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수필의날/2022년 4월 28일/
빅 데이터 시대의 수필쓰기
- 무엇을, 어떻게, -
최원현
1. 들어가며
사스(SARS), 메르스(MERS)도 겪었지만 코로나19(COVID19)의 3년여를 불안과 공포와 불편 속에 살면서 너무나도 나약한 존재인 인간의 실체를 보게 된다. 그 작은 바이러스에도 속수무책인 인간, 그러나 이미 우리는 이런 상황, 이런 환경을 몇 번이나 이겨내며 삶을 지켜왔다. 따라서 이 또한 이겨낼 것이다. 뿐 아니라 인간의 능력은 이러는 순간에도 상상키도 어려울 놀랄만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21세기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디지털∙데이터 혁명 시대를 열고 있다. 이른바 빅데이터 시대다. 이미 우리는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대국에서 알파고가 승리한 것으로 ‘인공지능이 우리를 지배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을 갖게도 되었었다. 사실 기계(자동차)와 사람이 같이 달리면 당연히 기계(자동차)가 이기고, 슈퍼컴퓨터와 사람이 계산 대결을 한다면 컴퓨터가 이긴다는 것을 인정하는 상황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을 다 이긴다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도 결코 없진않다. 우리는 영화 <아이언맨>을 통해 인공지능의 긍정적인 면을 보았지만 <터미네이터> 같은 영화에선 인공지능이 인간을 멸망시키려는 존재라는 불안한 면도 보게 된다. 이 또한 불가능하다고는 단정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문학의 미래-글쓰기의 미래’를 생각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하겠다.
우리는 종이와 펜에서 컴퓨터 글쓰기로 바뀌어있는 상황처럼 최근 10여 년 동안 급속도로 발전한 모바일(Mobile)기반의 디바이스들과 인공지능(AI)의 발달이 우리 삶의 새로운 방법론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인간이 문화예술 분야에 부여하는 미학적 가치와 존재적 목소리는 문화예술만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영역(특성)이라고 여기면서 이런 변화와 시도에도 결코 문화예술 분야를 대체할 영역은 없다라는 선입견을 갖고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곧 인간이 예술작품을 창작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AI)이 이 일도 감당할 수 있다는 불안은 예술 이외의 분야인 금융이나 건설, 서비스 분야에서 이미 상당부분 점유되고 있는 걸 보면서 그 불안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이러한 시대의 어디 만큼에 와 있는 것이며 그런 우리는 그러면 또 어떻게 해야 할 것이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하지만 필자는 이에 대한 전문가도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글을 쓰는 문학인의 한 사람으로 이런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미 우리 속에 와버린 시대는 얼마큼인지를 알아보면서 미래에 대한 아니 내일에 대한 우리의 자세와 각오를 생각해 보자는 의도로 이 글을 쓴다. 따라서 전문가가 아니므로 부득이 관련 서적이나 인터넷상의 자료들을 검색하여 대개가 이 분야에 문외한(?)일 수밖에 없는 문인들에게 나름의 소개를 하려다 보니 본의 아니게 인용과 차용된 내용의 출전을 명확히 밝히지 못한 것도 있을 텐데 이는 결코 표절이나 도용의 뜻이 아님을 해량해 주시기 바란다.
2.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어떤 시대인가.
-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사는 의미 -
21세기의 현대는 새로운 용어의 시대라 할 만큼 일컬어지는 말이 수도 없이 많지만 4차 산업혁명(4IR; 4th Industrial Revolution)시대 또는 빅데이터(Big Data) 시대로 대표된다. 4차 산업혁명(4IR; 4th Industrial Revolution)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loT)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산업혁명’을 말한다. 18세기의 제1차 산업혁명이 증기기관 기반의 기계화 혁명이었다면 19-20세기 초의 제2차 산업혁명은 전기에너지 기반의 대량생산 혁명이었다. 20세기 후반의 제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인터넷 기반의 1차 지식정보 혁명이었고, 21세기에 들면서 우린 제2차 정보혁명 곧 제4차 산업혁명기를 맞고 있다. 소위 지능(AI SW)과 정보(빅데이터 클라우드)의 시대로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과 바이오 기반 CPS(Cyber-physical System:가상세계와 현실세계가 융합되는 가상 물리시스템) 혁명인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의 기술 융합으로 사람-사물-공간이 초연결성, 초지능화, 융합화로 가는 것이다. 사물인터넷(loT;Internet of Things), 로봇공학(Robotics), 3D 프린팅(Additive manufacturing), 인공지능(AI), 신소재, 5세대 이동통신(5G), 빅데이터 분석, 유전자 편집 등이 상호 협력 연결되면서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내며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과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도 합류한다. 이 모든 것이 빅데이터의 결과물들이다. 이러한 기술 혁신(breakthroughs)은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인데 이미 우리는 그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그러한 기술이 축약된 이 시대의 모두가 손에 하나씩 들고 있는 스마트폰 하나로 생활 속에서 못 하는 게 거의 없다. 따라서 이 스마트폰이 우리 손에 없으면 우리는 눈과 귀를 잃은 사람이 될 만큼 거기에 길들여져 있고 그 혜택에 빠져있다.
