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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동유럽 발칸 제 5일차 (10월 17일) - 자그래브 - 블레드

느림보 이방주 2016. 11. 5. 08:53

두바이/ 동유럽 발칸 제 5일차 (10월 17일) - 자그래브 - 블레드


오늘은 선택관광 코스인 라스토케오지마을을 들러본 다음 폴리트비체호수국립공원을 간다. 라스토케오지 마을로 가는 길은 문자 그대로 오지였다. 우리나라의 의풍 가는 길보다 좁고 시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 차창으로 보이는 길가에는 허물어진 집들이 즐비하다. 안개 속에서 가끔씩 보이는 산도 그렇고 옹기종기 들어선 마을도 그렇고 마을에 나와서 농사일을 하는 노인들의 모습도 그렇고 우리나라 농촌 풍경 같은 느낌이 들었다. 참 부유해 보이는 농촌은 아니지만 평화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가이드 말에 의하면 이곳이 30년 전만 해도 총격전이 있었던 마을이라고 했다. 하긴 여기저기 전쟁의 상처가 보이기도 했다.


라스토케 마을

9시 40분쯤해서 라스토비케 마을에 도착했다. 사실 라스토케 오지 마을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곳인데 우리나라 TV의 어떤 프로그램에서 이곳에서 촬영하여 방영된 후로 한국인들이 많이 찾아간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가보니 한국의 옛날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 속에 나오는 마을을 연상하게 하는 풍경이었다.

마을 어귀에서 작은 마을을 내려다 보니 정말 산수화 같은 분위이다. 물이 많은 냇물에 산그림자가 잠기고 여기저기 폭포가 있고, 가을을 맞아 빨갛고 노랗게 물든 나무들 사이로 물레방아나 나무집 돌집이 보였다. 주차장에 내리니 관광 안내소가 깨끗하고 비교적 너른 주차장과 무료 화장실 시설이 있다. 마치 경치 좋은 곳의 전망대처럼 꾸며 놓았다. 내려보이는 물과 올려다 보이는 산이 다 어우러져 아름답다. 마치 송순의 면앙정가를 그림으로 그려놓은 듯했다. 물안개, 물, 크고 작은 폭포, 잔디, 꽃, 돌집, 귀틀집, 장작, 그런 중에 가끔 보이는 슬라브집과 자동차도 적절히 어울렸다. 선택관광비가 15유로라면 입장료치고는 꽤 비싸기는 하지만 모두가 찬성하여 일정에 넣기를 잘했다는 생각으로 만족해 했다.


사진 찍을 곳이 많아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다. 어느 한 곳도 버리고 싶지 않았다. 찍은 곳을 또 찍고 또 찍은 곳을 또 찍었다. 함께 간 우리 모임 여덟명도 다 흩어졌다.


라스토케 마을

작은 호수와 동화 같은 마을


마당 바로 앞에 흐르는 호수

작은 호숫가에서

카페 앞 호수

잔디와 호수와 폭포-동화 속의 나라

폭포와 물안개

잔디, 단풍, 옛집

옛집

호랑나비가 되어

카페 앞에서

동화속의 마을로 들어가면서


마을 입구

이정표

나오는 길에 본 장작 차


폴리트비체 국립공원

라스토케 마을을 떠나기는 아쉬웠다. 그래도 약속한 시간에 맞추어 버스로 갔다. 그 정도면 시간을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나오는 길에 마을 어귀에서 예수그리스도의 상을 보았다. 마을 전체가 크리스찬인가 보다. 그리스도는 참으로 많은 곳, 세계 구석구석에 그 제자를 두고 있다고 생각했다. 세 사람이 한 10분 늦었다. 가이드는 걱정하고 기사는 짜증 냈다. 일행도 모두 다음 일정에 차질을 줄까 그들을 원망하는 눈치였다.


