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수필을 쓰는 이방주입니다. 바로 이웃인 산남고등학교에서 예쁜 큰애기들에게 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지난 한 주간은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이제 내일 모레가 백로이니 아침저녁으로 서늘해 졌어요. 계절이 지나가고 이렇게 서늘한 바람이 일어나면 나면 제일 먼저 안심하는 게 누구일까요?
그건 두말할 것도 없이 견공들이겠지요. 삼복더위를 견디어내야 하는 사람들의 희생물이 되는 것도 여름 한 철이잖아요.
서구 사람들은 우리가 개를 식용으로 하는 식생활의 일면만을 보고 특이하게 여겨서 우리 민족을 동물을 학대하는 저급한 문화를 가진 집단으로 호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민족만큼 동물을 사랑하는 문화민족이 세계 어디에 있습니까?
고기를 먹는다고 동물학대라고 한다면, 쇠고기, 돼지고기를 먹는 것이나 달팽이고기를 먹는 것은 어찌해서 동물 학대가 아닌지 궁금합니다. 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서구 사람들이 바로 동물 학대의 원흉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 민족은 집에서 기르는 가축들을 모두 가족처럼 생각했습니다. 특히 어미소가 새끼를 낳으면 ‘식구가 하나 늘었다.’고 좋아하던 옛 어른들의 모습은 감동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충견에 대한 동상이나 기념비를 세우고 말 무덤을 만들어 비를 세워 의리를 기리는 민족도 우리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민족의 개에 대한 사랑과 의리는 서구 사람들이 보아도 놀랄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애송되는 윤동주의 시 <또 다른 고향에서>는
志操(지조)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 게다
라고 개의 짖음을 ‘시대의 어둠을 쫓는 지조’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어느 면으로 생각해 보더라도 개를 학대의 대상으로 생각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개를 인간에 견주어 생각한 우리 민족의 또 다른 생각의 예로 견공오륜을 들 수 있습니다. 거짓말 같지만 개에게도 오륜이 있다 이 말입니다. 주제넘지만 알량한 한문 지식으로 한 번 풀어 볼까요?
첫째는 頻砥其子(빈지기자)입니다. 이것은 개가 제 새끼를 끔찍하게 사랑하여 혀로 핥아 주는 것을 말합니다. 오륜에 비추어 보면 부자유친(父子有親)에 해당되겠지요.
둘째는 不吠其主(불폐기주)입니다. 이것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절대로 주인을 보고 짖는 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오륜에 비추어 보면 이는 곧 君臣有義(군신유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셋째, 交尾有時(교미유시)입니다. 이것은 비록 길거리에서 교미를 하되 종족 보전이라는 확실한 목적 아래 행하니 무분별한 인간들과 구별이 됩니다. 굳이 사람의 일에 빗대서 말한다면 이는 夫婦有別(부부유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넷째 小不敵大(소불적대)입니다. 작은 개가 큰개에게 또는 약자가 강자에게 후배가 선배에게 대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곧 長幼有序(장유유서)입니다.
다섯째 一吠群應(일폐군응)입니다. 개는 불의를 보면 짖어댑니다. 어둠을 쫓는 것이지요. 그런데 한 마리가 짖으면 온 동네의 개가 다 짖어대니 그들의 공동체 의식을 보면 정말 대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붕우유신(朋友有信)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다소 억지라고 할 수 있겠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가운데 예로부터 내려오는 삼강과 오륜을 지키거나 적어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생각하면서 단순히 우스갯소리로 돌릴 수 없는 가슴 섬뜩한 일입니다.
아무튼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 개를 성인과 동일시하는 우리 민족의 인식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쇠고기를 먹으면서도 소를 가족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때로 개를 식용으로 하면서도 개를 인간 이상으로 여기면서 그 덕을 찬양한 것을 보면 우리만한 문화 민족도 이 세상에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청취자 여러분! 그렇지 않습니까?
오늘은 어제보다 더 서늘해졌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추석의 전통음식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CBS (FM 91.5 MHZ) <오늘의 충북> 3분 칼럼 2008 9. 5.(금요일) 오후 5:35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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