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상공에서
8월 8일 오후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우리의 날개 아시아나 항공을 기다렸다.
끊임없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지루했지만
밝아 오는 나라, 해가 떠오르는 내 나라에, 내 집에, 내 터전에 갈 수 있어
그렇게 지루하지 않았다.
9시 20분
사방은 점점 어두워지고 건물마다 불이 환하게 들어 오기 시작할 때
우리의 날개는 지상을 박차고 하늘로 치솟았다.
시간을 따라 잡으며
해를 맞으러 간다.
생명의 태양을 맞으러 간다.
오래된 간장 같이 내 입맛에 맞는 해를
달콤한 어머니 젖줄 같이 생명을 닦아 주는 해를
종산 스님 염불 같이 어두움에 헤매는 영혼을 밝혀 주는 해를
나는 그 생명의 해를 시베리아에서 맞았다.
금방 타온 솜더미처럼 포근하고 새하얀 구름의 지평선 저 너머에
무지개처럼 떠오르는 장엄한 노을을 휘장처럼 드리우는 우리의 태양을
그리고 여명의 빛을 받아 황금으로 빛나는 우리의 날개를 보았다.
8월 9일 오후 4시 30분
내 나라는 후끈 뜨거운 가슴으로 나를 삼키듯 받아들인다.
인천에서 청주로 오는 고속도로변의 우리 나라는
스위스보다도 더 아름답고,
런던의 거리보다 더 깨끗하고,
파리의 전원보다 더 풍요롭고,
이태리의 도시보다 더 활기차다.
한솔 아파트 내집에 돌아와
창을 열고 커튼을 걷고 먼지털고 바닥닦고 앉아
아버지, 어머니, 벽에 모셔 걸은 사진을 바라보니
바티칸보다 더 성스럽다.
축 읽는 아이 태어나던 날 꽃에 묻힌 우리 부부 사진 보니
바깥 세상 부러울 것 없이 포근하다.
아주 아주 포근하다.
포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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