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말한다.
읽는 재미 속에서 저절로 아는 선인들의 의식 세계
최운식 박사의 『 옛이야기에 나타난 한국인의 삶과 죽음』
“한국의 신화를 읽었습니까?” 이렇게 물으면 아마도 사람들은 단군신화나 동명왕신화 정도를 떠올릴 것이다. 한국의 신화 가운데 천지창조 신화, 인류의 탄생, 인간의 수명을 관장하는 신에 관한 이야기를 읽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따분하고 허황된 이야기를 읽어 무엇에 쓰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한국의 전설, 민담도 재미로 듣고 그냥 흘려버렸을 것이다.
“그리스 신화를 읽었습니까?” 이렇게 물으면 아마도 대부분 그것을 읽지 않고 어떻게 글을 쓰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아라비안나이트를 읽지 않으면 큰일이 나고 로마 신화를 읽지 않은 초등학생을 둔 젊은 엄마는 내 아이만 뒤떨어진다고 걱정이 태산 같을 것이다.
문학은 어디에 주춧돌을 놓는가? 그것은 삶이다. 삶은 무엇인가? 그것은 자아의 세계에 대한 도전과 이에 대한 세계의 응답이다. 이 때 자아는 실현의 쾌감을 맛볼 수도 있지만 좌절의 쓴맛을 보기도 한다. 문학에는 실제 삶의 모습이 반영되기도 하지만 가상의 현실이 결구되기도 한다. 문학 작품에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치가 반영되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문학 작품을 이해하거나 창작하려면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향하는 가치를 이해해야 한다. 우리 설화문학을 읽는 것은 우리의 시대적 가치를 이해하는 첩경이다. 그리스 신화에는 그리스 사람들이 지향하는 가치가 담겨 있고, 한국의 옛이야기에는 우리 선인들의 삶의 철학이 담겨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국문학의 석학 최운식 박사의 저서『옛이야기에 나타난 한국인의 삶과 죽음』은 우리 선인들의 삶과 죽음에 관한 인식을 알기 쉽게 소개한 책이다. 이 책은 최운식 박사가 직접 조사하고 채록한 우리의 신화, 전설, 민담을 통하여 우리 선인들이 생각한 삶과 죽음에 대해 기술하였다.
생명의 근원, 인간의 수명,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 죽은 뒤의 모습, 죽어서 가는 곳에 대하여 우리 선인들의 생각이 담겨 있는 다양한 신화와 전설, 민담이 소개되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우리 선인들의 사고가 얼마나 합리적이고, 우리 설화 문학이 얼마나 철학적 깊이가 있는지 감탄하게 되고, 우리 문학을 이해하는 바탕을 마련하게 된다.
특히 철학적이고 딱딱할 것 같은 주제를 우리 조상들의 소박한 인생관, 가치관, 우주관이 녹아있는 설화와 고소설, 민속을 통하여 설명했기 때문에 읽을수록 재미있어서 책에 빠져들게 된다.
최운식 박사는 머리말에서 학문적 성과를 쉽고 재미있게 써서 관심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읽혀지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저자의 말과 같이 초등학생도 읽기에 충분한 쉬운 말로 쓰였고, 대학원생이 읽어서 도움 받을 수 있을 만큼 깊이가 있다. 그래서 우리 민족이면 누구나 다 쉽게 읽고 문학의 바탕이 되는 배경지식을 쌓을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저자의 바람은 백배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때늦은 나이에 200여 쪽밖에 안 되는 이 책을 읽고 문학에 눈을 뜨게 되었다. 우리 고전문학을 보는 눈이 새로워지고, 현대 문학을 새로운 안목으로 대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창작의 방향이 달라지고 깊이를 더할 수 있었다. 물론 한국 문학의 원형은 한국의 설화이고 민속이며 고전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제 가을, 바야흐로 독서삼매에 드는 계절이다. 우선 최운식 박사의 『옛이야기에 나타난 한국인의 삶과 죽음』을 먼저 읽고, 다른 책을 읽으면 그 효과가 배가 되리라 생각한다.
(2009. 8. 18.)
2009년 8월 28일 충청투데이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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