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즈음 우리 사회는 안타까운 일로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무슨 일일까요? 쌀 직불금이란 말을 들어 보셨는지요? 정확하게 말하면 쌀 소득 등 보전직접지불금이라고 한답니다.
이런 때 문득 쌀바위 전설이 생각납니다.
현암사라는 절에 가보셨는지요. 현암사(懸巖寺)는 대청댐 광장에서 댐 건너를 바라보면, 북쪽의 구룡산 중턱에 제비집같이 매달려 있는 절입니다.
이 절 가운데에는 커다란 바위가 하나 있는데 지금은 샘물이 솟아나서 지나는 사람의 목을 시원하게 축여 주고 있습니다.
아주 옛날, 창건 당시에는 스님 한 분이 어린 사미승을 보살피며 살았다고 합니다. 그런 어느 겨울, 눈이 너무 많이 쌓여 바깥세상과는 연락이 완전히 끊어졌다고 합니다. 생활용품은 물론 양식이 떨어져서 그대로 나간다면 두 목숨이 굶어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스님은 하는 수 없이 기도만 열심히 올렸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쓰러져 잠이 들었는데, 비몽사몽간에 울려오는 굵직한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법사는 바위 문을 열고 공양미를 얻도록 하라.”
기운을 차리고 밖에 있는 바위를 살펴보니, 바위 밑에 작은 돌로 틀어막은 구멍이 있었어요. 돌을 치우니까 그 구멍에서 쌀이 흘러 나왔습니다. 그런데 쌀은 겨우 한 사람의 양식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나오는 속도도 매우 느렸습니다. 돌로 구멍을 막은 다음 그 쌀을 공양미로 올렸습니다. 그랬다가 다시 돌을 열어보니 또 쌀이 1인분 정도만 나왔습니다. 그래도 그것으로 두 사람이 간신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입니까?
몇 해후 어느 겨울날 수도승 10여 명이 이 절을 찾아 왔습니다. 스님은 사미승에게 이들을 대접할 밥을 지으라고 명했습니다. 사미승은 열사람 분의 쌀을 쌀바위에서 얻으려면 열 번이나 돌을 열었다 닫았다 해야 하는 것이 짜증이 났습니다. 생각 끝에 부지깽이로 구멍을 쑤셔댔습니다. 그랬더니 바위에서 굉음이 울리고 연기가 일어나면서 쌀 타는 냄새가 났습니다.
이후로는 쌀은 나오지 않고 바람만 나왔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때부터인지 샘물이 솟아나기 시작해서 오늘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이 쌀바위 전설은 성급하게 많은 재물을 얻으려는 인간에 대한 꾸짖음이 담겨 있습니다.
요즘의 쌀 직불금도 성급한 재산가들의 탐욕스런 부지깽이가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농토를 점령하고 직불금까지 타먹는다면, 농사를 지으면서 성실하게 나라의 식량안보를 책임지는 농민들에게는 얼마나 미안한 일이겠습니까? 그러나 어찌 그런 사람이 공무원뿐이겠습니까? 또 수천만 원씩 직불금을 타 먹은 사람 때문에 유산으로 받은 농토에 주말을 이용하여 농사를 지으면서 쌀 반 가마 정도의 직불금을 받는 사람까지 부도덕한 사람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에서는 빠른 시간 안에 흑백을 가려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탐욕스럽고 성급한 사미승만 처벌하고, 자급자족하는 사람들은 잘못된 여론의 손가락질로부터 보호해야 하겠습니다.
CBS (FM 91.5 MHZ) <오늘의 충북>(3분 칼럼) 2008. 10. 24(금요일) 오후 5:35 방송
http://blog.naver.com/nrb2005(느림보 이방주의 수필 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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