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0일
4일간 묵은 민박집에서 아침에 감잣국을 끓였다. 시원하다. 주인의 말을 들으면 배추는 독일에서 우리 동포들이 기른 것이라고 한다. 해외에서 우리 민족은 이렇게 단결하고 산다.
파리를 떠나며 (인심좋은 민박집 "파리가자" 앞에서)
우리는 인상 좋은 민박집 “파리가자”아주머니의 배웅을 받으며 리용 역으로 나와 스위스로 향하는 테제베를 기다렸다. 도시를 빠져 나온 열차는 끊임없는 농촌을 달린다. 끝없는 들판은 초록과 황금색이 적당히 조화된 아름다운 모습이다. 프랑스 농민의 전원생활의 행복함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질서와 규범 속에서 낭만을 구가하는 도시의 모습처럼 농촌의 모습도 평화와 자유 그대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야트막한 산, 한없이 넓은 옥수수밭, 밀밭, 채소밭, 목장이 조화를 이루고 군데군데 숲 속에 마을이 있다. 뾰족 지붕의 붉은 색 기와가 전원과 잘 어울린다. 도시보다 풍요로워 보이는 농촌이 부럽다. 그 넓은 전원이 부럽다.
기차 안에서 바라 본 프랑스의 전원
프랑스를 떠나며 몇 가지 정리하고 싶다.
첫째, 파리는 도시 규모에 비해 특이한 점을 느꼈다. 우선 에펠탑 정상에서 바라본 파리는 하나의 커다란 원의 구조를 이루고 있었다. 그 원의 구조 속에 작은 여러 개의 원형 시가지가 짜인 원의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펠탑을 중심으로 한 작은 원형, 개선문을 중심으로 한 또 다른 작은 원형 등 몇 개의 원이 같은 구조로 모여 하나의 도시를 원형 도시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에 도시 건축물의 하나하나, 도시의 부분 부분이 전체의 모양을 본뜨고 있다. 파리시 전체는 중심부를 흐르는 세느강과 양편의 숲이 있고, 주변에 건물이 배치된다. 이처럼 도시 전체의 모습과 궁전, 미술관, 사원들이 똑 같은 작은 구조로 이루어졌다. 개인 주택도 작아도 전체를 닮은 구조로 정원을 만든 것을 보면 철저하게 계획된 도시라고 할 수 있다. 또 도시에 전봇대가 하나도 없다. 전선은 모두 땅 속으로 매설했다고 한다. 파리에는 고층 아파트가 없다. 나지막한 집과 5-6층 되는 아파트와 세느강의 지류와 나무들이 아름답게 어울려 하나의 거대한 공원이다.
기차 안에서 파리의 3일을 정리하며
다음에 프랑스 사람들의 검소함이다. 이것은 영국인들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유행의 도시라는 파리에서 화려한 옷을 입은 사람들을 보기 힘들었다. 골목에 개구리 주차 된 승용차들은 대부분 경차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어서 신기할 정도로 앙증맞은 2인승 경차도 거리를 질주한다. 지하철에서 만난 사람들도 검소함이 몸에 배었다. 그들이 들고 다니는 가방, 구두, 모자들은 골동품처럼 손때가 묻어 있다. 하나의 물건을 장만하면 그것이 망가져서 못쓰게 될 때까지 쓰는 것이 그들의 습성인가 보다. 그들은 명품을 쓰는 것이지 유행을 따라 수시로 바꾸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다음으로 파리 사람들의 오만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박물관, 지하철, 관광지에는 철저하게 영어를 배제하고 있다. 영어로 물으면 손을 내저으며 달아난다. 4-5세 유아에게 영어를 가르치고자 서두르는 한국의 엄마들과는 대조적이었다. 그러나 자기 국어를 소중히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수많은 관광객을 상대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면서 자존심만 내세우는 것은 하나의 오만이라고 본다. 영국과의 경쟁도 좋지만 영어는 이미 영국인만 쓰는 언어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들도 빨리 인정해야 할 것이다.
아무튼 크지만 작고 아담하게 사는 나라였다.
(2006. 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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