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과 서재/문학과 수필평론

아직도 어설픈 축을 다듬는 마음으로 (소감문)

느림보 이방주 2000. 9. 2. 19:36
아직도 어설픈 축을 다듬는 마음으로


오늘, 아내와 사랑하는 딸 기현이와 함께 팔순 아버님을 모시고 나의 초임지 의풍 학교를 돌아보았다. 마음의 고향인 거기는 아직도 내 이마에 때를 씻어 주기에 충분했다. 취나물, 고사리, 더덕을 챙겨 주는 제자 내외의 마음이 그랬고, 아직도 돌이끼 하나 없이 깨끗한 계류(溪流)가 그랬고, 돌아오는 길에 들른 난고(蘭皐) 김병연 선생의 묘비가 그랬다. 의풍에서 강원도 하동으로 이어지는 백리 길 산수는 더욱 그랬다.
집에 도착하니 나의 초임지 이야기가 드디어 햇빛을 보게 되었다는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게는 한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공자님은 이 나이에 모든 의혹을 씻었다는데, 내가 지어 부르는 축은 아직도 어설프기만 하니 늦었다고 말하기는 너무 건방지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부터 삶은 황소가 되고, 글발은 거북이가 되어야겠다. 날마다 아버님의 빛을 바라보고, 어머님의 애틋한 사랑으로 보듬으며, 삶의 자욱마다 촌로(村老)의 깨우침을 담아야겠다.
이끌어 주신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계속 정진을 약속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