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과 서재/완보 칼럼

첫 키스 이야기 보다 재미있는 것

느림보 이방주 2005. 6. 4. 22:11
6월이군요.
비라도 한 번 시원하게 내렸으면 좋겠는데---
이런 날은 운동장에 나가 공이나 찼으면 좋겠는데---
와, 학교앞 떡볶이 집에 가서 얼큰한 떡볶이나 배부르게 먹었으면---
선생님, 첫키쓰는 언제 하셨어요?
첫날밤은 어땠어요.
뭐 신나는 얘기 없나? 아, 지루해.
하- , 점심시간 5분 남았다.
야, 준이야 종나자마자 뛰어가서 첫자리에 서는거야
이런 잡념으로 한 시간을 보내면 다음 시간도 역시 그리되지요.

그러나
비는 오는날이면 오거든요.
비가 오는 날이면 누구나 비를 맞고 싶으면 맞을 수 있어요.
시간 날 때 운동장에 나가면 누구나 공을 찰 수도 있거든요.
점심시간이 되면, 좀 뒤에 가더라도 누구나 1시간 안에 배부르게 밥을 먹을 수있어요.

신비스럽지만 첫키쓰는 누구나 언젠가 하게 되는 거구요.
그래서는 안되지만, 이미 해버린 사람은 없나요? 있다고요? 안타깝군요. 그 신비스러움이 이미 망가졌으니.
누구나 첫날밤은 오게 되어 있어요. 선생님에게만 오는 건 아니거든요. 그러니 선생님만 이야기 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그러나
우리 선생님만 하실 수 있는 것이 있어요.
그건 지금 여러분에게 가르쳐 주시는 학과 공부, 그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수업 시간에 앉아 있습니까?

혹시
위에서 얘기한 그런 학생은 아닌지요.
그런 사람은 한 시간이 얼마나 지루할까요. 왜냐하면 그건 매일 그게 그거거든요. 그래서 끊임없이 졸립고.
그래서 그런가. 내가 보면 조는 사람은 매일 그사람이 그 사람이더군요.

그러나
날마다 새로운 게 있어요.
그건 우리 선생님만이 하실 수 있는 학과 공부 그것입니다.
날마다, 시간마다, 분마다, 초마다 다르지 않아요?
선생님의 사고를 따르며 함게 생각해 보세요. 그게 수업 시간을 재미있게 보내는 슬기입니다.

자,
지금 배우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금 배우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지금 배우는 것을 반드시 알고야 말겠다.

그런 생각으로 수업 시간에 앉아 있어 보세요.
날마다 새롭고, 시간마다 새롭고, 분마다 새롭고, 순간마다 새로울 겁니다.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해야하는 첫키쓰 이야기보다.
어쩔 수 없이 진짜 참 맛은 다 빼버려야 하는 첫날밤 얘기보다
진짜 참진리를 가르쳐 주시는 그 이야기가 훨씬 더 재미있을 겁니다.

사랑하는, 정말로 내가 사랑하는 금천고 벗들이여,

정말로 멋진 첫키스를 위하여
정말로 진진한 첫날밤을 위하여
정말로 맛있는 떡볶이를 위하여
정말로 멀리 축구볼을 날리기 위하여


"지금 이것을 알아야 한다."
"지금 이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는 생각으로
학습에 임해 봅시다.
첫키쓰 이야기 보다도, 첫날밤 이야기 보다도 더 재미있을 겁니다.


(2005. 6. 4. 금천고등학교 홈페이지 학교 칼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