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과 서재/완보 칼럼

내 인생의 걸림돌 -수능을 마친 금천인에게-

느림보 이방주 2005. 4. 26. 22:41

그렇게 긴장시켰던 수능시험이
지내고 보니 그냥 바람이었습니다.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할까?
그저 막막하기만 하겠지요.

토인비는 역사를 도전과 응전으로
설명하기도했습니다.

역사가 도전과 그에 대한 응전이었다면
우리의 삶에 도전은 무엇이고 응전은 어떤 것일까요?

우리가 살아가는 길에는 수없이 걸림돌을 만나기도 하고
다가오는 수많은 길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우리는 그 수많은 걸림돌을 넘어서야 하고
선택의 기로에서 냉철한 판단으로 가차없이 하나만을 선택해야 합니다.

내 인생에서 걸림돌은 무엇이었을까?
한 번 돌이켜 보는 것이 여러분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 같네요.

첫째 걸림돌은 소위 몰락한 사대부의 후예라는 것이었습니다.
몰락하여 실속은 없는데도 조선시대의 가풍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어린 나게게도 걸림돌이었어요.
배가 고파도 공짜 밥은 먹지 말아야 하는 것
떨어진 옷이라도 흐느적거리는 옷은 입지말아야 하는 것

어린 나이에 이것만은 정말로 넘어서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열네 살부터 사대부의 후예가 지녀야 한다는 도덕적 관념으로부터 탈출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을의 개구쟁이의 앞장에 서서, 남의 참외밭, 봉숭아밭에 앞장서 들어가고, 고 1부터 술을 마시고
그러나 그런 파행은 지금와서 오히려 오늘의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 키가 크다는 것입니다.
키 큰 사람을 마치 장애우처럼 대하던 옛날에 그건 열등감의 씨앗이었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이미 180을 넘긴 내 키는 정말 걷잡을 수 없는 인생의 걸림돌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주워진 것이 아니라 어찌할 수 없이 운명처럼 다가온 것이었습니다.
이건 세월이 변하자 저절로 해결되었습니다.

또 하나는 뭐든 열심히 하지 않는 게으른 생활 습성입니다.
이건 정말 인생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이 번 그냥 지나가자." '요 다음부터나 잘하자." "뭐 이게 인생의 전부인가?" 하면서 겨 버리는 무책임한 습관---------
수없이 마음 속으로 다져도 결정의 순간이 오면 그렇게 넘겨 버리는 습관, 이건 아직도 남아 나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이 우유부단한 습관은 성공할 수 있는 수많은 기회를 망쳐버리는 원흉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그걸 깨우친 뒤로는 나를 다잡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습니다.

3학년 학생 여러분
여러분 인생의 걸림돌은 무엇인가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그리고 어떻하면 그 걸림돌을 넘어설 수 있을까 궁리를 해보기 바랍니다.

한 가지 제안을 한다면
"지금 이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운명적으로 만나는 걸림돌을 넘어서고
선택의 기로에서 차가운 이성으로 선택하는 지혜를 찾는 것이 아닐까요?
왜냐하면
성실은 자신을 방어하는 높고 굳건한 성벽이 되어주기도 하고
성실은 상대를 도전에 응전하는 날카로운 창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최선을 다하는 것은 "스스로 돕는 사람을 반드시 도와 준다."는 예전부터 내려오는 말에 대하여 하늘이 약속을 저버리지 않게하는 깨우침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김남조 시인은 "삶은 은총의 돌계단"이라고 했잖아요.
하늘은 오늘 최선을 다해서 돌계단을 오르는 사람에게만 그 만큼의 높이를 허용하니까요.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것은
자기에게 다가오는 걸림돌이 자신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해도 불만하면서 파행으로 내닫지는 말기 바랍니다.
세상일은 불만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또 파행은 미래의 삶에 또하나의 걸림돌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지역에서 집단적으로 수능 부정행위를 했다고 하는데
눈 앞에 있는 걸림돌을 부당한 방법으로 넘으려 디딤돌을 만들려다가
미래의 인생의 넘을 수 없는 걸림돌을 만들어버린 것이지요.
그런 바보 같은 선택은 나신을 억만길 나락(지옥)으로 떨어뜨리는 헛디딤이라 생각합니다.

내 인생의 걸림돌
참 많은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여기까지만 할께요.
걸림돌을 넘어서서 인생을 화려하게 꽃피우기 위해서는
"지금 이 일에 최선을 다한다."생각으로 살자. 그거지요.

 

2004년   11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