현대는 데이터가 우리를 살게 하고 있다. 데이터에 의해 크고 작은 거의 모두의 의사결정이 되는 시대다. 가히 데이터, 데이터 혁명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 이곳에 오기 위해서도 스마트폰에서 ‘지하철종결자’ 앱을 열어 어떻게 가는 것이 가장 좋은지를 검색하고 언제 도착할 수 있는지까지 확인하고 그가 시키는 대로 왔다.
이처럼 우리 손의 스마트폰이 우리를 인도하고 있으며 집에서나 일터에서도 컴퓨터와 마주 앉아 거의 모든 일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편리와 정확성 확인을 위해 더 많은 데이터를 필요로 하게 되고 그러면서 우리도 더 많은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또 만들어내고자 한다. 현대인들은 오로지 데이터를 통해 수많은 정보를 얻으면서 보다 편한 삶을 살고자 한다.
10년 전인 2012년 kbs에서 방송된 다큐멘타리 <빅 데이터, 세상을 바꾸다>는 IT 전문가들 사이에서나 논의되던 빅데이터에 관한 논의를 사회 전반에서 논의케 만들었다. 빅데이터의 시대(The Age of Data)를 연 것이다. 그로부터 데이터는 눈에는 보이지 않던 시대와 세상의 변화까지도 눈으로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러다 보니 요즘 우리는 오히려 너무 많은 정보 때문에 정작 어떤 것이 참 의미 있고 진정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가늠하기조차 어려워한다. 정보의 혜택을 누리기보다 정보에 끌려다니게 되는지도 모른다. 내가 의도하지 않더라도 한 시도 떼어놓지 못하고 있는 휴대폰은 기지국과 쉼 없이 신호를 주고받는다. 만일 그게 끊긴다면 전화도 문자 메시지도 받을 수 없고 보낼 수도 없다. 검색도 은행 업무도 할 수 없다. 쇼핑몰에서 원하는 것을 구매하거나 어떤 것이 있는지를 알아볼 수도 없다. 그렇게 휴대폰을 열어놓고 있다 보니 내가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던 내 위치와 정보를 통신사가 읽게 되고 그걸 통해 요금도 청구된다. 카톡을 하거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블로그나 카페에 로그인을 하는 순간 나를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가 생겨나고 데이터가 생성된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실시간으로 알게 된다. 이런 데이터들은 나와 관계된 사람들 뿐 아니라 내가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심지어 다른 나라에 까지도 연결되고 나누어져 정보가 공유되면서 소통이 된다. 미국에 있는 아들과 독일에 사는 딸과 실시간 영상통화가 가능하여 떨어져 있다는 것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세계와 순간을 공유한다. 집을 나서면 수많은 CCTV가 나를 보고 있고 차를 타면 블랙박스가 있고 움직이는 CCTV인 핸드폰도 나를 보고 있다. 그만큼 나는 데이터의 혜택을 누리는 만큼 데이터로 부터 자유로울 수도 없다. 소셜네트워크(SNS) 시대, 정보의 시대, 데이터 시대 속의 나 또한 데이터의 일부분일 수밖에 없다.
