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이른 새벽 체육공원에 갔다. 찬 바람에 눈이 날린다. 가을에 그렇게 불타던 산벚나무는 이미 잎을 다 떨구었다. 검푸른 소나무도 바늘잎에 서슬이 퍼렇다. 바람에 가랑눈이 풀풀 날리는데 연산홍 잎은 아직도 빨갛다. 아직 고운 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나는 한 무더기 연산홍 앞에 쪼그리고 앉아 그의 절규를 들었다.
아직은
고운 색깔 놓치고 싶지 않아요.
찬바람 억세게 불어도
견딜 수 있어요.
아직은
내 가슴 이토록 뜨거운 걸요.
새벽 공기가 찬데 아직 잎을 떨구지 못하는 연산홍을 보고 있으려니 시들어가는 가슴이 갑자기 뜨거워지는 기분이었다. 내려오는 길에도 그 아이를 자꾸 돌아보았다.
(2013. 1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