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20일
오늘은 체육대회 끝날이다. 오후에 시간이 있을 것 같아 이효정 선생님에게 산행이 어떠냐고 물어 보았더니 좋다고한다. 나는 봉무산에서 현암사까지 능선을 타는게 어떠냐고 했더니 좋다고 한다. 내가 먼저 다녀온 사람 산행기를 읽어 보니 한 일곱시간 걸릴 것 같다니까 갸우뚱한다. 맞아 나는 늘 덤비기만 하지 끝에 가서 기진 맥진이다. 이 선생님이 알아보더니 그냥 봉무산만 해도 토요일 오후산행으로는 알맞을 것 같단다. 그렇게 하기로 했다. 아침에 등산 준비를 해 가지고 출근했다. 점심은 학교에서 먹고 출발하면 되니까 물만 있으면 된다.
봉무산은 척산의 앞산이다. 외천리 새동네가 들어선 자리의 동을 막아서고, 척산에서 바라보면 해가 솟아오를 산이다. 봉황이 춤을 추는 형상이라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한남금북정맥에서 갈라진 팔봉지맥의 한 줄기봉무산에서 한 번 일어났다가 용덕산으로 건너뛰어 팔봉산으로 향한다. 용덕산에서 경부고속도로를 넘어서 팔봉산으로 향한 산줄기는 한 줄기는 은적산으로 향하고 한 줄기는 현암에서 고개를 숙였다가 부모산에서 불끈 솟았다가 까치내 들판으로 사라진다. 여기서 현암사 뒷산인 구룡산 삿갓봉(현지에서는 구봉산이라 함)으로 향하는 등마루는 남이와 문의 현도와 문의를 나누는 마루금이다.
사실 나는 청주시 사람이 아니라 청원군 남이면 사람이다. 조상들이 대물려 다닌 학교가 남이 초등학교이다. 남이 초등학교 교가에 보면 봉무산이 나온다. 이 교가의 가사는 처음에는 망일산으로 시작되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봉무산으로 바뀌었다. 망일산으로 시작되는 교가는 돌아가신 유영택 선생님이 지으신 것이다. 남이 학교의 산 증인이신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갑자기 이 가사가 바뀐 것이다. 현재 부르는 교가는 한현구씨(현 총동문회장)의 작사로 되어 있다. 내 생각에는 학교는 망일산의 기슭에 있는 것이지 봉무산의 기슭에 있는 것은 아니다. 하긴 망일산은 봉무산에서 용덕산으로 용덕산에서 다시 망일산으로 이어지니 그게 그거라고 할 수 있지만 마음에 썩 내키는 것은 아니다. 아무튼 망일산은 어려서부터 여러번 갔지만 봉무산은 처음이다. 그래서 작은 산이지만 기대가 더 컸다.
점심을 봉평메밀국수를 먹었다. 체육대회에서 순간순간 나를 감동 시킨 아가들은 많이 섭섭했을 것이다.산행의 기대감으로 머리가 꽉 들어차 아이들 종례를 하는 둥 마는 둥했다. 그래서 점심 살 사람도 도착하지 않았는데 먼저 식당에 가서 기다리는 꼴이 되었다.
남이 농협 주차장 → 외천리 새동네 → 봉무산(346m 정상 ) →성황당 → 264봉 → 청원나들목 → 외천 초등학교 → 농협
남이 농협 주차장에 주차하고 길을 건너서 새동네 들어가는 도로 들머리에 화원이 있었다. 화원에 있는 어르신에게 봉무산 가는 길을 물었다. 남이 배수지 부근에 산행들머리가 있다고 하는데 남이 배수지는 보이지 않았다. 어르신은 멀리 보이는 공장 지붕을 가르키면서 그 옆에 가면 길이 있다고 일러 주었다. 뙤약볕 아래 들판 한가운데를 걸어간다. 길가에는 민들레도 피고 애기똥풀도 노랗게 꽃을 피웠다. 아직 모내기를 하지 못한 논에서는 써레질하는 모습이 보였다. 새동네 골목을 거쳐 어르신이 일러준 푸른 지붕의 공장을 지나니 남이 써비스 공장이 나왔다. 옆으로 돌아가니 무너지는 고가 한 채와 숲 속에 남이 배수지가 보였다. 배수지 입구에서 왼쪽으로 오솔길이 있는데 거기가 산행 들머리이다.
