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의 지혜
새벽에 구룡산 체육공원을 걸었다. 공원에서 내려오는 포장도로에는 어젯밤 비바람에 흩날린 낙엽이 울긋불긋 아직도 곱다. 나무들이 겨우살이를 위해 제살깎기를 한 것이다. 아픔을 견디고 제 살을 깎아내면서 시련을 준비하는 모습이 경이롭다.
잎을 떨군 나무들의 앙상한 가지 사이로 푸른 하늘이 훤하게 드러났다. 하늘빛이나 떨어진 단풍은 다 고운데 마음은 시리다.
시련을 준비하는 나무들의 지혜를 밞으며 나는 젖은 포도를 터벅터벅 걸어 내려왔다.
(2013. 1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