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생활과 일상/것대산이나(病床일기)

것대산이나 바라보며 -병상에서 17일째

느림보 이방주 2009. 4. 8. 06:22

3월 1일(일요일)

 

종일 병원이 조용하다. 일요일인데다가 날씨까지 좋아서 그런 모양이다. 이른 아침에 연선생이 인절미를 사가지고 왔다. 양복을 입었다. 양복을 잘 입지 않는 그이기 때문에 웬 양복이냐고 하니까 어머니를 모시고 인천에 간다고 한다. 인천에 사시는 수양 어머니 칠순 잔치에 어머니께서 참석하시고 싶어하는 마음을 살폈을 것이다. 사리에 가서 어머니를 모시고 인천까지 가기도 바쁠 텐데 또 떡집에서기 다렸다가 인절미를 사온 것이다. 나는 아마 그렇게 못할 것이다.

 

노는 날이라 할 일이 많아서 그런지 좀 늦게  아들과 아내가 왔다. 처제도 왔다. 처제가 쑥떡을 해 왔다. 내가 떡을 좋아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쑥과 찹쌀을 반죽해서 참기름을 바른 쑥개떡이 맛이 있다. 여러 개를 먹었다. 여기서는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다. 먹는 것을 보면 정말 내가 환자인가 싶을 정도이다. 민망하다.

 

오늘은 기분이 가볍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방문객도 거의 없다. 그래서 더 가볍다.

 

링거, 항생제, 온몸이 거칠거칠하다. 윤기가 없다. 껍질이 다 벗겨지는 기분이다. 다리며 팔뚝이 말할 수 없이 가늘어졌다. 딱딱하던 장딴지가 흐물흐물한다. 모든게 다 어디로 갔을까? 그것보다 과연 회복할 수 있을까? 그것이 걱정이다. 손이 작아졌다. 색도 하얗다. 생명력을 찾아볼 수 없다. 발도 마찬가지다. 손과 발이 보기 싫다.

 

학교 운동장에 아이들이 많다. 날씨가 따뜻한 모양이다. 아내가 잡채를 해왔다. 먹을 것은 참 많다. 그래도 입맛은 여전히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