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일 (월)
신학기 첫날이다. 이날 시업식 입학식이 있을 것이다. 학교에 있었으면 참으로 바빴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한가하다. 평소대로 5시에 기상하여 머리 감고, 주사맞고 7시에 아침밥을 먹었다. 이제는 아픈 곳이라고는 없다. 정말 내일은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담당 의사도 그렇게 말했다.
시업식 첫날인데도 출근하지 못하는 내게 선생님들 몇 분이 문자메시지를 보내셨다. 또 아이들이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빨리 털고 일어나라는 말들이다. 나는 내일이면 간다고 자신없는 약속을 하였다. 가족들도 모두 내일이면 퇴원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제 링거는 떼었으면 좋겠다. 내일이면 가는데 무슨 링거가 필요하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니 밥맛이 없다. 된장찌개를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된장 뚝배기만 눈에 아른거린다.
어제 새로 들어온 환자는 산에 갔다가 머리를 다쳤다고 한다. 그의 아내는 남편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인가 보다. 누가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마는 그들은 겉으로 들어났다.
병원 앞 초등학교도 시업식을 운동장에서 연다. 조무래기들이 우르르 운동장에 몰려 나와서 줄을 서고 선생님의 지시를 받고 교장 선생님인 듯한 분의 연설을 듣고 다시 교실로 들어간다. 아이들은 바로 하교하는 모습니다. 참 이상하다. 시업식 날은 왜 수업을 잘라 먹을까?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시업식이나 입학식, 종업식은 수업을 잘라 먹는다. 입학을 했으면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그리고 수업안내도 하는 등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그냥 잘라 먹고 하교한다. 그게 정상이고 나처럼 생각하는 건 바보스러운 짓이다.
짐을 하나하나 정리해서 집으로 옮기라고 했다. 그리고 퇴원할 때에는 그냥 몸만 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아들과 아내에게 말했다. 그냥 바로 뛰어다닐 수 있을 것만 같다.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 마지막 밤이라고 하니 다시는 이런 곳에 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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