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과 서재/완보 칼럼

<3분 칼럼> 삶과 죽음-죽음에 대하여

느림보 이방주 2008. 9. 20. 20:43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방주입니다.

한가위 송편은 예쁘게 빚으셨습니까? 오늘 저녁에는 알맞게 기울어진 달을 바라보면서 서로에게 송편을 권해 보십시오. 우리 문화는 이렇게 작은 행복을 권하는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이런 아름다운 인정으로 이웃을 만난다면 우리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짜릿한 행복의 연속이 될 것입니다. 이런 행복 속에서는 아마도 죽음은 생각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죽음이란 무엇일까요?

우리 민족은 죽음을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서양 사람들의 합리적이고 분석적인 태도와는 달리 우리 민족의 죽음에 대한 생각은 관념적이고 관조적이었습니다. 또 죽음을 때로 낭만적 사건으로 이해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한국인은 죽음의 세계인 저승을 이승의 연장선상으로 이해했습니다.

 

저는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한국문학에 나타난 죽음에 대한 의식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습니다. 문학 작품에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보편적인 인식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은 죽음을 새로운 삶의 시작이며, 새로운 생명의 세계로 옮겨가는 것쯤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곧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이상향쯤으로 설정하고 때로는 죽음을 동경하고 스스로 죽음을 결정하기도 했다는 얘기지요.

 

민요나 설화에 나타나 있는 죽음에 대한 인식을 보면

이승에서 어떤 한계점에 부딪치면 그 대안으로 죽음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장애를 피해 우회해서 탈출하는 통로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 민족이 낳은 명작 소설인 금오신화, 운영전, 심청전에서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승의 고통을 피해 돌아갈 수 있는 또 다른 길로 보고 있어요. 삼강행실도 같은 데에서는 현실에서 부도덕함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죽음은 오히려 미덕으로 여기는 우리의 인식이 드러나 있습니다.

일제 침략기의 사실주의 작가라고 할 수 있는 김동인, 현진건, 나도향, 최서해의 소설에서도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의 극단적인 소외 현상을 표현하는 상징 기법으로 죽음을 선택하고 있어요.

그러면 과연 죽음은 이상향이고, 고통의 우회로이고 삶의 연장일까요? 그래서 죽음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일까요? 그리고 그 선택을 미덕으로 칭송해도 되는 것일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혹 죽음이 삶의 연장이고 우회로라 하더라도 그 선택의 권한만큼은 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살인이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사건이라면,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은 큰 사건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죽일 살(殺)’자를 써서 그 끔찍한 사건을 자살이라고 하나 봅니다.

 

최근 사람 좋게 생긴 한 젊은 연예인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나 장안의 화제가 되었습니다. 죽는 사람이 오죽하면 신의 명을 어기고 스스로 죽음을 택하였을까마는, 그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신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신의 죽음 이후에 사람들의 어떤 반응을 기대했다면 그것도 역시 바보 같은 짓일 겁니다. 왜냐하면 죽음 이후에는 아무것도 감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아내를 사랑한다고 했습니다. 이 말은 참 멋있게 들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건 당치 않은 착각이거나 너무나 뻔한 거짓말이 아닐까요. 사랑하는 아내에게 평생에 잊을 수 없는 고통을 주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어느 방송사에서는 거의 일주일을 두고 장례식 모습을 재방송하면서 그를 애도했습니다. 죽은이에 대한 인간적인 사랑은 감동스럽지만 감수성 예민한 어린 학생들이 ‘멋있다’고 착각하고 그들만의 이상향을 선택하는 착각을 하지나 않을까 가슴 졸이게 합니다.

 

여러분 

죽음은 이상향이 아닙니다. 고통을 넘어서는 우회로도 아닙니다. 삶과 죽음은 인간이 선택할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신의 영역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죽음 이후에는 아무것도 감지할 수 없다는 것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다음 주 이 시간에 뵙겠습니다.

  

CBS (FM 91.5 MHZ) <오늘의 충북>(3분 칼럼)  2008. 9. 19(금요일)  오후 5:35  방송

http://blog.naver.com/nrb2005(느림보 이방주의 수필 마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