것대산이나 바라보며 -병상에서 10일 째 2월 22일 (일) 일요일이네. 일요일에는 병원도 조용하다. 의사도 없고 간호사도 근무하는 이가 별로 없다. 그러나 문병객은 더 많다. 나는 이유없이 더 외롭다. 이렇게 아내와 마주 바라보고 있는 시간은 답답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렇게라도 숨을 쉬며 함께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아마.. 문학생활과 일상/것대산이나(病床일기) 2009.04.01
것대산이나 바라보며 -병상에서 9일 째 2월 21일 (토) 지난밤 눈보라가 쳤다. 유리창 밖에 보이는 세상이 온통 하얗다. 청남학교 뒷산에 둥그런 등성이에도 눈이 쌓였다. 산이 꼭 옛날 민둥산이던 고향의 언덕 같다. 밭이 있고 커다란 참나무 위에 까치집이 얼기설기 있는 그런 어린 시절 고향의 언덕 말이다. 운동장에도 눈이 쌓였다. 병원 마.. 문학생활과 일상/것대산이나(病床일기) 2009.04.01
것대산이나 바라보며 -병상에서 8일째 2월 20일(금요일) 오늘은 종업식이다. 종업식은 어떻게 진행될까? 교직생활 동안 내가 의식을 진행하는 마지막 종업식이 될 줄 알았는데 그걸 놓치고 말았다. 뭐 그렇게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학교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까? 뭐 다 그렇게 잘 진행되고 있겠지. 지금 봐서는 23일 퇴원하기는 .. 문학생활과 일상/것대산이나(病床일기) 2009.03.31
것대산이나 바라보며 -병상에서 7일 째 2월 19일(목) 새벽에 X-ray 촬영 7시에 내려 갔는데 사람들이 엄청나게 밀려 있다. 사람들은 가지각색이다. 그 분들에 비하면 나는 환자도 아니다. 참혹해서 바라볼 수조차 없다. 거기다가 노인들은 더 심하다. 거의 검은 강물을 반쯤 건너가 있는 분들이다. 젊은이들은 어떤 사고인지 모르나 일그러진 모.. 문학생활과 일상/것대산이나(病床일기) 2009.03.31
것대산이나 바라보며 - 병상에서 6일째 3월 18일(수) 오늘 옆으로 누워 보았다. 오른쪽으로 누우면 가슴이 터질 듯하더니 오늘은 누워도 괜찮았다. 반듯하게만 누워 있는 것보다 편리했다. 우선 링거를 왼쪽 손이나 팔에 꽂았을 때는 오른쪽으로 눕는 것이 편리했다. 점심시간에 심선생님과 1학년 여선생님들이 오셨다. 그중에 어른인 심선생.. 문학생활과 일상/것대산이나(病床일기) 2009.03.29
것대산이나 바라보며 -병상에서 5일째 2월 17일(화) 닷새째 주사는 계속 찔러대는데 가슴 통증은 멈추지 않는다. 기침은 좀 줄었지만 기침을 할 때마다 찢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아프다고 말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일찍 내보내 주지 않을까 하는 어린애 같은 생각이다. 오후에는 가슴 통증이 갑자기 더 심해졌다. 그래도 말을 하지 않았다. .. 문학생활과 일상/것대산이나(病床일기) 2009.03.29
것대산이나 바라보며 -병상에서 4일째 2월 16일(월요일) 개학날이다. 바깥 날씨는 따뜻해 보인다. 지난밤에 오한과 식은 땀이 났다. 환의가 다 젖었다. 새벽에 일어나서 화장실에 가는데 선뜩선뜩했다. 오른쪽 가슴이 옆으로 누울 수 없을 만큼 아프다. 괴롭다. 참 괴롭다. 젊은 내과 의사 한 사람이 올라와서 내가 찍을 사진에 대하여 설명을 .. 문학생활과 일상/것대산이나(病床일기) 2009.03.27
것대산이나 바라보며 - 병상에서 3일째 2월 15일 (일) 일요일이다. 원래는 오늘 백만사 등산을 약속한 날이다. 상주의 갑장산으로 이효정 선생님과 내가 운전하고 떠나는 날이다. 날이 풀리고 모처럼 떠나는 등산에 얼마나 깨가 쏟아질 것인가? 그런데 나 때문에 포기했다고 한다. 미안하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으나 한 사람이 입원해 .. 문학생활과 일상/것대산이나(病床일기) 2009.03.27
것대산이나 바라보며 - 병상에서 2일 째- 2월 14일 토 아내도 나도 어색한 방에서 어색한 밤을 새우고 날이 훤히 밝았다. 밤새 왱왱거리던 텔레비젼은 여전히 그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 별로 아프지도 않아 보이는 그 환자는 창가에 동전을 쌓아 놓고 있다. 텔레비젼이 죽어가면 '쩔그렁' 하면서 동전으로 밥을 먹였다. 아침이 되자 창가에 주인.. 문학생활과 일상/것대산이나(病床일기) 2009.03.23
것대산이나 바라보며 - 병상에서- 첫날 2월 13일 (금) 오늘 내륙문학 총회 날이다. 그런데 점심식사 직후부터 가슴이 뜨끔거렸다. 사실은 오전에도 기침을 할 때마다 조금씩 뜨끔거렸는데 오후가 되니 숨을 쉬기조차 거북했다. 숨이 가쁜 것이 아니라 숨을 크게 들이 쉬면 가슴에 침을 놓는 듯 했다. 아니 칼로 가슴을 도려내는 것 같았다. 4교.. 문학생활과 일상/것대산이나(病床일기) 2009.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