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과 서재/완보 칼럼

<3분 칼럼> 음식문화 - 된장오덕

느림보 이방주 2008. 9. 13. 10:43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저는 수필 문학을 공부 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음식문화를 소재로 하여 수필을 쓰고 또 그러한 수필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음식문화의 특징은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발효시킨 음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4계절이 뚜렷하기 때문에 기온의 변화에 따라 영양도 유지하면서 상하지 않는 방법을 궁리한 것이겠지요.


발효 음식 가운데에서도 중심을 이루는 것으로 단연 된장을 들 수 있겠지요.

우리 민족이 언제부터 된장을 담가 먹었는지 뚜렷하게 알 수 있는 기록은 없습니다. 중국의 역사책인 삼국지 위지(魏志) 동이전(東夷傳)에는 ‘고구려는 장 담그기와 술 빚기를 잘한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삼국시대 이전에 이미 장 담그기 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 조선 중기의 <구황촬요(救荒撮要)>에도 장은 ‘음식 맛의 으뜸이다’라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당시에 이미 장을 담가 식생활에 사용하는 법이 일반화되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된장 없이는 살 수 없을 만큼 식생활의 중요한 일부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된장이 이렇게 오랜 세월을 두고 식생활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된장은 그냥 먹거리라는 의미뿐 아니라 한국인의 정신세계를 지배해 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된장을 담그는 과정에서부터 조리하는 과정, 그 맛과 효능 등이 모두 우리 민족성 형성의 바탕이 되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닙니다.


여러분 된장에는 어떤 성질이 있을까요. 가만히 생각해 보십시오.

된장에는 다섯 가지 덕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된장 오덕이라고도 합니다.

첫째는 단심(丹心)입니다. (붉을 단자 단심)을 말하는 것입니다. 된장은 어떤 음식과 섞여도 제 맛을 잃지 않습니다. 된장은 다른 식재료들이 제 맛을 잘 내도록 맛을 북돋워 주면서도 스스로의 맛을 잃지 않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우리 민족이 지녀온 일편단심입니다.

둘째로 항심(恒心)입니다. (항상 항자) 아무리 오래 두어도 변질되지도 않고 제 맛을 유지한다는 뜻입니다. 어떤 가문에는 백년도 더 묵은 간장이 있다고도 들었습니다. 한 번 마음을 주면 변함없는 우리네 심성이 여기서 생성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셋째는 불심(佛心)입니다. (부처님 불자입니다.) 된장은 기름진 냄새와 기름기를 제거해 줍니다. 삼겹살 소금구이를 먹고 난 다음 된장을 먹으면 입안이 개운해지는 것이 바로 이런 성질 때문입니다. 된장을 먹으면 인간의 기름진 욕망도 제거해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매운맛을 부드럽게 해주는 선심(善心)입니다. (착할 선자입니다) 풋고추에 된장을 찍어 먹어본 사람은 그 부드러움이 어느 정도인지 알 것입니다. 우리는 예로부터 이웃에 선을 권하면서 착하게 살아온 것이 된장의 덕이 아닌가 합니다.


다음에는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화심(和心)입니다. 서양 음식인 햄버거나 피자에 콩나물된장국을 곁들여 먹어 보십시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도 실제로 환상의 짝꿍입니다. 일본에서는 미소 돈가츠라 하여 된장을 곁들인 돈가츠도 있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덕을 갖춘 된장이 대로 한국인을 비하하는 말로 쓰이기도 해서 가슴 아픕니다. 오히려 된장 오덕인 ‘丹, 恒, 佛, 善, 和’는 예로부터 훌륭한 한국의 모습을 단적으로 말해 주는 것이며, 가장 바람직한 한국인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이 변하면서 음식문화도 많이 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된장을 통해서 맛을 내야 우리 음식의 맛이 살아나는 음식문화의 기본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된장의 다섯 가지 덕을 잘 살려서 현대 생활에 맞는 음식문화를 새롭게 창조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CBS (FM 91.5 MHZ) <오늘의 충북> 3분 칼럼  2008.8.29.(금요일) 오후 5시 35분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