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생활과 일상/것대산이나(病床일기)

것대산이나 바라보며 -병상에서- 에필로그

느림보 이방주 2009. 4. 12. 10:42

4월 11일(토)

 

나는 별로 자랑거리도 아니면서 병상일기를 여기에 올린다. 이렇게 기록을 해 두는 것도 별 이유가 없다. 다만 내게 어떤 경각심을 주고 싶기도 하고, 병상에 있을 때 고마움을 잊지 않기 위해서이다.

 

첫째는 나로선 입원이라는 것이 참으로 생소한 경험이었다. 누구든 몸이 아프면 치료를 받아야 하고 병원에 입원도 해야겠지만,  나로서는 내 팔뚝에 링거를 꽂는 날을 생각해 본 일조차 없다. 그것은 오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내게는 생각할수록 특이한 경험이다. 그래서 그 많은 생각을 그냥 버리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생각들을 당시의 고통으로 그 때 그때 다 기록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여기 기록한 이야기가 모두 헛소리가 되어 버린 기분이다. 그러니 참으로 것대산에 얹어놓은 이야기들은 많았지만 건져 올린 것은 별로 없는 것이다.

 

둘째는 내게 고마움을 베푼 분들의 사랑과 따뜻함을 잊지 않고 그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도 잊지 않기 위해서다. 이런 기회에 내가 잘못 살아온 것을 참 많이 반성했다. 남들은 나 같은 사람에게도 이렇게 따뜻함을 아무렇지도 않게 아주 당연하게 베풀고 살고 있는데  나는 지금까지 그렇게 살지 못했다. 남들은 다 베풂이 일상이 되어 있는데 나는 인색함과 냉정이 일상이 되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반성한다. 가능할지 모르지만  메몰차기만한 나의 삶을 바꾸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차갑기만 한 내 손길도 따뜻함으로 바꾸는 연습을 해야 하지 않을까? 세상은 차가운 사람에게도 따뜻한데

 

셋째는 소중한 것에 대한 깨달음이다. 세상에는 많은 소중한 것들이 있다. 가족만큼 소중한 것도 없고, 내게 맡겨진 이 땅의 아이들만큼 소중한 것도 없고, 나와 이웃하고 있는 사람들 만큼 소중한 것도 없다. 내게는 문학을 향한 변함없는 노력도 소중하다. 그러나 더욱 소중한 것은 건강이다.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건강을 잃으면 다  잃게 되니까 말이다.

 

넷째 나는 19일 동안 김팔봉 문학에 대한 석박사 학위 논문을 네 편 읽고 그에 대한 저서를 몇 권 읽었다. 물론 수필학회에서 발간한 수필학도 두 권 읽었다. 김팔봉 문학을 읽는 동안, 그의 문학세계에도 관심이 많았고, 카프의 개념이 어느 정도 머리에 입력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보다도 그의 삶을 바라보면서 내가 사는 동안 나에게는 역사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삶의 미래에 대한 어떤 판단에 앞서 일거수 일투족은 바로 역사의 기록이라는 사실을 알고 또 역사적 판단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역사 위에 존재하면서 가치 기준을 잘못 이해하여 삶의 방향을 잘못 정하는 것도 죄악일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죄악인 것은 역사의 흐름을 훤하게 꿰뚫어 보면서 거센 물결이 두려워서, 아니면 더 편안한 삶을 위하여 순조로운 물결 만을 골라  힘들이지 않고 역사를 항해하는 파렴치한 행위이다. 병상에서 남의 일생을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잠시라도 내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을 것 같던 '죽음'을 생각하게 되니, 내게도 실개천 같은 역사의 물이 흐른다면 그 물살을 어떻게 탈까하는 것에 대하여 잠시 생각했을 뿐이다.

 

날씨가 좋다. 한낮에는 29도까지 올랐다. 아침을 먹고 아내 차를 타고 나들이를 갔다. 그냥 대충 음료수만 가지고 떠났다. 갈 때는 내가 운전하기로 했다. 처남 주유소에 가서 기름을 넣었다. 목련공원을 거쳐 낭성으로 기어 올라 갔다. 차가 아주 말을 잘 듣는다. 화양동을 지나 제수리재를 넘어 쌍곡 계곡을 지났다. 소금강이 아름답고 봄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평화롭기만 하다. 연풍에 가서 학교에 잠시 들렀다. 옛날 그대로다. 그러나 옛날처럼 꽃이 만발하지는 않았다. 왠지 쓸쓸해 보였다. 아이들이 줄어서 그런가 보다.

 

돌아오는 길은 아내가 운전을 했다. 송덕리 남산 칼국수에 들러서 칼국수를 먹었다. 아주머니는 그대로 깔끔하고 아주머니의 남편이라기에는 너무 늙어 할아버지로 불러야 할 것 같은 노인은 연신 벌쭉벌쭉 웃는 모습이 예전 그대로다. 그런데 배추 김치가 예전보다 짜고 배추가 질겨서 옛날 맛이 아니다.

세상은 다 그대로인 것 같아도 무엇이든 변하는 모양이다. 퇴근 길에 여기서 함께 국수를 먹고 헤어지던 사람들이 다 제 자리로 돌아 갔다.

