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학양성‧문학평론지 출간…화려한 인생2막 ‘눈길’
이방주 수필가
청주문화 <청주를 빛낸 인물> 원고
충청투데이 김진로 부국장 인터뷰
퇴직 후 인생 2막이 더 주목받는 이가 있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올해 이방주(71) 수필가다.
그는 고희의 나이에 문학평론집을 출간하고, 수필창작 교실을 열어 후학 양성에도 앞장서는 등 현역시절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신곡문학상 대상과 한국수필문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그동안 수많은 책을 쓰고, 문단에서 다수의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작가이지만 지난해 받은 신곡문학상은 개인적으로 감회가 남다른 듯했다.
지난해 26회를 맞은 신곡문학상은 소설가이자 수필가이며 동화작가로 활동했던 신곡 라대곤 선생이 제정한 문학상으로 ‘수필과 비평사’를 대표하는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힌다. ‘수필과 비평사’의 신곡문학상 대상은 대한민국 수필가들이 가장 타고 싶어 하는 상으로 알려져 있다.
상을 받는다는 건 나이를 불문하고 설레고 기분 좋기 마련일 텐데 그는 수상 소감을 묻는 질문에 대뜸 “황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황당했다”는 이유에 대해 “신곡문학상은 대단한 수필가들이 수상한 상이라 감히 생각지도 못했던 상인데다가 제가 원래 ‘수필과 비평사’에서 등단한 출신이 아니라 ‘한국수필’에서 등단을 했다”면서 “‘수필과 비평’은 우리 집이 아니고 남의 집이거든, 남이 주는 상을 받은 거지. 그래서 황당했고 깜짝 놀랐다”고 설명했다.
이 수필가는 1952년 청주 죽림동에서 출생했다. 1973년 청주교육대학을 졸업한 후 그해 단양 의풍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이후 2013년 명예퇴직 시 까지 총 40년 5개월간 후학 양성에 매진했다. 초등학교(10년) 교사를 거쳐 고등학교에서 30년간 국어문학을 가르쳤다.
그는 퇴직 후에도 후학 양성을 멈추지 않고 있다. 퇴직 후 2년간 청주시 1인1책 펴내기 지도강사로 봉사했다. 2014년엔 서원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수필창작 강좌를 개설, 수필 창작을 강의하고 있다. 평생교육원에서 수필가 양성에 나선지 올해로 9년째를 맞는다.
수필 창작 교실에서 강의를 들은 수강생 20명 정도가 등단하는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가 있기까지는 수필에 대한 그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단순히 수필을 쓰는 방법만을 가르치지 않았다. 제대로 된 수필 수업을 위해선 한국인의 정서가 담긴 전통적인 수필을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제대로 된 수업을 하기 위해 비록 일주일에 하루 수업이지만 1시간은 무조건 이론 강의를 배정했다. 그 결과는 수강생들의 등단으로 이어졌다.
그는 수필 예찬론도 펼친다.
이 수필가는 “수필은 일상에 대한 철학적 해석이므로 수필을 계속 쓰고 수필을 많이 읽은 분은 상당히 타협적이고 객관적인 사고가 가능해 사회에 적응하는 개념적인 성품을 갖게 된다”며 “많은 사람이 수필을 읽고, 또 많은 사람이 수필 쓴다면 이 사회가 합의적이고 객관화되고 보편적인 사고에 의해서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훌륭한 수필 창작에 도움을 줄 이론서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그는 “저는 이제 나이가 들어간다. 수강생 가운데 훌륭한 지도자가 나와서 더 많은 사람들한테 수필 운동을 하고 영향을 줬으면 좋겠다”면서 “그래서 수필 창작에 관한 이론서를 만들어내야겠다는 게 참 소망이었다”고 말했다.
고희의 나이에 책을 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먼저 가족들이 반대에 부딪쳤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고령의 나이와 주변의 우려도 그는 열정을 꺾을 수는 없었다.
이 수필가는 수필 창작 이론서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죽기 전에 해야잖아요”라고 담담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는 “그래서 작년에 시작했어요. (결과물이) 이 책이에요. 다섯 달 동안 목숨 걸고서 썼어요. 목 뒤에 이만한 혹이 생겼어요”라고 말했다.
이 수필가가 자신의 건강을 담보로 세상에 내놓은 결과물이 ‘느림보의 수필 창작 강의’란 책이다.
그는 이 책에 수필의 개념에서부터 한국 수필의 역사까지 담았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맥락으로 이어지는 한국 문학의 주제 유형을 추가했다. 특히 이 책에서는 대상을 인식하는 방법과 허구가 아닌 수필적 상상을 통해 의미를 찾아내는 전략적 방법을 제시했다. 수필을 어떻게 써야할지 고민한 사람들을 위해 국어문장의 특징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수필문장의 특징, 문단 구성법을 구체적으로 안내해 놓았다.
그는 “사람들이 수필은 상상하면 안된다고 말하는데 상상이 없으면 문학이 아니다”라면서 “저는 그렇게 수필적으로 상상하는 방법을 제시해 평론가들로부터 특이하다고 인정받았다”고 웃음 지었다.
그는 수필적인 사고와 우리 민족의 정서를 담아 글을 써야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수필이라고 정의한다. 사람들이 공감하는 수필을 쓰기 위해 오늘도 변화를 꿈꾸고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는 그의 삶을 응원한다.
1998년 월간 ‘한국수필’ 신인상을 받고 등단한 이 수필가는 2007년 충북수필문학상, 2014년 내륙문학상, 2018년 인산기행수필문학상, 2021년 신곡문학상 대상, 제40회 한국수필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서는 수필집 축 읽는 아이(2003), 손맛(2009), 여시들의 반란(2010), 풀등에 뜬 그림자(2014), 가림성 사랑나무(2017), 들꽃들풀에 길을 묻다(2020), 부흥백제군 발길 따라 백제의 山城山寺 찾아(2020), 수필선집 덩굴꽃이 자유를 주네(2020), 문학평론집 해석과 상상(2021) 수필창작 이론 느림보의 수필창작강의(2022), 고소설 주해 윤지경전(2011)이 있다.
한국문인협회, 한국수필문학회, 내륙문학회, 무심수필문학회 회원으로, 한국수필가협회, 한국수필작가회 이사, 서원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교실 강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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