폴리트비체 산장 호텔에 12시 20분쯤 도착했다. 점심은 호텔에서 먹는다. 이곳에서 송어구이를 먹는다고 한다. 도대체 송어 구이를 어떻게 해 내올까 궁금했다. 우리 같으면 회를 쳐서 비빔회를 만들어 먹고 나머지는 매운탕을 끓여 먹으련만 도대체 송어를 구워 먹는다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튼 이 국립공원의 특별식이라니 기대해 보았다. 수프가 먼저 나왔다. 향이 약간 있었으나 참고 먹으니 맛이 괜찮았다. 빵을 보리빵이다. 그냥 대강 먹을 만하다. 샐러드는 오이, 양상추, 토마토와 파프리카이다. 이것은 요리가 아니니 그냥 먹었다. 드디어 주요리인 송어구이가 나왔다. 송어 한 마리를 구워 접시에 엎드려 놓고 쑥갓인지 채소가 있고, 감자가 있다. 나는 살만 발라서 먹었다. 맛은 좋은데 구이에서 불냄새가 났다. 누구는 그 불냄새가 좋고 누구는 역겹다. 먹고 나니 송어가 뼈만 앙상하게 남았다. 다른 이들은 뼈와 살이 섞여 골라 먹느라 애를 먹었다. 포크가 생선 뼈를 발라내는데 이렇게 유리하다는 걸 처음 알았다. 나는 맛있게 먹었고 남자들도 대부분 그냥 먹었는데 여자들은 구미에 당기지 않는 모양이다. 1/4만 먹고 다 남겼다. 나만 가시만 남기고 다 먹었다. 아까웠다. 그렇다고 주워다 먹을 수도 없지 않은가? 호텔 식당 서빙하는 사람은 나이가 많이 들어보였다. 기계적인 업무였다.


호텔 주변의 숲에는 잡초가 없어 깨끗하고 아름답다. 단풍이 들기 시작하여 보기 좋았다. 자동차들은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모두 전면 주차를 했다. 국민소득은 우리만 못해도 의식 수준은 우리보다 높아 보였다.

걸어서 세계자연유산이라는 폴리트비체호수공원을 돌았다. 숲이 우거지고 자연 그대로이다. 결국 이 공원은 호수로 인해 이루어진 것이다. 배를 5분 정도 타고 호수를 건너 거기서 다시 유람선을 탔다. 주변의 단풍과 물이 어우러져 절경이다. 물에는 금빛 비늘을 가진 잉어인지 떼를 지어 몰려다니고 물오리 청둥오리가 사람들 가까이에서 노닌다. 자유란 보호 받는데서 오는 것인가 풀어주는데서 오는 것인가? 이 호수에는 송어가 많다고 한다. 자연에서 송어가 산다면 물은 상당히 깨끗한 것이다. 보기 좋다. 그러나 아까 우리가 먹은 것은 이 물에서 건져 올린 것은 아니기를 바랐다.


물이 많고 깨끗해서 그렇지 경관은 구담봉 옥순봉 강선대를 따르지 못할 것 같다. 만약에 구담봉에 폭포가 있다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사실 중국의 구채구를 보지 않고 물을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아니 말하지 말아야겠다. 여긴 구채구의 어느 한 귀퉁이를 조금 잘라다 놓은 것 같다. 폭포가 있는 어느 절정에 갔다. 좋기는 좋다. 그러나 구채구는 따라갈 수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중국인들이 많다. 구채구 주인인 중국인들이 크로아티아에 와서 물을 구경한다. 하긴 다 그런대로 아름다움이 있고 개성이 있는 것이니까.










세계문화유산 표시를 돌에 붙여 놓았다.


여기서 공원을 걸어서 도는 동안 꽤 많이 걸었다. 아주 쉽게 하루의 숙제를 한 것 같다. 호수를 건너 나무사다리를 올라 언덕에 오르니 호수와 폭포가 한 눈에 다 보였다. 물이 많고 맑아서 참 좋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사철 물의 양이 변하지 않는 호수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만년설이나 빙하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 싶다. 몸에 땀이 좀 났다. 걷는 길이 길었고 오후에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다. 카페 부근의 화장실에서 용변을 볼 수 있었다. 버스가 오지 않아 한참 기다렸다. 


버스를 타고 2시간을 달려 크로아티아 국경을 넘어 슬로베니아 블레드로 왔다. 블레드 인근의 호텔 RIBINO는 작고 아담하다. 오후 7시 40분쯤 저녁을 먹었다. 소시지, 완자탕, 빵, 야채를 많이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