 

모래재를 넘을 때는 피곤해서 잠이 왔다. 나는 그것도 입원 후유증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전에도 토요일 모래재를 넘을 때는 잠이 왔다. 길이 시원하고 차가 드무니 운전을 방심할 수밖에 없다. 졸면서도 아내의 운전이 자꾸 걱정되어서 언뜻언뜻 잠이 깼다. 율량동까지는 그렇게 잠이 들었다 깼다 했다.

 

이즈음 전국에 산불이 무더기로 났다고 한다. 뉴스는 산불이 난 자리는 초토화되어 복구하는데 몇 십년이 걸린다는 것도 잊지 않고 전한다. 건강을 잃어 입원을 하면 바로 몸에 산불이 나는 것이다. 내몸도 지금은 초토화되어 있다. 전쟁으로 포격을 수없이 맞은 것만큼 항생제의 포격을 당했다. 몸의 일부가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아픔을 견디었다. 산불에 생명이 매몰된 것처럼 초토화된 이 몸을  복구하는데 얼마가 걸릴 것인가?  그래도 나는 희망을 가지고 내 몸에 한 그루 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매봉산을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내일도 또 모레도 걷고 뛰고 할 것이다.

 

*** 모바일 메시지를 주신 분들의 글

#  교무부장님! 입원하셨다면서요. 속히 건강 회복 되어서  산에 가셔야죠.    -  00 올림 (2/16)

#  방주님!  컨디션은 어떠신지? 빠른 완쾌를 바랍니다.    -  00 (2/16)

#  학교 기둥이 편찮으시니 걱정이 됩니다. 편하게 하루 속히 쾌차하셔요.   - 00 (2/16)

#  선생님 고생 많으시죠? 빠른 쾌유 기원드립니다.    -00 (2/17)

#  컨디션은 좋으신가요?    - 아들(2/17)

#  선생님 최00이예요 빨리 나으세요  보고 싶어요.   - 00  (2/18 )

#  선생님 저 양00에요. 빨리 학교에서 뵙고 싶어요. 공부 열심히 할께요!    - 00  ( 2/18)

#  선생님 저 00예요 빨리 나으시길 바랄께요.    -  00  (2/18)

#  선생님 얼른 나으시구요 하루 빨리 학교에서 뵈었으면 좋겠어요    -00 (2/18)

#  선생님 저 00이에요. 빨리 쾌유하셔서 학교에서 뵈었으면 좋겠어요. -00(2/18)

#  선생님 저 00예요. 빠른 쾌유하시고 학교에 나오세요! 건강하신 모습 보고 싶습니다.   -00(2.18)

#  언제 찾아뵐까요?  선생님 편한 시간에 찾아 뵐께요.     -00(2/23)

#  찾아 뵈야 하는데 기회를 놓쳤어요 하루 빨리 쾌유 하시고요.    - 00 (2/25)

#  진빵 안 먹고 싶어? 증평 왔어. 병실서도 살살 걸어.   - 00(2/25)

#  아빠 힘들어도 쫌만 참으세요.   -(2/27)

#  퇴원했어?  그냥 바쁘네.  - 00 (2/27)

#  언제 퇴원할거야?  검사 결과는 나왔고?  -00(2/27)

#  내 몸이 중요해. 학교 잊고 건강 회복에 힘써.  -00(2/27)

#  선생님! 이제 다 나으셨어요?    -00(2/28)

#  얼른 털고 일어나세요. 저도 공부 열심히 하고 있을께요.  -00(2/28)

# 오늘도 못 나오시다니 정말 엄청 많이 편찮으신거군요. 얼른 나으세요.   -00 올림(3/2)

#  오! 축하해요   - (3/2)

 

퇴원 이후

#   축하! 고생 많이했어. 건강관리 잘 해서 즐겁게 산행합시다.  -00(3/3)

#  홧팅!               -00(3/3)

#  퇴원 축하드려요. 하지만 건강에 더욱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진눈깨비가 계속 내리네요. 더욱 조심. 그동안 사모님게서도 노고가 크셨네요. 이제 댁에서 편하게 쉬셔야지요. 그럼 소식 고마워요.    -00(3/3)

#  퇴원을 축하합니다. 앞으론 아프지 마세요.  -00(3/3)

#  퇴원이 늦으시네요. 퇴원 후에도 건강관리 잘하셔요.   -00 (3/3)

#  축하합니다. 뭐니뭐니해도 건강이 최고의 재산이지요   - 이00(3/3)

#  고생 많으셨습니다. 건강하세요.  -박00(3/3)

#  선생님 생각보다 빨리 퇴원하신 것 같아요. 다행이예요. 그래도 몸조리 잘하시고 다음에 뵈요. -00(3/3)

#  용범 아빠!  나 00 아빤데요. 퇴원 축하드리고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언제 만나 쐬주 한 잔 나눕시다!  그럼   - 00 ( 3/3)

#  다행입니다. 걱정했어요. 건강하세요.  -00(3/3)

#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더욱 건강에 유념하시어 행복하게 보내세요.   -00(3/3)

#  퇴원 축하드립니다. 문병 가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몸 아끼세요. 주위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요.   -00(3/3)

#  건강하게 퇴원하셔서 저도 기쁩니다. 웃으시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00올림 (3/3)

#  형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자주 가 뵈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죄송합니다. 앞으로 무리하지 마시고 더욱 건강 챙기시기 바랍니다. 건강하세요.   - 00(3/3)

 

(메시지를 다 기록하지 못했다. 격려 전화주신 분들의 목소리도 기록할 수 없어 안타깝다. 고마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