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운동 삼아 복도를 한 바퀴 돌다보면
바닥에 점점이 까맣게 늘어붙은
껌자국이 있어요.
칼로 떼어보면 깐작깐작하면서도 향내가 폴폴납니다.
긁는 칼로 살살 긁어 종이컵에 모아봅니다.
하루 아침 수확이
쏠쏠해요.
종이컵으로 한 반 컵 정도는 문제도 아니거든요.
아이들이 그 옆으로 무어라고 얘기하면서 지나가더군요.
"어머
국에 넣으시려나 봐. 저걸 넣고 끓이면 얼마나 맛있을까?"
아마 그런 얘기였겠지요.
한 일주일 틈이 날 때마다
떼었는데
오늘 아침에 돌아보니 싱싱한 것이 몇 점 더 있었어요.
칼을 대자
아직도 입안의 온기가 남아 있을 정도로
따뜬따끈했어요.
발그스름한 원색도 아직 남아 있고요.
향기도 폴폴 났어요.
예쁜 우리 학교 신사 숙녀들의 작품이려니
생각하니
귀엽기 짝이 없었어요.
벌써 모아 놓은 것까지 합치니까 종이컵으로 하나 가득하네요.
국에 넣어 먹으면 조미료로
그만일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향기나 빛깔이나
뱉어놓은 신사 숙녀의 마음이나
밟고 지나간 그 마음이나, 그 마음이나, 그
마음이나-------.
국에서 푹 우려내면 우리의 마음과 몸의 양식이 될 것 같아서요.
그런데 이게 웬일이예요.
구내
식당 영양사 선생님은 그게 아니라네요.
말이나, 침이나, 껌이나
입 안에 들어 있을 때는 달고 향긋하지만
입에서 튀어
나오면 이미 더러워진 것이라고요.
더구나 남 몰래 튀어 나온 것은 더 더럽다네요.
아, 그건 더러운 것이래요.
입에서
남몰래 튀어나온 것은 더러운 것이래요.
국에 넣을 수도 없고 만지기도 싫은 더러운 것이래요.
우리학교 신사 숙녀 여러분!
입에서 남 몰래 뱉어낸 것은 더러운 것이라네요.
아, 우리 이걸 명심합시다.
국에 넣을 수 있는 것과 넣을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2004년 9월 8일
교무기획부장 이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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