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8일(토)
학교에서도 쉬는 토요일이다. 봄방학 중이니까 대부분이 어제 모였다가 오늘은 쉴 것이다. 우리도 그렇게 정했으니까. 학교에 있더라도 모든 준비를 끝내고 오늘은 가뿐한 기분으로 쉴 수 있었을 것이다. 아마 누구와 먼 산을 갔을 것이다.
오전에 친구 최 선생님이 이 선생님하고 함께 왔다. 다른 사람은 다 알고 있는데 혼자만 몰랐다고 하면서 섭섭해 했다. 좋은 일도 아니기 때문에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입원할 일도 없겠지만 그가 내가 되고 내가 그가 되었다면 나도 섭섭했을 것이다. 존경하는 후배 이 선생님에게는 전화가 통했어도 병원을 말하지 않았었다. 말은 안해도 누구에게는 말하고 누구에게는 말하지 않은 사실이 미안했다. 두 분은 참 희안한 것들을 많이도 사왔다. 병원에서 한 살림을 차려도 될 듯했다. 그중에서 최선생님이 사온 내복은 정말 환자를 감동시킬 만했다. 그보다 더 감동적인 것은 두 분이 남기고 간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퇴직, 이사, 재산 관리, 자식들과의 관계, 사는 방법 등의 삶에 대한 가치관이 내 속에 있는 마음과 많이 달라서 병상에 있는 내 마음을 많이 바꾸어 놓았다. 그동안 나는 돈 쓰는 일에 대하여 겉과 속마음이 사뭇 달랐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래서 아내에게 새 차를 사도록 마음을 정했다.
사랑하는 후배 이성철 선생님이 모친상을 당했다고 한다. 누군가 전화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는데 보지 못했다. 꼭 조문을 해야 하는데 가지 못한다. 이 선생님에게 부탁했다. 할 수없이 가지 못하는 사연도 말할 수밖에 없었다. 내일쯤해서 전화로라도 조문을 하리라. 그래도 그는 충분히 이해를 할 사람이다.
형이 내륙문학 회원들과 함께 오셨다. 여문협회장님, 충북수필 신임회장님이 오셨다. 연세가 높으신 그분들에게 죄송하고 부끄럽다. 연세 높으신 분들은 건강하게 겨울을 나는데 젊은 내가, 남보다 건강하다는 내가 겨울을 이겨내지 못하고 이렇게 누워 있는 모습이 얼마나 가볍게 보였을까?
충북수필회장님이 내가 읽던 수필학(수필학회 간)이란 책이 침상에 있는 것을 보고 걱정을 하신다. 침상에 가만히 누워 있어도 병이 나을까 말까인데 그렇게 어렵고 골 아픈 책을 읽고 있으니 낫겠느냐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그렇다. 그 책은 심심풀이 치고는 과하다. 그러나 가신 다음에도 계속 읽었다.
오후에 구강외과에가서 치료를 받았다. 별 다른 치료 없이 앞으로 계획만을 이야기 했다. 거기서도 제자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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