3. 예술 분야의 적응
- 인공지능(AI)의 예술 창작, 어디까지 가능할까? -
금융이나 마케팅 등 생활영역에선 빅데이터의 활용도가 특히 높다. 하지만 문화예술 분야도 만만찮게 새로운 시도들이 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AI)이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놀라울 만큼 많이 적용 내지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들고 소설도 쓰고 있다. 언론사의 증권 기사 작성도 인공지능(로봇기자)이 활약하고 있다. 다 해도 감성적인 문학만은 할 수 없을 거라고 했는데 거기에도 들어와 있다.
1) 2016년 4월 런던에서 열린 사이파이 런던 영화 페스티벌에선 인공지능이 쓴 시나리오로 만든 <썬 스프링(Sun Spring)>이라는 8분짜리 단편영화가 상영되었다. 컴퓨터 공학자인 로스 굿윈과 영화감독인 오스카 샤프가 개발한 인공지능 ‘벤자민(Benjamin)’의 작품인데 1980-1990년대의 SF영화와 TV 프로그램의 각본들을 학습 시켰다고 한다.
2) 미국에서는 공포 이야기를 만드는 프로그램 ‘셀리(Shelley)’가 인터넷에 떠도는 공포 괴담을 학습하여 트위터를 통해 사람들과 릴레이 방식으로 공포 글을 썼다. 셀리가 한두 문장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트위터 유저가 이어서 글을 쓰고 거기에 다시 셀리가 이어나가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방식이었다.
3) 일본 NHK는 도쿄에서 열린 연구 과제 보고회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소설이 쓰여졌고 일부는 문학상 1차 심사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2016년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세기의 대국으로 전 세계가 들썩일 때 일본에선 문학계를 접수한 AI가 소개 되었다. 실제로 AI를 활용해 쓰여진 소설이 소개되었다. AI를 통해 신작 소설을 만들어내는 SF 작가를 목표로 4년간 연구를 진행한 결과 마쓰바라 진(松原仁) 공립 하코다테미래대 교수가 AI를 활용해 만든 단편소설 4편을 ‘호시 신이치(星新一)’ 문학상에 응모 했는데 <컴퓨터가 소설을 쓰는 날>이 1차 심사를 통과한 것이다. 연구진이 큰 틀의 플롯을 제공하면 AI는 단어와 형용사 등을 조합해서 문장을 만드는 식으로 소설을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4) 중국에서는 인공지능 ‘샤오이스(Xiaoice)’가 시집《햇살은 유리창을 뚫고》를 출간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14년 개발한 인공지능 시인 샤오이스에게 1920년대 이후의 중국 시인 519명의 시를 학습시켜 1만 편이 넘는 시를 지어내게 했다. 그리고 그중 139편을 골라 2017년《햇살은 유리창을 뚫고(Sunshin Misses Windows)》를 펴냈다. 10개의 장으로 나눠 고독 기대 기쁨 등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담고 있는데 제목도 샤오이스가 직접 붙였다고 한다. 그에게 베이징의 사진 몇 장을 보냈더니 그걸 보고 <AI 베이징>이라는 노래를 작사해 내기도 했다.
구름에 서서/아름다운 도시를 보니/휘황찬란한 문화와 역사가/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네/오늘의 변화를 느끼니/내일은 한 편의 시와 같아라/인류의 함성을 들어보라/AI 베이징을 사랑하네/
이외에도 많지만 다른 나라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5) 2018년 4월 KT(회장 황창규)는 한국콘텐츠진흥원 후원으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쓰여진 소설을 공모하는 ‘KT 인공지능소설 공모전’을 개최 했다. 총상금 1억 원(최우수상 1명 3천만원, 우수상 2명 각 2천만원 6명에게 기술지원금 500만원)으로 인공지능 알고리즘 개발 역량을 보유한 개인이나 스타트업 누구나 참가 가능케 했다. 그 결과 최우수상(3천만원)은 <설명하려 하지 않겠어>라는 로맨스 소설을 저술한 스타트업 ‘포자랩스’가, 우수상(2천만원)은 <로맨스 무협>을 발표한 서울대와 아주대 연합팀과 <반항아>를 출품한 LSTM(한양대학교연합)이 수상했고, 개인 작품도 수상권에 들었다.
