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답사/忠淸의 山城

토요등산동호회 호점산성 답사

느림보 이방주 2011. 6. 20. 06:04

2011년 6월 18일

 

호점산성 등산

 

1. 좋은 날 : 2011년 6월 18일 오후1시부터 오후 6시까지

2. 좋은 곳 : 호점산성

3. 좋은 사람 : 충북고 토요등산동호회 선생님들 (민병택, 김일배, 김만수, 지학근, 전용우, 한재웅, 박혜룡, 박재규, 이방주)

4. 차량 : 이방주, 한재웅

 

인문학교 선생님들은 참으로 고달프다.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함께 근무하는 동료직원밖에 없다. 아침부터 밤까지 상담, 수업, 교재연구, 생활지도에 누코 뜰새 없다. 그래서 옆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시간도 없으니 서로를 알지 못한다. 누군가 토요일에 산에 오르면서 이야기라도 나누면 좋겠다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을 들었지만 모두 바쁘니 시작하는 분이 없다. 나는 산은 모르지만 원하는 사람들 중에 제일 한가한 사람인 것 같아 산을 좋아 하는 분들을 모아 출발하는 것을 주선하기로 했다. 나는 산을 잘 알지 못해 불안했는데 등산 전문가인 박재규 교감선생님이 함께 하신다고 해서 맘이 놓였다. 13분이 찬성했지만 오늘은 일이 있어 참석하지 못했다.  

 

12시 30분에 구내 식당에서 점심을 먹멌다. 1시에 정확하게 출발했다. 학교에서 나와서 최근에 개통된 3차 우회도로를 따라 효촌까지 갔다. 두산 삼거리에서 피반령을 넘어 회룡야영장 입구에서 호점산성으로 가는 길을 찾아들어 갔다. 작년에 몇 번 온 뒤로 올해는 처음이다.  주차장에서 준비를 하고 바로 1시 50분쯤 들머리에 발을 올려 놓았다.

 

성에 대해 잘 알지 못에 몇 번을 왔어도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을 더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함께 가는 분들 중에 역사를 전공하시고 충북의 문화재라든가 城에 대해 연구하신 민병택 선생님이 계시고, 박혜룡, 지학근 선생님이 지리를 전공하신 분이라 나는 성과 성돌, 산줄기에 대한 말씀을 들으려고 노력했다. 게다가 박재규 교감선생님은 사진, 식물에 대하여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전용우 선생님은 건강과 운동에 대하여 많은 말씀을 해 주셔서 우리들은 많은 지식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김만수, 한재웅, 김일배 선생님이 오늘날 젊은 사람들의 언어 생할이나 방송 언어들에 대한 화제를 이끌어 내서 나도 한 몫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예상했던 대로 능선에 올라 성곽의 서쪽 벽을 보면서 민병택 선생님이 많은 말씀을 해 주셨고, 나는 몇 번을 갔어도 안쪽만 보고 지났는데 민선생님께서 외벽을 보자고 해서 전에 보지 못했던 외벽의 웅장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는 미친듯이 서쪽 절벽 아래로 내려가 외벽을 사진찍었다. 무너진 부분에서 성벽을 쌓아 올린 정교한 방법, 적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성쌓기의 방법에 대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성을 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된 것이다.  

 

민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날망에 있는 정자에 오르니 김만수 선생님이 막걸리와 홍탁을 가져 와서 목을 축이고 계셨다. 나는 막걸리를 마시지 못하지만 홍탁을 좋아해서 몇 점 맛을 보았다. 코를 후벼파는 냄새가 나는 것을 좋아하는 흑산도 사람들은 덜 삭았다고 하겠지만 나에게는 그게 맞았다. 여기서도 학술적인 대화가 오고 간다. 성 이야기 돌이야기 산세와 역사 이야기가 나오다가 요즘 세태를 개탄하기도 했다. 일이 있어 참석 못하신 분들이 함께 왔다면 더 깊은 이야기도 있었을 것이다. 특히 지구과학을 전공한 이종배 선생님이나 역사를 전공한 정상은 선생님이 오셨다면 이야기가 얼마나 깊이 있게 진행되었을까.

 

내려오는 길은 가파르다. 두 시간이면 돌 수 있는 산행이 3시간도 더 걸린 것 같다. 청주에 도착해서 하산주 몇 잔과 따끈한 칼국수로 산행을 마무리 했다. 참으로 유익한 산행이었다. 그냥 산행이 아니라 품격 높은 세미나에 참석하고 돌아온 기분이다. 새로운 사진 몇 장을 여기 올린다.

 

서쪽 외벽의 웅장한 모습-무너진 부분에서 옛 사람들의 성쌓기 방법을 엿볼 수 있다.

정면에서 본 모습

정면에서 올려다 본 모습 -설명하시는 민선생님

 

성벽 아래 내려가서 살펴 보았다

남측면의 무너진 성벽과 소나무

 

자에서 막걸리와 홍탁

 

치알봉에서

왜 이러고 있었지?

하산- 주차장에서 바라본 용곡리 안동네로 들어가는 계곡- 한남금북정맥 팔봉지맥의 산줄기가 보인다

 

하산해서 정자에서 땀을 식히면서 요즘 방송에서 나오는 호칭과 언어 문제에 대하여 이야기가 나왔다. 신문은 언어를 정제하려고 노력하는데 방송은 왜 그 모양인지 모른다. 방송에서 연예프로그램과, 드라마가 언어를 더럽힌다. 언어는 사회 현상을 담는 그릇이라고 생각한다면 어찌 그럴 수 있을까? 모두가 개탄하고 인터넷 언어가 생활 언어로 수용되면서 망가지는 언어도 만만치 않다. 우리가 개탄만 할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시정하고 고쳐 주고 가르쳐야 할 일들이라고 생각했다.

 

돌아오는 길은 염티로 넘어오는 길을 택했다. 모두 만족해 하셔서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 한 달에 한번 정도 함께 산행을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