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답사/해외 여행

10. 루브르박물관

느림보 이방주 2006. 8. 18. 22:37

     7월 28일 

 

 우리는 프랑스 문화의 자존심이라고 하는 루브르 박물관을 찾아 가야 한다. 대영박물관에서 약탈의 참혹함을 보면서 치를 떨었는데 다시 영국과는 영원한 라이벌인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을 들러야 한다는 중압감에 다리가 후들거렸다.

 

대영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이라고 하는 루브르박물관은 원래 13세기의 군사 요새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샤를 5세가 거처하면서 왕궁이 되었고, 후에 왕실의 미술품을 전시하면서 박물관이 되었다고 한다. 그 후 나폴레옹 시대에 이르러 원정국에서 약탈한 예술품을 전시하면서 점점 더 오늘날의 규모로 확장되었다고 한다.

루브르 박물관의 외경

  이 건물은 크기만 다를 뿐 다른 궁전들과 구조는 대동소이하다. ㄷ자 건물의 가운데를 가로지른 ㅂ자 모양을 하고 있고, 정원 한가운데 분수가 있고, 그 정원은 아득하게 멀리까지 펼쳐져 있다. 지금은 정원 한가운데로 차가 다닐 정도이다. 그런데 정문을 향한 드넓은 또 다른 마당의 한가운데에 있는 유리 피라미드가 전체의 분위기를 해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이 피라미드가 바로 고전과 현대의 조화를 이루는 루브르 박물관을 상징한다고 한다.

 

루브르 박물관에는 그리스, 이집트 유물, 왕실의 보물, 회화 등 약 40만 점이 예술품이 전시되어 있어서 한 번에 다 본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네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에게해의 밀로 섬에서 발견된 헬레니즘 시대의 ‘비너스’만을 바라보는 것으로 끝맺기도 한다.

 

유리 피라미드 아래에 매표소가 있고, 매표소에서 에스컬레이터로 곧바로 전시실로 향하게 되어 있었다. 밖에서 보면 고궁이지만 내부는 현대적 시설로 리모델링된 모습이 신기하다. 한글판 안내서를 들고 다녀도 쉽게 찾을 수 없는 수많은 방이 미로로 연결되어 있다.

 

이집트 약탈 예술품이나 그리스 예술품을 가져다 전시한 것은 대영박물관과 다를 것이 없다. 다만 대영 박물관만큼 무자비하지는 않다는 점이 달랐다. 그러나 그건 당시 로제타석을 빼앗길 만큼 영국에 대해 상대적으로 열세였음을 증명하는 것일 뿐이다.

 

나는 우선 함무라비 법전을 찾았다. 찾다가 못 찾아 다시 돌아가 본 함무라비법전은 BC 1750년 고대 바빌로니아 함무라비왕이 제정한 세계최초의 성문법이다. 옛사람들이 법을 돌에 새겨 마치 비처럼 만들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했다. 2m가 넘어 보이고 겉이 반질반질한 검은 돌에 알아볼 수 없는 그림이 양각되어 있고, 전체가 쐐기 문자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다른 유물에 비해 손상된 부분이 전혀 없었다. 내용은 알 수 없지만 교과서에서 배웠던 기억이 아련하다. 약 4000년 전의 유물 앞에 서서 당시 사람들의 삶을 생각하는 순간이 신비롭다.