6) 그런가 하면 지난해 2021년 8월 25일 AI가 쓴 장편소설《지금부터의 세계》가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비람풍(毘嵐風)’이라는 AI 작가인데 산스크리트어로 ‘우주가 만들어질 때나 파괴될 때 휘몰아친다는 폭풍’을 뜻하는 이름으로 500여 쪽의 장편을 썼다. 수학자와 정신의학자·스님 등이 등장인물로 나오며 우주와 인간의 본질을 규명해본다는 내용이다. 비람풍 혼자 쓴 것은 아니고 소설가이자 공학도인 김태연이 ‘소설 감독’이란 이름으로 주제와 소재·배경·캐릭터 선정 등 핵심적 이야기의 틀은 만들어주었다고 한다.
7) 메타버스(Metaverse)도 있다. 가상 인물의 대리 활동을 통해 일상생활과 경제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사이버 세상인 ‘메타버스Metaverse’는 주체자의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재탄생한 공간에서 초현실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우리나라의 세계적 아이돌 그룹인 BTS가 빌보드 1위에 오르며 K-팝의 새 역사를 쓴 신곡인 ‘다이너마이트(dynamite)’를 메타버스 기반의 온라인 공간에서 발표했다. 이처럼 가상공간이 현실 속에 들어와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세상에서 우리는 벌써 살고 있다. 유명 가수의 공연과 3D 그래픽을 실시간 합성하여 전송이 가능케 하는 5G 시대가 ‘메타버스’라는 가상공간 무대를 만들어낸 것인데 전 세계의 수백, 수천만 명이 동시에 시청을 할 수 있는 메타버스 공연 시대도 열린 것이다.
8) 2021년 8월엔 베토벤의 열 번째 교향곡이 완성되었는데 베토벤이 죽기 직전까지 쓰고 있던 약 200년 동안 미완성 상태로 남아있던 곡을 베토벤이 존재하지 않는 이 현재에서 완성한 것이다. 바로 AI인데 독일의 한 통신사가 2019년부터 전 세계 인공지능 전문가와 음악학자들이 모여 베토벤의 곡을 연구하는 ‘베토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베토벤의 특성을 파악 그가 사용했을 만한 음표를 골라내고, 음악가들이 이를 검수 배치하여 남은 악장을 완성함으로써 베토벤 교향곡 10번이 인공지능(AI)의 도움으로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음악 분야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것은 ‘베토벤 프로젝트’가 처음이 아니라고 한다. 2016년 구글도 인공지능이 작곡한 80초 분량의 피아노곡을 공개했는데 노래, 이미지, 그림 등 자료를 생성하기 위해 딥러닝과 강화 학습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마젠타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알파고’를 개발한 영국 AI 프로그램 개발사와 협력해 ‘엔신스(NSynth·신경신디사이저)’ 툴을 개발하여 1천여 가지 악기와 30여만 가지 음으로 구축된 데이터베이스를 AI에게 학습시켜 새로운 소리와 음악을 만들 수 있게 한 것이다.
9)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딥컴포저(DeepComposer)도 이용자가 키보드로 멜로디와 리듬을 입력하면, ‘생성적 적대 신경망(GAN)’ 활용으로 반주를 창작한다. 두 가지 인공지능 모델인 ‘생성자(generator)’와 ‘식별자(discriminator)’가 경쟁하며 피드백을 주고받은 후 이에 따라 선택한 장르와 목표치에 적합한 음악을 만들어낸다.
10) 미술 분야에서도 2018년 한 경매에서 ‘에드몽 드 벨라미(Edmond De Belamy)’라는 초상화가 5억 원에 낙찰되었는데 작품 오른 쪽 하단에는 화가의 낙관 대신 수학 공식이 적혀 있었는데 이것이 그림 제작에 쓰인 실제 알고리즘이었다. 프랑스 한 예술공학단체가 14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그림 1만 5천여 개를 생성적 적대 신경망(GAN)을 이용하여 AI에게 학습시켜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문장으로 표현된 추상적인 이미지를 그림으로 표현해주는 기술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드로잉봇(Drawing Bot)’이라 불리는 ‘AttnGAN(Attentional 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은 문장을 구성하는 각각의 단어를 이미지화하는 기술로써 복잡한 텍스트로도 비교적 정확한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고 한다.
