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19, 20일
함성
교육과정에 계획된 행사 중에서 아가들의 기대가 가장 큰 행사가 바로 체육대회이다. 우리 학교 체육대회는 1년에 단 한 번 열리는 대신 이틀간 실시한다. 종목이 많고 팀이 많기 때문이다. 팀은 대개 학년 구분 없이 반별로 구성한다. 이를테면 1반하면 1,2,3학년 각 1반이 한 팀이 된다. 그래서 모두 10개 팀이 서로 경쟁하게 되어 있다. 금년 체육대회는 5월 19, 20일 이틀간 개최되었다.
체육대회는 준비 기간은 참으로 짧다. 아가들이 공부에 전념해야 하기 때문에 연습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올해는 체육대회 직전에 1학년이 수학여행을 다녀왔기 때문에 2학년이 더 힘들었다. 사전에 충분히 이론으로 연습을 하고, 2,3일 정도 허용되는 시간에 밀도 있게 연습한다. 이 연습도 사실은 허용되지 않지만, 아이들 성화에 못이기는 교과 선생님들이 피같은 자신의 시간을 내어 주기도 하여 겨우 마련되는 것이다. 아무튼 이 체육대회 준비 기간은 인문학교 아이들이 상하급생간에 교통이 이루어지는 유일한 시간이다. 축제가 있기는 하지만 그 때는 대학입시에 바쁜 3학년들은 거의 참여하지 못한다.
나는 해마다 체육대회 때가 되어도 큰 관심없이 그냥 구경하는 것으로 이틀을 지냈는데 금년에는 담임을 맡은 관계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관심을 갖는다고 해도 아이들을 별로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없다. 아가들이 스스로 알아서 계획을 세우고 선수를 정하고 출전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준비 기간 동안 주변 주택가나 아파트촌에서 민원이 많이 제기되었다고 한다. 아이들의 함성과 음악소리가 너무 시끄럽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로부터 집안이 잘 되려면 가족들의 웃음소리, 아이들 글 읽는 소리가 담을 넘어야 한다고 생각해온 게 우리 전통이다. 젊은이들의 함성의 단 며칠 학교 울타리를 넘었다고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대체 어디에 가치를 두고 사는지 의심스럽다. 싱그럽지 않은가? 이 함성이---.
금년 체육대회는 다른 해보다 더 흥미진진했다. 성화를 올리는 개막식으로부터 3인 4각 돼지몰이, 닭싸움, 줄다리기, 장애물 릴레이, 후프미션돌리기, 8자 마라톤, 지는 씨름 같이 정식 경기 종목을 약간 변형시킨 경기와 이어달리기, 단축마라톤, 농구, 탁구, 배드민턴 등과 같은 정식 종목이 잘 조화를 이루어 재미와 경기력을 모두 갖춘 의미있는 구성이었다.
나는 겉으로는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체육대회의 정신이라고 말해 놓고도 마음 속으로는무조건 이겨주기를 은근히 바라는 속물이었다. 철저하게 질서를 지키고 정정당당하게 겨루어 승부에 깨끗이 승복하는 아이들에게 오히려 많은 것을 배웠다.
팔자마라톤을 연습하는 2반의 이쁜이들 - 팔자마라톤은 정해진 시간에 가장 많은 사람이 줄을 넘는 편이 이기는 기록 경기이다. 연습하는 머리 위에 무지개색의 줄넘기 줄이 돌아가고 있다. 머리카락을 팔랑거리며 줄을 넘는 꽃송이들이 이쁘기만 하다.
도열- 개막식을 하기 위해 도열한 모습이다. 열 개의 팀별로 색색의 셔츠를 입어 특색있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왼쪽에서 두 번째 검은색 흑진주 아가씨들의 나의 사랑스런 꽃송이들이다. 왜 검은 색을 입었을까? 1의 진달래 빛은 얼마나 이쁜가? 하다못해 3반의 흰색까지도 이뻐보인다. 그러나 치어리더경연대회 때 보면 우리 아가들이 검은 색 셔츠를 갖추어 입은 깊은 뜻을 알게 된다. 담임에게도 설명하지 않은 그 지독한 비밀을 말이다.
