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22일
경북 문경군 천주봉 등산
오늘은 백만사 등산일이다. 7월에는 모두들 바빠서 소중한 모임을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계림여행을 했기에 다행으로 생각한다. 오늘 모임에는 처음에 회원 10명이 다 참석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정우종 회원이 전날 고향 모임이 참석했다가 무슨 일인지 돌아오지 않았고, 저녁 모임까지도 빠지는 엄청난 일을 저질렀다. 또 권성희 회원이 친구가 상을 당하는 바람에 참석하지 못하였으나 저녁모임에는 참석해서 다행이었다.
9시에 신흥고등학교에서 만나 이효정 대장님과 이완호 회원의 차로 출발하였다. 여성회원들은 이완호 회원의 차에, 남자들은 이효정 대장님의 차에 타고 출발하였다. 차는 증평을 지나 34번 국도에 접속하여 이화령 터널을 지나 문경 시내를 거쳐 동로면을 향했다. 동로면에 가까워지자 사방이 오미자 밭이다. 동로면은 오미자의 전국적인 산지로 유명하고 오지인 이 마을 사람들은 오미자로 생활 수준이 엄청나게 향상되었다. 나도 최근 오미자의 오묘한 맛에 취해 있는 중이다. 차라리 오묘자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천주봉은 청주여고에 근무하던 한 20년 전에 한 번 와 본 산이다. 그런데 다른 기억은 전혀 없고 천주사의 초라한 절집과 하산길에 가난한 노은리 마을에 붉게 익어 가는 산수유 열매만 생각난다. 그 때는 그렇게 힘들여 올라 간 것 같지 않다. 등산도 아주 간단히 한 것으로 기억되는데 인터넷에는 5 시간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최근에 긴 산행을 하지 않았으나 5시간 정도는 자신 있었다. 이대장은 3시간 반이라고 해서 그렇게 긴장하지 않았다.
천주봉 주변 지도
천주봉 등산 개념도
방송에서는 오늘 35도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한다. 과연 바깥 날씨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덥다. 그러나 산에 들면 그렇게 덥지 않을 것이 믿었다. 천주사 입구에서 차 한대를 동로 초등학교 부근에 가져다 놓으러 간 두 분을 기다리는 동안 과연 산행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천주사 쪽에서 내려오는 실개천이 맑기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냥 거기 눕고 싶을 정도이다.
드디어 차가 도착되어 천주사로 올라갔다. 전에는 여기가 비포장 도로였던 것 같은데 시멘트 포장 도로로 변했다. 시멘트 바닥에서 올라 오는 복사열을 감당할 수 없었다. 땀이 비오듯한다. 그래도 점점 산으로 올라가 숲이 되자 더위는 견딜만하다. 가능하면 우리는 자주 쉬었다. 이 정도의 산행 거리를 그렇게 서두를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가파른 시멘트 포장길을 팍팍한 다리를 두드리면서도 잘도 올라간다. 천주사에서 한 참 쉬었다. 깨끗한 물을 수건에 적셔 목에 두르고 두건을 만들어 머리에도 썼다. 시원하다. 천주사는 예전과 비교도 안될 만큼 변했다. 대웅전도 개축된 것 같고 요사채도 늘어난 것 같다. 천주사에서 내려다 보이는 세계는 기억이 새롭다.
괴산 만남의 광장에 모인 행락객들
천주사 입구-2007년 여기서 한 번 산행이 막혀 되돌아 온 적이 있다
천주사 올라 가는 길
부처님 뭐하시는지요?
천주사 전경
천주사에서 올라가는 길은 가파른 흙길이다. 다들 잘도 올라간다. 숨가쁘게 한참을 오르다가 쉬고 또 한참을 오르다가 또 쉬면서 더위와 체력을 조절했다. 분명 바윗길이 시작되면 정상은 바로 거기일 것이다. 올라가면서 바라 보아도 주변 산과는 산의 모습이 전혀 다르다. 마치 계림의 어느 한 봉우리를 오는 기분이다. 공기는 아주 신선하다. 올라갈수록 바람은 등에 서늘하다. 그늘에 앉으면 땀이 바로 멎는다. 이래서 산이 좋다.
흙길이 끝나자 바로 밧줄을 잡아야 한다. 힘들지만 재미도 쏠쏠하다. 이제 정상은 바로 저기다. 다른 산과 달라서 보여 줄 듯 또 한봉우리 남는 것이 아니다. 이마에 오른면 바로 정수리이듯이 바로 그렇다. 쉴 때마다 무엇인가 자꾸 먹었다. 고구마, 찰떡, 오이, 토마토 배낭에서 먹을 것이 자꾸 나온다. 그런데 정우종 회원이 있었으면 삶은 달걀과 소주가 있었을 텐데 그게 빠져 섭섭하다.
산은 점점 가팔라지고 바위벽이 앞을 가로 막았다. 그러나 크게 위험하지 않아 여성 회원들도 무난히 오를 수 있었다. 우리 회원들의 산행 능력이 이만큼 향상된 것이라 생각되었다. 나는 맨 뒤에서 아주 천천히 올라갔다. 아내는 맨 앞에 서서 숨 한 번 고르지 않고 잘도 올라 간다. 줄을 타야 하는 곳도 한 번도 공포감을 드러내지 않고 재미있게 올라간다.