11) 미국 럿거스 대학과 페이스북은 생성적 적대 신경망(GAN)의 발전된 형태인 '적대적 창조망(CAN, Creative Adversarial Network)'을 개발하고 ‘AICAN’이라 이름 붙였다. 이는 이전의 생성적 적대 신경망(GAN)과 달리 창의성을 가진 형태로 기존 화가들의 작품과 화풍을 학습하지만, 최대한 이전에 없던 작품으로 만들어낸다. 실제 관람객 중 75%는 ‘인간’ 화가의 작품과 구별하기 힘들었다고 표현할 만큼 작품성을 지닌다.고 한다.
구글은 2016년에 이미 ‘딥드림(Deep Dream)’을 발표하며 AI 화가의 등장을 알렸다. 딥드림은 이미 세상을 떠난 거장의 그림을 무한대로 재창조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빈센트 반 고흐, 르누아르 등 실존 화가의 작품과 화풍을 학습 후 결과 값을 도출하는 AI 기술이다. 주어진 이미지를 인식하여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실존 화가의 화풍을 적용하는 것인데, 이전에 없던 완전한 창작은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이처럼 고유한 인간의 영역으로만 여겨지던 예술의 영역인 음악, 미술, 문학 분야까지 인공지능이 다양하게 재능을 보이고 있다.
4. 새로운 시대의 글(수필)쓰기-디지털 리터리시(Digital Literacy)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환경에서 뉴스, 동영상, 광고 등이 없는 생활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오늘날 사람들은 미디어 콘텐츠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정작 많은 사람이 미디어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며 무의식적으로 콘텐츠를 끊임없이 소비한다. 바로 여기에서 문제의식이 발생한다. 미디어를 읽고 쓸 수 있는 능력, 즉 미디어 리터러시가 결여된 무의식적인 미디어 소비는 우리의 삶에, 나아가 전체 사회에 큰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오늘날 다양한 이유에서 이 같은 미디어 리터러시의 필요성이 등장하며 이는 성숙한 민주사회의 요건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미디어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활용),김경희,이숙성 외, 한울아카데미,2018. 책소개 중.>
이 말은 걷잡을 수 없이 몰려드는 새로운 현상 또는 상황에 엄거주춤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최소한 이런 것들이 어떤 것인가 정도는 알고서 대처하거나 대응해야 한다는 말이다.
1) 우리는 여기서 두 가지에 직면한다. 하나는 인공지능이 등장한 이런 시대에도 여전히 인간의 글쓰기가 필요한가 이고, 또 하나는 그렇다면 이런 시대에 우리는 어떤 글쓰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1) 첫 번째 질문에 우리는 먼저 대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우주비행을 하는 우주인에겐 여러 가지 여건상 알약 하나의 식사가 제공된다고 할 때 이 시대의 우리에게 알약 식사를 시판한다면 얼마나 이를 선호할까. 영양보다도 씹는 맛, 먹는 맛, 먹는 즐거움이 없는 식사가 과연 인간에게 만족한 식사가 될 것인가. 똑같은 영양소와 함량의 알약 한 알과 그만큼의 음식을 놓고 선택하라면 어느 것을 선택할까. 알약을 택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먹음직한 음식을 택하지 않을까. 그처럼 인간의 시대에선 인간만의 고유한 맛이 있고 그걸 즐기는 즐거움이 있는 만큼 인간이 해오던 행위들이 바로 사라지진 않을 거라 생각된다. 빨리 가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나 즐거움이 아니듯 우린 목적만을 위한 최상 최고만 지향하기보단 그렇지 않은 평범과 보통을 누리면서 그걸 더 사랑하고 즐기기 때문이다. 인간의 존재성과 인간만의 보람을 갖게 하는 거룩한 노동의 수고가 문학이라는 글쓰기의 목표 내지 목적성을 놓아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글쓰기는 표현이다. 손으로 하는 표현, 말로 하는 표현, 눈으로 하는 표현, 기기를 사용하는 표현, 무용처럼 몸으로만 해야 하는 표현 등 표현도 다양하듯이 글쓰기는 인간이 머리와 가슴으로 생각한 것을 눈으로 보며 손으로 쓰는 종합행위이며 그를 통해 기쁨과 만족과 즐거움을 얻는다. 따라서 인간은 결코 그런 행위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요 포기할 수도 없다. 표현은 내가 살아있다는 증명이요 살아있기에 할 수 있다는, 살아서 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생각하지 않는 인간, 그 생각을 인공지능이나 기타 다른 것에 맡긴다면 인간은 식물이나 다름없으며 그렇게 되면 오히려 생각하는 인공지능의 종속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생각이 표현을 만들고 표현은 살아있음의 증거가 되며 그 표현을 통해 인간의 우수성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 우수성의 표출이 만물의 영장으로서의 자존심이며 이런 표출이 자존감도 만든다. 창작의 고통과 땀을 흘리는 수고야말로 무엇으로도 바꿀 수도 비교할 수도 없는 인간만이 고유하게 가질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기 때문이다.