성화 봉송 - 어느 성지에서 채화한 성화인지 성화대로 향하고 있다. 이로써 개막식의 축제 분위기는 막을 올리게 된다. 학생회장단이 다 1반 팀에 있나?
축포- 포성과 아울러 축하의 오색 테이프와 색종이가 하늘을 덮는다. 오색 풍선이 날아오르면 축제는 절정에 달한다.
타오르는 성화 - 시각적 효과를 거두기 위한 성화는 붉은 연기가 교정은 물론 주변 하늘을 덮는다. 아가들의 박수 소리와 함성으로 산남골이 떠나갈 듯하다.
돼지 몰이 - 경기가 시작되었다. 3인4각으로 럭비 공은 몰아 반환점을 돌아오는 경기이다. 럭비공이 어디로 튀어 갈 것인가 예측하기 어렵다. 웃음과 환호로 교정이 떠나갈 듯하다. 그래도 응원은 해야 한다.
줄다리기 - 3학년까지 동원된 팀별 줄다리기는 승부욕을 불러오는 가장 신나는 경기이다. 그러나 져도 신나는 경기이다. 한바탕 힘을 쓰고 나면 온몸이 뻐근해진다. 도대체 우리는 이 줄을 왜 당겨야 하는가를 생각할 겨를도 없다. 우리 팀 아가들이 결승에 진출했다. 넘어져도 신나고 미끄러져도 신난다. 나 때문에 진 것도 표나지 않는다.
피구 - 규칙이 아주 예민하다. 몸도 재빠르게 움직여야 하지만 규칙을 잘 지키는 편이 이긴다. 신나지만 매우 긴장되는 순간이다. 자신감을 가지면 절대 아웃되지 않는다. 승승 장구하는 흑진주 아가씨들의 얼굴이 싱그럽기만 하다.
지는 씨름 - 상대를 넘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자꾸 일으켜 세워야 이기는 경기이다. 인문체육을 지향하는 우리 남기엽 선생님이 생각해 낸 매우 철학적인 경기이다. 옛날 씨름은 왜 자꾸 남을 넘겨뜨렸을까? 이렇게 상대를 안아주고 일으켜 세우고 또 자신은 상대 앞에 무릎을 꿇고 겸손해지는 자세을 배우는 경기이다. "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라는 우리 조상의 삶의 철학을 몸으로 실천하는 경기이다.
두꺼비 단축 마라톤 - 학교에서 출발해서 마을 뒤쪽의 산책로를 한바퀴 도는 마라톤이다. 아가들의 등에 붙은 표어가 재미있다. 처음에는 도로를 달리기로 계획을 하고 원흥이 방죽 두꺼비 사랑 캠페인을 함께 하려고 했는데 경찰에서 협조할 수 없다 해서 계획이 변경되었다. 대신 산남지구의 마디사랑 병원에서 앰블런스가 대기하여 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경찰에서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인근지역의 검찰이나 법원에서 체육대회를 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처음에는 두꺼비 사랑 단축마라톤을 열었다는데 의미를 두려고 했으나 아가들은 예상보다 훨씬 씩씩하게 달렸다. 선생님들이 선두와 말미에서 달려주시고 교장 교감 선생님도 함께 달리셨다. 우리는 이렇게 상당히 위험이 따르는 일도 부담없이 이루어냈다. 학생과 교직원의 합심은 이렇게 큰 의미를 지닌다.
마라톤
선생님도 함께
벌써 반환점을 돌아 학교로 들어오는 선수들
후프미션돌리기 - 이 경기에서 우리반 명자가 2등을 했다. 후프를 돌리면서 주어진 과제를 이행하는 경기이다. 명자는 지독하게 끈질겼다. 보라, 저 진지한 모습이 이쁘지 않은가?
살아있는 열정 - 마지막 응원에 열을 올리는 2반팀 그리고 함성, 또 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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