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여성문학 26집 출판 기념 및 올해의 여성문학상 시상식 축사
2022년 12월 14일 오후 4시
청주 예술의 전당 대회의실
수상자 : 김숙영 수필가
금남의 행사인 여성문인협회 큰 행사에 초대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 고등학교 시절 수동 청주여자고등학교 앞을 지나노라면 큰 키로도 들여다 볼 수 없었던 높은 담이 원망스러웠는데 30대 중반 청주여자고등학교 교사가 되어 신비롭던 아이들에게 문학과 국어를 가르치고 대학을 보내고 했을 때처럼 비슷하게 황홀합니다.
오늘 올해의 여성문학상을 수상하시는 김숙영 선생님은 제가 교육대학 1학년일 때 2학년이었습니다. 중학교 때 김종서선생님께 영어를 배웠는데 머리 긴 김종서 선생님이 선배 중에 있어서 깜짝 놀랐는데, 그 분이 김종서 선생님 따님인 김숙영 선생님이셨습니다. 함께 수필의 길을 걷게 되어 반가웠고 오늘의 여성문학상을 받으시니 더욱 축하드립니다.
김숙영 선생님의 수상작인 <황혼 피아니스트 마음 담다>는 정말 상을 탈만한 작품이기에 더욱 기분좋게 축하하고 이러한 수필 작품집이 우리 고장에서 발간된 것에 자부심을 갖습니다.
"수필은 일상의 철학적 해석이다. " 이 말은 제가 수강생들에게 늘 하는 말씀이고 저의 지론입니다. 어떤 평론가는 일상을 떠나야 수필의 문학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하고 수필이 일상에 매몰되어 있어서 대접 받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수필을 몰라서 하는 말입니다. 수필을 모르기에 수필의 진면목이 보이지 않는 것이지요. 일상을 떠나서 어떻게 수필이 되겠습니까? 일상을 철학적으로 해석하고 개념화하지 못했기에 작품성이 떨어지는 것이지요.
저는 1998년 수필가로 등단했습니다. 그 때 새로운 세기에는 모든 문학이 수필에 수렴될 것이라 감히 선언했습니다. 21세기는 예상대로 20여년 동안 수필문학의 도약을 이루었습니다. 어떤 평론가는 수필의 양적 팽창만 가져왔지 질적으로 저하되었다고 말하지만 수필문학의 작품성은 시나 소설이 발전한 속도의 몇 배로 발전하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수필의 시대에 일상에 매몰된 수필로는 수필문학의 문학성 제고에 기여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저는 21세기 우리 수필가들이 나아갈 방향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 하나로 테마수필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일상을 여기저기서 이것 저것 데려다 산만하게 쓸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제재를 추구해 보자는 말씀입니다. 예를 들어 음식문화, 꽃, 미술, 시인, 음악, 문화 등 찾으면 얼마든지 많이 있습니다. 저는 산성과 산사를 제재로 한권의 수필집을 냈지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다음에 들꽃을 제재로 또 한 권의 수필집을 내서 큰 상도 받았지만 제 마음에 썩 들지 않습니다.
철학을 제재로 수필을 쓴다고 철학자들의 명구를 해설하여 나열하면 되겠습니까? 음식문화를 제재로 한다고 맛레 취하거나 요리 방법에 머물면 수필이 아니죠. 철학이든 음식문화건 음악이건 일상적 삶의 철학과 통섭이 이루어져야 독자의 공명을 불러 일으킬 수 있습니다. 김숙영 선생님이 이 작품집이 나오기 전에 펼쳐낸 세 권의 수필집은 불교 철학을 테마로 한 테마수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불교적 사고가 어렵고 고매한 것이 아니라 바로 일상에서 얻어내는 소중한 삶의 철학이었습니다. 일상을 불법으로 바라보고 불법으로 정화하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래서 음악 수필을 권해드렸는데 바로 성공하셨습니다. 이런 면에서 김숙영 선생님의 음악수필은 음악과 일상이 통섭하고 음악에서 얻어온 철학을 일상의 삶에 수용하는 수필입니다. 21세기 테마수필이 나아가야 할 모델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 때문에 음악에 문외한인 저도 한두 편만 읽으려다가 음악을 검색해보니 흔히 듣던 일상의 음악이었고 어려웠던 내용이 쉽게 다가와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읽는 과정에서 탐진치의 사슬에서 벗어나는 자유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형상화 기법이 바로 21세기 테마 수필이 나아가야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리고 건강하시길 빕니다. 길게 말씀드려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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