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답사/해외 여행

21. 우리의 금빛 날개로

느림보 이방주 2006. 8. 27. 23:07

 

시베리아 상공에서  

 

 

 

8월 8일 오후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우리의 날개 아시아나 항공을 기다렸다.

끊임없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지루했지만

밝아 오는 나라, 해가 떠오르는  내 나라에, 내 집에, 내 터전에 갈 수 있어

그렇게 지루하지 않았다.

9시 20분

사방은 점점 어두워지고 건물마다 불이 환하게 들어 오기 시작할 때

우리의 날개는 지상을 박차고 하늘로 치솟았다.

시간을 따라 잡으며

해를 맞으러 간다.

생명의 태양을 맞으러 간다.

오래된 간장 같이 내 입맛에 맞는 해를

달콤한 어머니 젖줄 같이 생명을 닦아 주는 해를

종산 스님 염불 같이 어두움에 헤매는 영혼을  밝혀 주는 해를

 나는 그 생명의 해를 시베리아에서 맞았다.

금방 타온 솜더미처럼 포근하고 새하얀 구름의 지평선 저 너머에

무지개처럼 떠오르는 장엄한 노을을 휘장처럼 드리우는 우리의 태양을

그리고 여명의 빛을 받아 황금으로 빛나는 우리의 날개를 보았다.

8월 9일 오후 4시 30분

내 나라는 후끈 뜨거운 가슴으로 나를 삼키듯 받아들인다.

인천에서 청주로 오는 고속도로변의 우리 나라는

스위스보다도 더 아름답고,

런던의 거리보다 더 깨끗하고,

파리의  전원보다 더 풍요롭고,

이태리의 도시보다 더 활기차다.

한솔 아파트 내집에 돌아와

창을 열고 커튼을 걷고 먼지털고 바닥닦고 앉아

아버지, 어머니, 벽에 모셔 걸은 사진을 바라보니

바티칸보다 더 성스럽다.

축 읽는 아이 태어나던 날 꽃에 묻힌 우리 부부 사진 보니

바깥 세상 부러울 것 없이 포근하다.

아주 아주 포근하다.

포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