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생활과 일상/할아버지가 쓰는 규연이의 성장 일기

무섭고 힘든 하루였어요. - 253일

느림보 이방주 2013. 12. 20. 23:50

2013. 12. 20.

 

무섭고 힘든 하루였어요. ---253일째

 

<규연이의 일기>

 

바깥이 많이 추운가봐요. 아빠 회사가 있는 진천에는 눈이 여기보다 더 많이 내렸다네요. 아침에 아빠를 배웅하고 엄마랑 놀았어요. 날씨가 추우니까 할머니도 안오시네요. 오시면 많이 안아주는데------

엄마랑 새로 사온 책을 읽었어요. 오감발달을 위하는책이라네요. 나는 아가라서 이제 겨욱 253일밖에 안되어서 아빠 엄마처럼 세상을 다 느끼지 못하는가 봐요. 아직 다 안보이고, 다 안들리고, 다  만져 느낄 수가 없다나 봐요. 지금 보이는 것만으로도 혼란스럽고 궁금한 것 천지인데 더 많이 보이면 어쩐다지요.

 

정민이 누나가 막 걸어다니고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는 걸 보고 부러웠는데 더 자라서 정민이 누나만큼 큰다 해도 걱정이네요. 엄나랑 시내 나가면 가방 메고 학교 가는 형아 누나들이 부러웠는데 알아야 할 일이 그렇게 많다니 걱정이네요. 살아갈 일이 암담해요. 그러나 할아버지가 말하는 게 사실이라면 난 공부를 아주 잘할 거래요. 집중하는것도 좋고,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떼를 쓰지 않아서 좋대요. 할아버지는 내 눈이 내 표정이 정서가 가득 표현되어 있어서 더 좋다고 하네요. 할아버지, 정서가 뭐예요?

 

엄마 아빠는 무조건 내가 최고라고 하고요. 부담돼요. 그래서 오감발달 책을 열심히 봤어요. 엄마가 가끔 설명해 줘서 그런대로 재미 있게 봤어요.

 

오후에 문화센터 가는 길에 이발을 했어요. 요전에 처음으로 머리를 깎을 때 무서워서 울었는데 괜찮았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머리 깎는 아줌마가 되게 무섭게 생기고 가위를 가지고 내 머리를 만지는데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요. 엄마가 괜찮다고 하는데도 견딜 수 없어서 막 울어버렸어요. 최근에 이렇게 크게 울어본 적이 없어요. 울고 나니 챙피해 죽겠어요.

 

문화센터에 가서 산타 놀이를 하는데도 신명이 나지 않네요. 왜 이리 피곤한지 자꾸 눈이 감겨서 죽겠어요. 천사는 어디에 있는가? 산타는 착한 어린이에게 선물을 준다고 하네요. 나는 빨간 옷을 입고 모자를 쓰고 예쁜 마차에 탔어요.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 봐도 천사는 없네요. 아직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 건가. 아 잠이나 잤으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