마에서는 고생을 많이 했지만 두 번이라도 더 가고 싶다. 라스베가스도 좋은 곳을 많이 봤지만 한 번 더 갈 필요는 크게 느끼지 못했다. 카지노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