(2) 그렇다면 이런 시대에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하는가.
- 문학의 정통성과 시대변화에 맞춘 문학 영토의 확장 내지 문학의 새 영토가 가능한가.
예전에는 필요한 자료를 책이나 도서관에서 얻었지만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이동 중에도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고 회의나 수업을 하거나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이 시대에는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 등의 디지털 기기와 친해져야 하고 앱이나 웹사이트에 못 들어가면 원시인 취급을 받는 지경이다. 그러다 보니 그것들에 너무 의존케도 된다. 하지만 이런 시대를 살려면 이런 걸 이용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기도 하다.
언젠가부터 증권사의 화면 앞에 몰려 앉아있던 사람들을 볼 수가 없게 되었다. 모두 집에서 컴퓨터 화면으로 보면서 상황을 살피고 매입과 매도를 하고 있다. 아니 이동 중에 핸드폰으로도 이를 해낸다. 음식점에도 로봇이 음식을 나른다. 곧 택배기사나 집배원도 사라질지 모른다. 이미 대형 온라인쇼핑몰은 드론으로 상품을 배송하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미디어 리터리시, 디지털 리터리시는 이 시대의 새로운 문맹자가 되지 말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문학에서도 시나 소설은 가능해도 수필만은 인공지능도 안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음악을 만들고 소설을 쓸 수 있는 인공지능에게 내 살아온 삶의 기록이나 사진들을 학습시키고 나에 관한 핵심 단어나 문장을 제시하면 수필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시를 쓰는 인공지능 샤오이스가 고독⋅기대⋅기쁨 등 사람의 감정을 시에 담아냈다면 수필적 감성도 한 사람의 수필집 여러 권을 학습시킨다면 그 사람이 쓴 것과 비슷한 수필도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그걸 왜 인공지능이 하느냐인 것이다. 엄청난 비용이 들어야 하는 그 작업으로 무엇을 얻을 것인가. 결국 실용성 경제성에서 현실화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알약 식사를 일반 대중이 선호하지 않을 것처럼 인공지능에 의한 글쓰기도 일반화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인공지능 법무사 변리사 회계사 등 전문적 영역은 실용화될 수 있을 것이고 법리적 사건을 분석하고 정리하는 일들에는 효율성 면에서 인공지능이 활용될 수도 있다. 하지만 문학인으로 시대적 현상에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문학인 오랫동안 해온 일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할 것이고 다만 시대적 산물인 새로운 문화를 적극 수용 활용하여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확대 확장시키거나 만들어는 갈 것이다. TV가 나오면서 라디오시대는 갔다고 했지만 오히려 라디오 시청자가 더 많다는 현실처럼 말이다.
2) 4차 혁명시대의 문학(책) 선보인 이외수
이외수 작가는 2020년 3월 뇌출혈로 쓰러졌지만 2018년에 새로운 문학 형태를 선보였다. 바로 《이외수의 캘리북》(2018년 8월, 해냄)이다. 제본 거부, 서가 거부, 기존 형식의 페이지(쪽) 거부 등 무한 자유를 구현한 책(?)이다. 그는 SNS 친구들에게
"책의 대혁명을 예고합니다. 제본을 거부한 책, 서가를 거부한 책, 기존 형식의 페이지를 거부한 책, 사랑의 실패를 거부한 책, 무한자유, 무한 행운을 선언한 책 하시는 일이 안 풀릴 경우, 이 책을 한 번 선물해 보세요. 기이한 현상을 체험하실 수도 있습니다." 라고 했다. 그에게는 트위터(240만명), 인스타그램(30만명), 페이스북(10만명), 카카오 채널(10만명) 등 SNS에 가입한 많은 친구들이 있는데《이외수의 캘리북》은 묶여져 있는 책이 아닌 낱장으로 그는 그렇게 "책의 혁명, 책의 무한자유"를 강조했다.
