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19.
규연이 첫 이레가 지났네 - 8일째
오늘 규연이 첫이레가 지나고 8일째 되는 날이다. 눈빛이 참 봄날 아침 햇살만큼 순하다. 어느새 시선을 느낄 수가 있다. 나는 며느리가 아기를 자꾸 안아보라고 하지만 그것이 참 어렵다. 얼마나 안아보고 싶었던 손자인가? 그런데 그 고귀한 생명을 함부로 안을 수가 없다. 내몸에 무엇이든 더러움이 묻어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아기를 안아서는 안될 것만 같다. 그래도 그런 말을 며느리에게 할 수가 없다. 처음 아기를 안았을 때 정말 이 아기가 우리 손자이고 내가 손자를 본 것인가 믿어지지 않았다.
아기는 할머니가 안았을 때보다 내가 안았을 때 불편한 모양이다. 아마 그럴 것이다. 남자는 아무리해도 여자들의 사랑만큼 큰 사랑을 자손에게 주지 못할 것이다. 조리원에 가서 볼 때마다 며느리가 고맙고 힘든 모습에 미안하다. 그러나 나는 어찌해야 되는지 모른다. 그냥 아내만 따라할 수밖에 없다. 조리원은 시설이 아주 잘 되어 있다. 우선 깨끗하고 조용하다. 산모나 가족이나 모두 경건한 모습이다. 직계가 아니면 들여보내 주지 않는다. 그것은 참 잘하는 일이다.
아들은 늘 싱글벙글 신기한 모양이다. 그렇다. 나도 그 아이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 비로소 사람 노릇을 한 기분이었다. 삶의 의미가 새삼 다르게 느껴졌다. 태어난지 하루 만에 집으로 퇴원하여 어머니가 산후조리를 맡아 해 주셨다. 옛날에는 다 그랬다. 우윳값도 힘들던 시대, 기저귀를 빨아 말려 다시 쓰던 시대였으니까.
아기를 보고 또 보고 조리원에서 일어서고 싶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있으면 며느리가 더 힘들 것 같아 일어선다. 아빠가 일찍 퇴근하여 함께 있으니까. 오늘은 아가의 맑은 눈을 보고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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