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과 서재/완보 칼럼

세상은 찾아 가는 것

느림보 이방주 2005. 4. 26. 22:31

***세상은 찾아가는 것***
- 우정학사 입사생들에게 -


한 일주일 몸이 부실해져서
아침 등산을 걸렀습니다.
오늘 아침 모처럼 흙을 밟을 수 있었습니다.

봄은 세상에 참으로 새로운 것들을 잔뜩 쏟아놓고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산벚꽃은 이미 분홍색으로 새로운 물들이기를 하고 있었고
진달래는 치아가 다 망가진 할머니 입술처럼 쪼글쪼글하게 입을 다물었고
개나리도 병아리 주둥이 같은 애절한 모습으로 파란 이파리 속에 숨어 버렸습니다.

어느새
싸리꽃이 별사탕을 쏟아놓은 것처럼 하얗게 피어 특유의 향기를 내품고 있었고
산 복사꽃이 부푼 가슴을 더욱 부풀게 하고 있었고
낯선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이 묻어 있었습니다.

세상은 일주일 만에 그렇게 변하면서
왜 나에게는 거친 한마디 말로도 불러주지도 않았을까요.
원망, 원망하면서
"세상은 내게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찾아가 얻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어린날 나는 몸 부실한 막내로 어머니 치마폭에 싸여 성장하면서
세상 모두를 어머니가 다 주워 주는 걸로 알았습니다.
어머니는 늙고 나는 나이 들어서도
이제 늙고 근력이 없어서 주워주고 싶어도 주워줄 수 없는 어머니를 원망하였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이제는 이 세상에 아니 계십니다.
그런데도 땅속에 이미 집을 지은 어머니에게 달려가
때로 왜 내게 갖고 싶은 걸 주지 않느냐고 원망하기도 합니다.

오늘 아침
나는 사랑하는 우리 아들 딸들에게
해 줄 말이 생겨서 참으로 서둘러 출근을 했습니다.
여러분
세상은 여러분에게 찾아오지 않습니다.
세상은 여러분이 찾아올 때를 기다리지도 않습니다.
세상은 여러분이 찾아가 만나야 합니다.

우정학사가
방이 따뜻하다지만 어머니 품만 하겠습니까?
목욕실이 잘 되었다지만 집에서 만큼 풍족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겠습니까?
먹는 것이 맛있다지만 다 다른 여러분 입맛을 어떻게 맞추겠습니까?
따로 가정을 가지고 계신 사감 선생님이 다정하다지만 여러분 아빠의 가슴만 하겠습니까?

여러분은 학사에서 사는 삼년동안
마늘만 먹고
쑥만 먹고
햇살도 넘보지 말고
그렇게 살면서

세상 찾아가는 방법을 갈고 닦아야 합니다.
여러분이 찾아갈 세상은
간난아기 때 결국 여러분이 어머니 젖을 빨아야 살 수 있듯이
어머니가 가져다 줄 수도 없고 아버지가 주워다 줄 수도 없고 사감선생님이 안아름 안겨 줄 수도 없는 그런 사탕입니다.
여러분이 쟁취하는 세상은 결국 여러분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거기서 먹어야 하는 마늘이 매울수록
거기서 먹어야 하는 쑥이 쓰디 쓸수록
먼 훗날 여러분의 찾아가는 세상의 길은 넓고 평탄할 것입니다.

여러분
세상은 우리에게 찾아오지 않습니다.
세상은 우리를 기다리지도 않습니다.
세상은 남보다 먼저 달려가 쟁취해야 하는 것입니다.

온실에 자라는 어린 새싹처럼
미래의 약이 되는 햇살을 따갑다고 투정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결국 세상은 찾아가 쟁취하는 것인데-------------
그 세상은 결국 여러분의 것인데--------------


2003년  4월 17일

 

 

여러분을 앞날에 기대를 거는 2학년 문학 선생님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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