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14일
눈다래끼 난 안자
天池 부근의 백두산 매발톱꽃
8시에 교실에 들어가 보니 안자 자리가 비었다. 이건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것이다. 안자는 웬만해서 지각을 하지 않는다. 구자가 5분쯤 늦었다면 당연한 일이지만, 안자 자리가 비니 불안하다. 다시 연구실로 왔다. 전화를 찾았다. 아, 차에 두고 그냥 왔다. 안자 엄마 전화 번호를 찾아 유선으로 전화를 했다.
"선생님께 문자를 보냈는데요. 못 보셨군요. 전화를 드려도 안 받으셔서 문자를 보냈는데---."
"그런데 왜 이 녀석이 안 오지요?"
"선생님 안자가 눈다래끼가 났어요."
"아, 그거 말 안 듣고 빤질거리는 애들만 나는 건데 그렇게 착한 안자가 왜 났지요?"
"선생님, 얘가 원래 그렇잖아요. 너무 아프다고 해서 병원에 들렀다가 보낼께요."
"그렇게 하세요. 어제부터 눈이 아프다고 했는데 눈다래끼는 아니었어요. 참 이상하네. 눈이 이상하니까 막 비볐나 봐요."
"선생님, 그런 것도 알고 계셨어요?"
"안자 엄마, 나는 출근하면 안자만 쳐다보고 있는 거 모르세요?"
너무나 뻔한 거짓말이다. 그래도 안자 엄마는 기분은 좋았을 것이다.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은 아니지만 서로 그게 좋은게 아닌가?
9시 20분쯤 안자가 왔다. 안경 너머로 오른쪽 눈꺼풀이 꼭 건포도처럼 짜글짜글하면서도 오동통하게 부어 올랐다. 얼마나 아플까? 그런데 愚子는 걔들 아빠 맘이 아니라서 그런지 그 모습이 재미 있었다.
"안자야 이 뺀질아, 말안들어서 그래."
"아녜요 선생님 저 요즘 공부도 열심히 하고 착하게 살잖아요."
그래 맞기는 맞다. 그래도 녀석의 모습이 재미있다.
愚子는 어린 시절 유난히 눈다래끼에 많이 걸렸다. 손을 청결하게 하지 못해서 그랬을 것이다. 그 때마다 愚子에게는 치료 방법이 있었다.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에 납작한 돌을 하나 놓는다. 그 위에 눈다래끼 난 눈의 눈썹을 뽑아 올려 놓는다. 그리고 또 그 위에 돌을 놓아 바람에 날라가지 않게 한다. 그러면 지나가던 '아이들이 이게 뭐여?' 며 발로 툭 차면 바로 그 아이에게 눈다래끼는 옮아가고 愚子의 눈은 말끔히 낫는다고 믿었다. 우연히 나은 것도 그래서 나은 것이라고 믿었다. 심술과 저주가 조금 있기는 하지만 얼마나 낭만적인 치유법인가? 아픔을 함께 나누어 가지며 고통을 웃음으로 극복하는 삶의 지혜이다.
"안자야 좋은 방법 가르쳐 줄까?"
愚子는 그 기막힌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안자는 도리질을 한다. 착한 안자는 나와 다르다. 愚子 같은 심술이 아이들마다 다 있는 것은 아니다.
착한 안자는 이튿날 다 나았다. 愚子는 또 놀렸다.
"카지모드가 모나리자가 되었네."
"선생님, 착하게 살면 다 나아요."
"그래 맞아. 내가 농담으로 그런 거야."
"다 알아요. 제가 이쁜 거지요?"
안자는 제가 착한 것을 안다. 제가 이쁜 것도 안다. 스스로 착한 것을 아는 아이들은 절대로 착하지 않은 일을 저지르지 않는다. 이쁜 것을 아는 아이들은 절대로 학생이 해서는 안되는 화장을 하지 않는다.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다. 안자는 그런 아가이다. 그래서 더 이쁘고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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