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답사/해외 여행

7. 콰지모도가 생각나는 노트르담 성당

느림보 이방주 2006. 8. 15. 20:36

 

2006. 7. 27.

에스메랄다를 사랑한 콰지모도가  생각난다. 사랑에는 항상 장애가 따르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 장애는 대개 신분의 차이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고귀한 신분의 여성을 사랑한 미천한 남성의 눈물겨운 사랑이야기는 동서가 다를 바가 없는 모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선덕 여왕을 사랑한 떠돌이 미치광이 지귀(至鬼), 선화공주를 사랑한 어린 시절이 가난했던 서동, 선녀를 사랑한 나무꾼 등의 고전에서나, 주인집 새아씨를 사랑한 벙어리 삼룡이 같은 현대소설에서 미천한 신분의 남성들은 사랑의 장애를 극복하기도 하고, 그 눈물겨운 언덕을 넘어서지 못해 좌절하기도 한다. 그 중에서 나도향의 소설 ‘벙어리 삼룡이’는 신분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결국 자신이 지른 불더미 속에서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새아씨를 안고 행복한 최후를 맞는다.

 

빅톨 위고의 노트르담의 꼽추(Notre-Dame de Paris)는 이와 비슷한 이야기 구조를 갖는다. 주인공 콰지모도는 노트르담성당의 종지기로 추남인데다가 귀머거리라 사람들로부터 바보 교황으로 뽑힌다. 그러나 자신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여인인 아름다운 에스메랄다를 사랑한다. 그러나 그도 역시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 그리고 에스메랄다를 짝사랑하다 거절당하여 그녀를 처형한 신부를 죽인다. 콰지모도도 자신의 거처인 종탑의 작은 방에 에스메랄다를 숨기고 그를 돌봐 주면서 생활할 때가 아마도 가장 행복했을 것이다. 사랑은 대상을 위하여 있는 힘을 다하여 돌봐 줄 때 가장 행복한 것이기 때문이다.

                 노틀담 성당의 종탑                                  

 

우리가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시떼섬 안에 있는 노트르담성당이었다. 그 엄청나게 높지만 가련한 콰지모도의 사랑을 담은 종탑 앞에 내가 있는 것이다. 이 건물이 고딕 건축 양식이라든가 파리의 수많은 성당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아름다운 성당이라는 생각과 함께 신의 거룩한 사랑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야 하는데, 허구적 이야기에 지나지않는 에스메랄다를 향한 콰지모도의 처절한 사랑이 먼저 생각난다. 성당 앞 광장에서 빅톨 위고는 왜 이 성스러운 성전을 배경으로 인간의 세속적 사랑 이야기를 펼쳤을까 의문이 생겼다. 더구나 콰지모도가 그렇게 사랑했던 에스메랄다를 죽인 것은 그를 짝사랑한 신부였다. 반어적 상황이기는 하겠지만 그런 속된 이야기는 사실 이런 성전을 배경으로 하는 것이 신비로울지도 모른다. 이보다 300년 정도 앞선 김시습의 소설‘만복사저포기’도 사찰을 배경으로 사랑이 펼쳐진다. 이승의 인간과 저승의 한맺힌 영혼의 사랑을 그린 이 소설도 만복사라는 성스러운 전당에서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나눌 정도로 낭만적 사랑을 이룬다. 남녀의 사랑은 신의 사랑만큼 성스러운 일상의 아름다움이란 것은 동서 공통의 사고인 모양이다.

                                         측면에서 바라본 정교한 모습의 성당

 

노트르담성당은 웅장하고 고색창연하다. 그 낡은 건물의 모습이 성당의 오랜 역사를 말해 주는 듯하다. 이 성당은 1163년부터 시작해서 약 170년간의 공사 끝에 완성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고려 말쯤에 세워진 건물이 아직도 70여 M의 높이로 그 위엄과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웅장하고도 정교한 모습보다 그 건물이 석조 건물이라는데 더욱 놀란다. 성당을 한 바퀴 돌면서 외부의 웅장하고 섬세하면서도 절제와 균형을 유지한 아름다움에 연신 탄성을 발하였다. 

                                                   성당 입구의 정교한 조각품

낡은 외벽에 비하여 성당 내부는 대리석으로 모자이크한 아름다운 모습을 옛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색깔이 다른 여러가지 대리석이 찬란한 조화를 이루었다. 성인들의 조각상,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 햇살에 아름답게 흩어지는 스테인드글라스 등 황홀한 모습에 온통 정신을 차릴 수도 없다. 게다가 엄청난 넓이에도 놀란다. 1만 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또 영국의 웨스트민스트 사원처럼 이곳에서도 프랑스 황제의 대관식이나 유명 인사의 장례식 같은 국가적 의례가 거행되었다고 한다. 성당에 들어가니 마침 성가대의 경연이 있었다. 갑자기 분위기가 엄숙해졌다. 우리는 성보박물관을 들러 화려한 성구와 성채를 돌아보았다. 옛 교황들이 사용하던 성구나 그들의 반지는 온통 보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요즘과 다른 옛날의 교황의 권위나 행적을 가히 짐작할 만했다.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

                                               

                                                옛 교황들이 사용하던 성구

성당 앞 광장에는 샤를레망 대제 상이 있고, 비둘기가 그 옛날처럼 날아오른다. 세월은 가고 교회도 옛과 다르고 사회는 변해도 비둘기는 예전처럼 하늘을 나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2006. 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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