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이 하얗게 핀 박달산 소나무
드디어
산을 좋아하는 부부 모임의 발대식을 했습니다.
겨울 동안 놀고 먹은 육신과 정신이 너무 놀랄까봐 가깝고 낮은 산을 택했습니다.
그래서 간곳이
괴산 감물의 박달산(825M)
그러나 느릅재부터 올라갔으니 적어도 300M는 그냥 먹었을 겁니다.
그런데 경이로운 것은
괴산을 지나자 길에 자욱눈이 쌓였더니
느릅재에서 산에 들어서자 복숭아뼈까지 눈이 묻어났습니다.
사람들도 별로 올라가지 않은 깨끗한 눈을 밟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기분 좋았는지 모릅니다.
등산화에 묻었던 먼지가 눈에 깨끗이 씻어날 때
2월의 마지막 주에 마음에 묻힌 남을 원망하는 마음을 깨끗이 씻어갔습니다.
정상에 가까울수록 소나무들이
대관령 소나무에 쌓인 눈만큼이나 눈을 이고 있었어요.
사진 기술이 없어서 그 아름다움을 다 담아낼 수 없는 것이 한이었지요.
정상에서
추점리 쪽으로 내려와
임간도로에서 서선생님 사모님의 기막힌 솜씨로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끓여놓고
소주를 마셨어요.
내가 중국에서 사온 대나무통에 든 요죽주가 가장 인기였어요.
우리는 얼근하여
20대 후반에 있던 학교 얘기며
지나치게 따라다니는 여고생을 단호하게 뿌리치지 못한 우유부단함 같은 것들을
원망처럼, 희담처럼 하하거리며 쏟아지는 봄햇살 만큼이나 즐거운 가슴을 드러냈어요.
20 대 후반의 여고 선생으로 돌아간 기분이었어요.
사실 항상 냉랭했던 내게는 별로 그런 일도 없으면서 나도 한 몫 끼게 되었거든요.
하-------
이렇게 산다는 것은
즐거운 것인 것을------
정상에서
봄은 멀리서 소리도 없지만 오긴 오나보다.
눈속에서도 박달산 생강나무 꽃봉오리가 처녀애 젖멍울처럼 부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