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생활과 일상/꽃밭 일기

꽃밭일기 16 - 수련회

느림보 이방주 2010. 6. 1. 21:59

2010년 5월 27, 28, 29일

 

수련회

 

교육과정 중에 2학년 때 실시되는 것이 수련회이다. 수련회는 여러가지 목적이 있지만 젊은이들의 심성 수련이 그 첫째이다. 금년 2학년 수련회는 5월 27일부터 29일까지 2박 3일간 보은군 산외면 속리산 알프스 수련원에서 가졌다.

 

내가 수련회에 참석해 본 것은 이제까지 두 번밖에 없다. 그나마 한 번은 진천 야영장에서 텐트를 치고 밤새도록 소나기를 맞은 다음 도저히 계속할 수 없어 아침을 짐을 쌌다. 그 후 제대로 딱 한 번 수련회에 참석해 보았다. 수련회를 가지려면 학급 아이들 중에서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참석하지 않으려고 해서 한 명을 허락하면 줄줄이 빠지려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올해는 생동감 넘치는 아가들의 성격 때문에 그런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당연히 불참자는 한 명도 없었다. 그러니 빠지려는 아이들에게 수련회의 의의를 설명하며 참석을 설득하지도 않았다.

 

26일은 모의고사 날이라 5시가 다 되어 시험이 끝나고, 가채점하고 통계내고, 그제서야 강당에 모여 수련회에 대한 설명을 하였다. 그래도 일찍 집에 가서 준비해야 하느니 하는 불평 한 마디 없이 당연한것으로 받아들였다. 최근의 수련회는 야영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준비할 것도 없지만, 예쁜 여자 아이들이 2박3일을 지내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아이들은 이렇게 착하다. 그건 그냥 착한 것이 아니라 그만큼 능력이 있는 것이다.

 

27일 아침, 9시에 출발하기로 했다. 8시 50분에 인원 파악을 해 보니 3명이 오지 않았다. 하자, 홍자, 원자였다. 57분이 되니까 나타났다. 9시 출발에 이상은 없다. 어느 반인지 두세 명이 오지 않아 출발이 늦어졌다. 무슨 사정이 있을 것이다. 나는 차를 가지고 간다. 현장에서 차가 필요한 상황이 오게 될 지 모른다. 부장님이 우리반 버스에 탑승했다.

 

우리는 현장에 도착하여 수련원 측에 학생들을 인계하고 대기하면 된다. 그리고 뒤에서 혹시라도 이탈자가 있는지 생활지도를 하는 임무를 띤다. 그러나 이 아이들이 질서를 어길 일은 없다. 그래도 항상 대기했다. 때로 수련회 현장을 구경삼아 참석했다. 강사나 교관들이 별로 달가와 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러니 처신이 아주 난처하다. 공연히 수련원 주변을 빙빙 돌면서 먼 빛으로 아아들의 활동을 살폈다.

 

이튿날은 오전에 실내 활동이고 심하게 훈련이 아니기 때문에 속리산 여적암을 산책했다. 두 시간 정도 걷고 바로 내려와 수련원으로 복귀했다. 오후에는 활동을 현장에서 참관했다. 줄타기, 승마체험, 클라이밍, 하강 등 다소 어려운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그리고 활기차게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했다. 천하 영재를 만나 가르치는 것이 인생의 행복이라고 한다면 지금 내가 바로 그런 삶일것이다. 공자가 "有朋自遠方來하니 不亦說乎아"라고 한 말을 보면 제자를 벗으로 본 것이 아닌가 한다. 학문의 벗이 나에게 모여드니 그런 기쁨이 어디 있을까? 이 아이들은 모두 공자의 제자 못지않은 훌륭한 아이들이다.

 

저녁에는 마당놀이가 있었다. 이른바 모닥불화합제이다. 하늘을 울리는 함성과 땅을 구르는 율동과 정연한 질서는 아무도 이룰 수 없는 예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 중에서도 우리 학급의 아가들이 가장 훌륭해 보였다. 단순히 제 새끼가 이쁘게 보이는 차원은 아니었다.

 

 도착 : 400명이 버스 10대에 나누어 타고 약 1시간 동안 달려 속리산 알프스수련원에 도착했다. 나는 혹시라도 차가 필요한 상황이 생길지 몰라 내 차를 가지고 가느라 꽃밭 큰애기들과 따로 갔다.