                                                           함무라비 법전

'밀로의 비너스'는 1820년 에개해의 밀로 섬에서 발견된 것이다. 헬레니즘 시대의 대표적인 조각품이다. 비너스는 조각 뿐 아니라 회화 작품도 있지만, 나의 어두운 눈으로도 다른 비너스에 비해 최선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직접 대하고 보니, 대부분의 그리스 로마 시대의 조각이 실제 모습보다 더 크게 만들어진데 비하여, 밀로의 비너스는 실제 아름다운 여인과 같은 크기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머리 부분, 상체, 하체가 이상적으로 균형이 잡히고, 현숙한 표정, 지나치게 풍만하지도 않으면서 알맞게 봉긋한 젖가슴, 잘록한 허리, 허리부터 엉덩이로 향하는 도도록한 곡선, 보일 듯 말 듯 천으로 가린 아랫배의 모습이 여성의 정숙미와 관능미를 함께 갖추어 인간이 추구하는 미의 본향을 보여준 예술품이라고 할 만했다. 잘려나간 팔이 흠이기는 하지만, 남은 부분만 보더라도 잃어버린 팔을 찾는다면, 그것은 우리 눈에 저절로 상상되는 팔의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고, 온전한 예술품으로 복원하여 놓는다면, 잃어버린 최후의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완전이 오히려 예술성을 잃어버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쓸데없는 생각도 해 보았다.

밀로의 비너스

비너스는 그리스신화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여신 아프로디테(Aphrodite), 로마신화의 여신 베누스(Venus)라고 한다. 베누스에서 비너스라는 말이 나왔을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사람들은 신의 모습을 어떻게 상상했을까? 신은 인간과 다르지만, 어쩔 수 없이 가장 이상적인 인간의 모습으로 그려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사람들은 예를 들어 168cm의 키에 비고도(鼻高度:코의 넓이분의 높이)110 정도인 이 비너스상의 신체의 배분이 가장 이상적인 여체의 모습으로 여겼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 과학적인 예술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사람들이 소망하는 신체배분법의 평균치를 내어서 밀로의 비너스를 만들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내 생각으로는 그런 수학적 과정만을 거쳤다면 이런 아름다움을 형상화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예술은 과학을 넘어선 예술가의 혼이 스며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성스러운 신의 모습은 어떻게 생겼을까? 인간이 가장 존경하고 인간의 마음이 가장 엄숙해지며, 숭고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신의 모습은 가장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일 것이다. 아름다운 인간은 어떤 모습일까? 나는 인간의 모습은 시대와 그 시대에 기대하던 인간의 소망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전하는 많은 비너스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어쨌든 밀로 섬에서 발견된 이 비너스만큼은 아직도 변하지 않는 여성미의 절정이다.

 

                                                    죽어가는 노예(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서서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에서 신품(神品)을 보려고 운집해 있었다. 그렇게 크지도 않은 이 작품은 커다란 방 한 칸을 혼자 차지하고, 변하지 않는 아리송한 미소를 아직도 짓고 있었다. 그 앞에서 작품성을 논한다는 것은 다 쓸데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넋을 놓고 바라보다가 돌아 나왔다. 거기 모인 사람들은 프랑스인만이 아니다. 아랍계, 흑인, 동양인 등 수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그 작품 앞에서 '나도 함께 서 있었다'는 치졸한 뿌듯함만 가슴에 가득했다. 나오는 길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보니 또 다른 다빈치의 작품이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나폴레옹 3세의 아파트는 그가 실제로 생활하던 궁궐이었다. 화려하고 호화로웠다. 우리 조선시대의 왕들의 검소한 처소와 많이 대조적이었다. 절대주의 왕들은 아니 권력자들은 엄청난 착각 속에서 사는 모양이다. 가장 최근에 우리의 어떤 대통령이 만들었던 청주 근교의 대통령 별장도 나폴레옹 아파트 못지않은 가난한 민중의 분통을 터트리는 시설이다. 다행히 이제 민간에 공개되어 별장의 기능을 상실했지만,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민주화 운동의 두 축이라고 할 수 있는 후임 대통령들도 상상할 수 없는 그 호화시설에서 휴가를 보냈다는 사실이다. 그런 사람들의 최후가 나폴레옹과 다를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 그것이 바로 절대 권력자의 착각이다. 청남대는 나폴레옹 별장의 축소판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면 나의 지나친 결벽일까?

 

                                            2층에 있는  나폴레옹 3세 아파트의 화려한 모습

루브르 박물관 역시 원정국의 문화를 뜯어다 설치했다. 그러나 자신의 문화 유물을 위주로 했다는 점에서 대영박물관과 다르다는 생각이다.

                                                                 (2006.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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