남이농협
도로를 건너면서 바라본 봉무산
무논을 써리는 농부
배수지 입구에 있는 고가
남이 배수지
배수지 울타리를 끼고 도니 등산길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땅은 훅훅 더운 김을 얼굴에 쏘아댄다. 맑은 하늘 아래 녹음은 투명하다 할 정도로 깨끗하다. 가슴에 금방 땀이 괸다. 눈이 부실 정도로 공기가 맑고 개끗하다. 금방 콧구멍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경사가 완만하고 나무 계단을 만들어 놓아서 올라가기 어렵지 않다. 천천히 숨을 고르며 한 30분 오르니 정상이다. 정상에서 조망은 없다.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 있고 기념식수 표지석이 서 있었다. 운동기구와 벤취가 있고 등나무 그늘을 만들어 놓아 사람들의 쉼터로 이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등산로
나무계단길
정상에서
정상의 느티나무
정상에서 다시 능선길을 따라서 남쪽으로 걸었다. 길은 아주 포근하고 숲이라 좋다. 야산을 걷는 것도 이런 맛이 있어 좋다. 조금 가다 보니 갑자기 경사가 급해지고 아래 급히 내려간다. 그러더니 바로 성황당이 나왔다. 왼쪽으로 보이는 마을이 등동리인가 보다. 이 마을은 문의면인데 남이학교를 다녔다. 따지고 보면 여기서도 남이학교가 더 가까울 것이다. 등동리와 우리 마을인 죽림동이 가장 멀다고 했다. 이곳이 아마도 남이면, 부용면, 문의면 삼면의 접경이 될 것이다.
이곳에서 계속 숲으로 시야를 다 가린 오솔길을 걸었다. 이렇게 가면 바로 현암사가 나온다. 이 길은 처음에는 남이와 문의를 나누다가 문의와 현도면을 나누게 된다. 언제 한 번 반드시 걸어 보리라. 높은 산줄기를 버리고 264봉을 향해서 걸었다. 이쯤해서 내려서면 청원 인터체인지가 나올 것이다. 찻소리가 요란하고 멀리 청원 인터체인지가 보인다. 능선에서 내려서자 새로 조성한 묘비가 있는 묘가 있고 그 아래로 임도가 나 있었다. 임도를 걸어 내려오니 바로 부자들의 별장촌인 듯한 마을이 보였다.
성황당
걸어가야 할 곳
마을로 내려서는 임도
임도에서 보이는 청원인터 체인지
별장
별장 앞에는 으레 개가 여러마리 컹컹 짖는다. 개들은 모두 잘 생겼다. 얼마나 포악하기에 종일 목을 매 놓았다. 우리를 보고 발버둥치며 짖는다. 마당에는 고급 승용차들이 놓었다. 이곳은 경부고속도로 나들목에서 가깝고, 대전과 청주에서 가까우니 그럴만하다고 생각한다. 대궐 같은 집도 있었다.
청원 IC에서 고속도로를 따라 외천리로 난 포장도로를 계속 걸었다. 차도 별로 다니지 않는데다가 주변에 아카시가 피어 포장길이라도 걷기에 좋았다. 외천 초등학교 앞에 오니 오후 5시쯤 되었다. 외천 초등학교도 부근의 초등학교에 근무할 적에 한 번 와 보고 처음이다. 학생이 있을까 했더니 학교를 말끔하게 정리하여 보기 좋았다. 영화에 나오는 추억 속의 학교처럼 아름답다. 일과 중인지 교직원의 차가 그늘에 주차되어 있다.
청원 IC
외천초등학교
외천초등학교는 야구부가 있는지 야구장도 있었다. 정말 그림처럼 아름답다. 땀도 알맞게 뺐고, 맑은 공기로 여러가지를 마음껏 헹구어 냈다. 기분 좋은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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