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생활과 일상/수름재 일기

막내의 분노

느림보 이방주 2022. 7. 24. 10:58

2022. 7. 18.

섬동 김병기 시인의 시집
[스승을 말하다]를 읽는다.

"부모는 유난히 막내를 사랑하지요.
막내는 어떤 잘못도 용서 받지요.
왜 그런지 아세요?
부모랑 가장 짧게 살기 때문에 그래요."

섬동 선생님 말씀이다.

비가 쏟아진다.
우산으로 억수를 가리며
법계사에 간다
眞如를 찾으러 간다
因과 緣이든 關과 係든
분노의 門을 찾아
망을 찢으러 간다

古稀에
칠십년전 인연에 분노하고
억울하고
돌이킬 수 없어 분노하고
그냥 두지 않아 분노하고
그냥 둬서 분노하고

그리워서 분노하고
함몰 되는 인연에 분노하고
배고파서 억울하고
배불러서 분노하고
먹을 수 없어 분노하고
배설에 분노하고

나를 찾는 이 때문에 분노하고
나를 찾지않는 이 때문에 분노한다

법계사에 간다
眞如를 찾아간다
비가 마구마구 쏟아진다
내 안처럼 퍼 붓는다

섬동 선생에게 배운다
밥을 배우고
말씀을 배우고
스승을 배운다

섬동 선생님은 진정 스승이다
신성함 신비로움을 보는
시인의 말씀으로
퍼붓는 분노를
삭힌다
잦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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