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과 서재/완보 칼럼

<3분 칼럼> 음식문화-한가위 우리음식

느림보 이방주 2008. 9. 13. 11:01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방주입니다.

내일 모레가 바로 추석이군요.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란 말은 가을의 한 가운데 있는 한가위의 풍요로움을 구가하는 말일 것입니다.

 

추석은 원래 가배(嘉俳)라고 했습니다.

다 아시겠지만, ‘가배’란 말의 유래는 이렇습니다. 신라시대 유리왕 때, 2명의 공주님을 중심으로 나라 안의 부녀자들이 편을 나누어 길쌈을 했는데, 8월 15일에 이르러 승부를 정했다고 합니다. 이때 진편이 이긴 편에게 음식을 대접했는데 이것을 가배라고 한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 후에 ‘가위’로 부르다가 ‘크다’는 의미의 ‘한’이 덧붙어 ‘한가위’가 되었겠지요. 아무래도 추석이라고 부르는 것보다는 한가위라고 부르는 것이 더 우리 것 같지 않습니까?

 

이렇게 진편이 이긴 편에게 대접한 음식이 오늘날 한가위의 시절 음식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가위 시절 음식으로는 송편, 토란국, 배숙, 율란,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한가위 차례 상에 올리는 송편으로는 햅쌀로 빚은 ‘오려 송편’이 정성으로 보나 맛으로 보나 으뜸입니다.

 

오려 송편을 빚어 올리기 위해서는 이른 봄 서둘러 모내기를 하고 햅쌀을 수확해야 합니다. 거기에 속으로 넣는 콩, 밤, 동부도 모두 햇것이라야 합니다. 오려 송편은 빛깔부터 다릅니다. 더 하얗고 깨끗하며 윤기가 자르르 흐릅니다. 거기에 초록의 솔잎이 붙은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풍부한 정감으로 살아온 우리 민족은 송편을 만들면서도 이야기를 지어냈습니다. 지금까지도 빚는 과정, 찌는 과정, 먹는 과정에 여러 가지 예법과 이야기가 담겨 전해오고 있습니다.

 

송편은 달을 닮았기 때문에 열나흘 달이 떠오르기 시작할 때를 기다려 빚기 시작합니다. 가족들이 모여서 달을 바라보면서 밤이 이슥하도록 송편을 빚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이 때 하는 이야기는 해마다 같은데도 정겹습니다. 송편을 정성들여 예쁘게 빚는 처자는 잘 생긴 도령을 만나 시집간다고도 하고, 임산부는 송편에 솔잎을 넣어 찐 다음, 먹을 때 솔잎의 뾰족한 곳을 깨물면 아들을 낳는다고도 합니다.

이야기 가운데 차례에 올리는 송편은 정성들여 빚어야 한다는 민족의 공통된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송편을 만들 때 꼭 있어야 하는 솔잎은 그 향도 좋지만 부패를 방지하는 성분도 있다고 합니다. 송편에 다닥다닥 붙은 솔잎을 하나하나 떼어가면서 먹노라면 거기에 그윽하게 배어 있는 감미로운 자연의 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송편을 솔잎 채 보관하는 것을 보면 더위가 가시지 않은 계절에도 오래도록 상하지 않은 음식을 먹으려는 조상들의 지혜가 감탄스럽기만 합니다.

 

송편과 함께 먹는 국으로는 토란국이 좋습니다. 토란국은 알칼리성이기 때문에 송편과 함께 먹으면 좋다고 합니다. 소화도 잘 되고요. 국그릇에 담긴 하얀 토란 뿌리는 마치 새알처럼 하얗고 동글동글해서 보기도 좋습니다.

 

예전에는 토란국 대신에 박국을 끓이기도 했어요. 덜 익은 박을 따서 얇게 저며서 나박 썰기로 썰어 박국을 끓였는데, 그 시원하고 담백한 맛은 어디에도 비할 데가 없습니다. 달을 바라보면서 소원을 빌었던 한국인의 정서를 담은 품위 있고 고급스런 음식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한국 문화의 진수는 무엇일까요. 저는 음식이야말로 한국문화의 진수라고 생각합니다. 햄버거에 콜라를 마시는 것이 멋있어 보이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떡이나 한과 그리고 수정과를 찾고 있습니다. 한국 음식이 세계를 점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음식문화를 앞세운 한국 문화가 세계를 지배할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여러분! 금년 한가위에는 송편을 빚어보세요. 지아비는 솔잎을 뽑아오고, 지어미는 떡가루를 장만하여 온 가족의 소망을 담듯 속을 넣어, 가족의 행복을 여미듯,  달을 닮은 송편을 빚어 보십시오.

 

또 한가위가 지나고 달이 기울기 시작하는 어느 날, 솔잎이 붙은 채 보관한 송편을 꺼내서 솔잎을 떼어내면서 서로에게 권해보십시오. 토란국이나 박국을 곁들이면 더욱 좋고요. 어르신들께는 배로 만든 배숙을, 아이들에게는 햇밤과 꿀로 빚은 율란을 권해도 좋겠지요. 이렇게 하는 동안 올해 한가위는 적어도 두 번은 행복하실 것입니다.

이때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우리 문화의 의미를 한 번만이라도 새겨보시면 어떨까요?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CBS (FM 91.5 MHZ) <오늘의 충북> 2008. 9. 12(금요일)  오후 5:35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