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보 창작 수필/들꽃 들풀에 길을 묻다

보랏빛 도라지꽃

느림보 이방주 2018. 7. 23. 09:46


 보랏빛 도라지꽃


2018년 7월 23일

주중리에서

 


주중리의 새벽, 해도 뜨기 전 이른 새벽이다.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수로에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맑은 물이 가득 담겨 흐른다. 깨끗하다. 그런데 수로 아랫밭으로 내려가는 두둑에 보랏빛 도라지꽃이 피었다. 어제 찾던 도라지 꽃을 오늘 여기서 찾았다. 작은 뽕나무가 우거지고 개망초가 꽃을 피운 풀숲에서 보랏빛 청초한 얼굴을 내밀었다. 도라지밭에서 찾지 못한 보라색 도라지꽃을 풀숲에서 찾았다.


아직 꽃이 질 때가 안되었는데도 밭에서는 도라지꽃이 시들었는데 도라지밭도 아닌 잡초더미 속에서 보랏빛 청초한 이 꽃을 찾았다. 볼수록 색깔이 새뜻하다. 도라지는 왜 비료도 충분하고 삶을 방해하는 잡초도 없는 밭에서는 시들하고 풀이 무성한 여기서는 이들이들할까.


도라지는 사람들의 돌봄을 받으며 사는 것보다 오히려 이렇게 풀섶에서 다른 풀과 함께 사는게 마음 편한가 보다. 그래 그렇지. 그게 맘 편하지. 그게 바로 자유일 것이다. 돌봐주는 것들은 언젠가 대가를 바라지 않겠는가. 하긴 거기가 제 고향 아닌가. 고 쌉쌀한 듯 고소한 듯 고졸한 맛이 그런 성품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 그려 맞어!  아무나 다 함께 사능겨. 그래야 사는 맛이 나지. 니가 사는기나 내가 사는기나 목숨이 둘이 아닌 건 마찬가지니께."


돌아 오는 길에 주중리 사람들의 두런거림이 들려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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