 환영 현수막 :수련원에는 이미 환영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수련원 본관 : 최근에 야영수련활동에 참여해 보지 않은 나는 수련원 시설이나 수련 프로그램이 다 신기했다. 과거에 학생 야영장에서 수련활동지도에 전문가가 아닌 교사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어설픈 활동과는 많이 달랐다.  다른 분들이 인솔했을 때 저녁에 잠깐 들러 인사만 하고 갔을 때 보던 것과는 많이 다르다. 입소식도 처음으로 참여해 보았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미 이런 활동에 익숙해 있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텐트를 치고 직접 식사를 해결하면서 2박3일을 지내는 일도 뜻깊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수련원 정원의 십이지신상 목각

 정원의 장승이 예술적이다.

 정원에서 혼자 

 노란색 철쭉 그리고 마당패랭이

 입영식 :숙소를 배정받기 전에 입영식을 먼저한다. 고등학생들은 이상한 물건은 이미 가져오지 않는다. 안들키게 미리 정리해 놓든지.

 산남 막강 2학년

 수련원 앞에 있는 남한강 지류 -달천으로 흘러간다.

 활동 모습 :골프 체험인가?

                 입영 각오 : 1반 각오가 인상적이다.

                  2반 : 팀명 반가가 멋있어 3행시도 그럴듯하고,

                  3반 : 담임선생님 얼굴을 예쁘게 그렸네

                  4반 : 반가

                 5반 : 각오가 멋있군요

                 6반 : 팀 노래가 재밌어

                  7반 : 산남고 삼행시 좋네

                   8반 : 구호가 멋있어

                  9반 : 각오 좋아요. 고백이네

                  10반 3행시가 무슨 의미인지 나는 잘 모르겠어요

 

아가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이곳 저곳 다니면서 참관하였다. 수련원 교관들이 질서있게 잘 지도한다. 아이들도 불평없이 따르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어리광도 없고 우는 소리도 없다. 하긴 그 분들이 어리광이나 우는 소리에 귀를 열어 들어줄 외모는 아니었다. 세줄 타기 같은 것도 내가 만일 그 높은 공중에 저희를 매달아 놓고 걸어가라고 하면 울고 불고 난리를 쳤을 것이다. 그러나 웃으며 식씩하게 잘도 간다. 고공낙하 훈련도 그렇다. 그렇게 높은 곳에 외줄을 걸어 놓고 거기 매달려 밀어버리면 원수로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웬걸, 아가들은 기특하게 불평 한마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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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박 3일간 큰애기들은 부모님 얼굴은 커녕 전화 통화도 못했다. 그래도 잘 견디었다. 밥이 학교 밥만 못해서 약간의 불평이 있었지만 수련활동으로 인한 시장기로 어떤 밥이든지 맛이 맛나게 먹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수련회를 보면 엄마들이 저녁이면 먹을 거리를 승용차에 싣고 몰려오게 마련인데 이번 수련회에서는 단 한 분도 오지 않았다. 그래서 더 좋았다. 아이들도 그랬을 것이고 우리도 홀가분했다.

 

2반 아이들은 잠시도 쉴 틈이 없다. 휴식 시간에 침실에 가보았더니 다른 방은 모두 피로에 쓰러져 잠이들었는지 고요한데 이 아이들은 잠시도 쉬지 않는다. 누워서 각자 요가를 하기도 하고 단체로 놀이를 하기도 하고 동그랗게 엎드려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활기차다. 살아있다. 혼자가 아니고 함께이다. 그러나 그들은 저마다 추구하는 바는 다 다르다. 함께 가지만 그리고 방향은 다 같지만 모두 다른 모습이다. 수련회는 아주 훌륭하게 긑이 났다. 수련회 측에서도 이렇게 활기차고 열심히 참여하며 하나가 되어 신나게 놀줄 아는 학생들은 처음이라고 한다. 다른 학교에서 온 교사들이 "어쩌면 학생들이 이렇게 깔끔할 수 있느냐?" 부러워 했다. 마치 우리가 깔끔하게 키운 것처럼 당당했다.

 

학교에 도착해서 벌써 경시대회, 미술학원 등으로 자신의 일정에 따라 바쁘게 움직이는 아가들이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해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