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와 연탄난로 | ||||||||||||
| ||||||||||||
| ||||||||||||
| ||||||||||||
잔잔한 이야기 코너인 '에세이 뜨락'은 지역 수필가들이 1주일에 한 번씩 방문, 삶의 여정에서 건져올린 생각을 수필, 꽁트 등의 형식으로 들려주는 작은 사랑방입니다.
청주에는 연탄공장이 없는 것 같더란 내 말에 조치원에서 배달하는데 한번에 1000장을 배달해놓고 겨우 내내 마음껏 땐다고 한다. 하루에 6장이면 2,580원에 따뜻한 겨울을 보 낼 수 있으니 얼마나 경제적인가. 택시기사의 자랑을 묵묵히 들어보기로 했다. 밤새 물 한양동이를 얹어놓고 한밤을 지내면 뜨끈뜨끈한 물로 아내는 아침밥을 짓는단다. 기름보일러는 샤워할 때 나 틀고 사용을 하지않으니 기름값에 대한 애로는 없다고 하였다. 방바닥은 전기장판에 의지하고 온 집안이 연탄난로 덕분에 훈훈한 공기로 하여 행복한 겨울을 보낼 수 있어 근자에 연탄의 고마움을 새삼 느끼며 산다고 하였다. 입이 심심 할 때면 고구마를 깨끗하게 씻어서 은박지에 도르르 말아 양쪽을 꼭 여미고 연탄난로 뚜껑을 열고 넣어 10분만 기다리면 군고구마의 일품요리로 온 집안 식구는 행복해 세상 부러울 게 없단다. 계란을 살짝 바늘구멍을 두 군데 내어서 은박지에 싸서 고구마처럼 넣어 두면, 잠시 후 잘 익은 계란구이가 되고, 아이들 양말 런닝등 속옷들을 한 대야 난로에 올려놓으면 빨래도 백옥같이 잘도 삶아진다며 신나는 가정생활을 털어놓는다. 아들만 둘 있는 그 운전기사는 가끔 쉬는 날이면 시원한 오뎅 국물을 손수 만들어 두 아들을 행복하게 해줄 때도 있다고 하였다. 자기 아내가 만드는 요리보다 본인이 해주는 요리를 아이들이 더 잘 먹는다며, 처음에 느꼈던 공포의 분위기가 어느새 어진 한 가정의 가장으로 돌아와 있었다. 어떤 날은 친구들 몇 사람 불러 육거리 시장에서 뱀장어 몇 마리 손질 해서 자기 집으로 가져와 양념해, 연탄난로에 은박지를 깔고 구워 소주한잔씩 할 때면, 몇 십만원 어치를 불과 몇 만원에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런 날은 그 누구도 부러운 사람 없는 따듯한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연탄난로가 참으로 사랑스럽기까지 하다며, 자랑을 듣는 동안 어느새 내 집 앞에 도착했다. 택시를 자주 이용하면서 숫하게 들어오던 세상살이에 희비가 엇갈리는 이야기도 많았었다. 그날 그 기사와 나와의 만남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기에 그렇게 감당하기 어려운 언어폭행으로 손님인 나를 불안에 떨게 하였을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20년 전 연탄보일러로 난방을 해결했을 때의 추억이 되살아났다. 나도 그때가 더욱 행복했었다. 힘은 들었지만 그때는 땔감의 경제적인 부담이 그다지 크지 않았었다. 아무리 마음껏 태워도 생활비에 위축을 받지는 않았었다. 그 기사의집 거실에 설치된 연탄난로 이야기로 하여 행복한 네 식구의 사람 냄새나는 풍경을 그려보면 더 이상의 부러울 게 없을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되건만 역시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가 보다. 아파트에 들어서니 썰렁한 냉기가 흘렀다. 고유가 시대로 하여 난방비가 이만저만 아니니 외출 할 때는 난방을 가동 할 수가 없다. 내가 만났던 택시기사가 자랑했던 훈훈한 연탄난로가 못내 그리워지는 날이었다.
|
'문학생활과 일상 > 에세이의 뜨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세이의 뜨락> 네 속을 보여줘(임정숙) (0) | 2009.04.10 |
---|---|
<에세이 뜨락> 달과 별(임형묵) (0) | 2009.03.22 |
<에세이 뜨락>그릇(박종희) (0) | 2009.03.07 |
<에세이 뜨락> 두어머니와 탁주(이은희) (0) | 2009.03.07 |
그날 아침, 감방에서 나오니 (0) | 2009.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