쉬면서 숨을 고르고
이렇게 예쁜 버섯이 있다.
돌틈을 지나
나무 사이를 빠져 나가서
유격 훈련도 하고
조심조심 그러나 미끄러지면 바로 거기에 떨어진다.
한 줄에 모두 걸고
송여사! 조심하세요
누군가 마음 먹고 돌탑을 쌓아 놓은 곳이 있다. 그늘이 좋다. 앉을 자리도 많다. 누군가 정성을 들여 쌓았다. 무엇인가 기원하는 마음일 거다. 우리는 늘 기원하며 살지 않는가? 우리의 화제는 항상 즐겁다. 어느 것이 행복인지 가늠할 길이 없다.
정상에 이르는 길에는 철사다리가 놓여 있고, 철사다리를 지나자 정상까지는 그냥 칼바위를 지나야 한다. 칼 바위를 지날 때 발을 조금만 잘못 놓으면 그대로 천길 낭떠러지이다. 다행이 난간을 만들어 놓아서 어지러움을 견디면 지날 수 있었다. 정상에는 우리 일행이 앉을 만한 자리도 없다. 바로 정상석에서 사진을 찍고 바로 옆 산불 감시초소 부근 그늘에서 점심상을 차렸다. 점심상은 항상 푸짐하다. 훌륭한 한식 뷔페이다. 오늘의 장원은 이정희 여사의 얼갈이 배추 김치이다. 알맞게 맛이 들어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마치 잘 익은 과일을 먹는 기분이었다.
돌탑 아래서
드디어 정상
정상에서 바라본 세계
정상에서
정상에서 -이용원 회원 부부
정상에서 -이효정 대장 부부
정상에서 - 손잡은 것만 봐도 예사롭지 않은 관계
남성 회원들
여성 회원들
점심상
멀리 보이는 동로면 소재지는 어디가 중학교인지 어디가 초등학교인지 금방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뚜렷하고 방곡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이 꿈처럼 아득하게 보인다. 그너머 황정산이 바위 이마를 훤하게 내밀어 우리를 넘겨다 본다. 내려오는 길은 경사가 아주 급하다. 그러나 길지 않다는 것을 믿었다. 길지 않지만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내리막길에서 넘어지면 안된다. 그렇게 가파른 경사길을 내려오니 어느덧 계곡에서 물소리가 들린다. 바로 오미자 밭이 나온다. 일하러 오는 일꾼들의 모습도 보인다.
이효정 회원과 이완호 회원이 차를 회수하러 서둘러 내려갔다. 우리는 한가하게 물장난을 하면서 오미자를 구경하면서 내려 왔다. 노은리 마을은 예전과는 딴판이고 산비탈이 온통 오미자 밭이다. 쓰러져 가는 슬레이트 집이던 마을은 벽돌집으로 훌륭한 양옥이다. 마당에 자가용 승요차가 두 대씩 세워져 있고 부자들의 전원주택처럼 잔디를 깔았다. 때를 훌렁 벗었다. 시골도 머리를 쓰면 이렇게 변한다. 이 오지 중의 오지가 이렇게 훌륭한 문화 생활을 하고 있다. 오미자가 살린 것이다. 나는 20년 전 산수유 나무를 찾으려고 두리번 거렸다. 베어 버리지는 않았으나 천대 받고 있음이 분명하다.
멀리 보이는 동로면 소재지
마을을 살린 오미자 밭
오미자가 부러운가요?
물을 좋아하는 천진난만한 50대 소녀들
물을 떠날 줄 몰라
오미자, 봉숭아
그 때 그 여인들
터널 앞에서
사과 밭도 있어요
물이 흐르는 마을 길
노은리의 농가들
기장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고
마을에서 바라본 천주봉 - 뾰족한 부분이 정상
마을 어귀에서 찰르 회수해 다려오는 두 분을 만났다. 돌아오는 길은 다시 동로에서 문경을 거쳤다. 산행 시간은 아무래도 점심식사 시간까지 포함해도 5시간은 걸리지 않은 것 같다. 그러므로 3시간 30분이란 말이 더 정확한 말일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2007년 올랐던 성주봉, 운달산을 바라보고, 문경에서 지난 겨울 12월 6일 올랐다가 곤욕을 치룬 주흘산, 부봉도 멀리서 바라보았다. 괴산을 지나노라면 거의가 다 올랐던 산들이다.
해질 무렵 내수를 지나노라면 상당산에서 구녀산성까지, 구녀 산성에서 모래재까지의 능선이 하늘과 땅을 칼로 나누어 놓은듯이, 아니면 하늘 한 자락에 검은 물을 들여 놓은 듯이 그렇게 신비스럽게 보인다. 그 길을 다 걸어 보았기에 신비스러움은 사라진 것인지 더욱 신비스럽게 생각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율량동 청풍명월 한우에서 입에서 살살 녹는 한우 고기를 먹으며 오늘의 산행을 마감한다. 26일에는 우리가 황산에서 돌아오는 날이다. 땀은 말로 흘렸으나 기분은 섬으로 좋다. 9월 산행은 19일에 하는 것으로 회원들이 흔쾌히 승락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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