"순서대로 쪽이 매겨 있으나, 순서 없이 읽어도 되고, 제본을 하지 않는 책, 책의 무한자유를 부여하는 책, 책의 혁명이다. 언뜻 보면 제본을 한 책처럼 보이지만, 제본을 하지 않았다. 그냥 박스 안에 들어 있다. 쪽이 다 독립돼 있다. 모든 쪽을 골라 낱개로 보낼 수도 있고 액자에 넣어 벽에다 걸어 놓을 수도 있다. 그리고 낱개로 각각 선물을 할 수도 있다. 종이비행기로 접어 날릴 수도 있다. 딱지를 접어 칠 수도 있다. 종래의 책의 개념을 완전히 다 파괴했다." 고 했다. 하지만 박스 뒷면 겉표지에 가격 바코드가 붙어 있는 책이다. 엽서보다 약간 큰 크기의 하얀 종이 위에 한 줄짜리 글, 그의 잠언들이 기록되어 있다.
"책은 엽서보다 약간 큰 크기이다. 하얀 종이에 나무젓가락(목저체)으로 쓴 한 줄 자리, 거의 잠언에 가까운 글을 기록했다. 앞쪽에는 '누구에게나 아침은 온다', '주저앉지 마라 비록 느린 걸음이지만 행운이 네게로 오고 있다', '태양이나 희망에는 임자가 없다, 먼저 간직한 자가 임자다' 등의 글을 게재했다. 매일 하나씩 젊은이들에게 힘과 용기가 되는 그런 잠언적 글들이다. 뒤쪽은 일상적 삶을 살아가면서 느낀 것들을 진솔하게 글과 그림으로 표현했다. 어떤 것들은 나뭇잎으로 개도 만들고, 집도 만드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이제 허구한 날, 서점에서만 책을 만나는 그런 관행을 떠나 문방구, 마트, 편의점 등 아무데서나 책을 접할 수 있어야 하는 시대"라며 "언제든지 누구한테든지 즉흥적으로도 선물할 수 있고, 받는 사람은 보석보다 더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책"이라고 했다.
책은 그림, 글씨 등 올 칼라로 100여 쪽 정도 되지만, 사실상 한 장을 한쪽으로 표시해 50쪽이었다. (이상 ‘유튜브 강원도‘ 김철관 기자 인터뷰 중 2018.08.06.)
이런 실험적인 책의 변화가 빅데이터 시대의 글쓰기나 출판의 대안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변화 곧 창조적인 노력도 진행되어야 한다는 한 예로 주의깊게 보아질 수 있다.
3) 그런가 하면 최근의 인터넷상에는 ‘AI로 복원된 젊은 황순원 소설가’의 초상이 나돌고 있다. 이는 이미 경찰 수사 현장에서 실종자를 찾거나 신원을 확인할 때 어렸을 때와 과거의 사진을 근거로 현재에 맞게 구현한 것처럼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 같다. 그렇게 윤동주 김유정 같은 20대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옛 작가들도 60세 70세까지 살아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얼굴뿐 아니라 목소리의 변화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베토벤의 미완성교향곡을 현재에 완성하는 것처럼 잘만 활용하면 우리 문학은 여러 방면에서 생각지 못한 현상을 체험할 수 있고 훨씬 훌륭한 작품도 생산해 낼 수 있을 것이다.
4) 며칠 전 신문을 보니 ‘음악에 색을 입히다’란 기사가 났다. 소리를 색깔로 변환해 청각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문학 또한 이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아날로그적인 것들의 새로운 도전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내는 것 뿐 아니라 지금 상태에서도 수필극, 오디오 수필, 영상수필, 디카 수필, 무용과 수필의 화합, 그림과 수필의 화합 등으로 다양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얼마 전 황순원 소나기문학관엘 갔는데 소설 <소나기>를 영상화해 놓은 것이 있었다. 읽는 소설이 아니라 영상 속에 들어가 물소리를 듣고 소나기를 맞고 징검다리를 건너는 새로운 차원의 소설 읽기 현장이었다. 가상세계를 현실 세계에 도입하여 보다 현실감있게 전달하는 능력은 읽는 소설이 주는 감동을 넘어 또 다른 감동을 겪게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글씨를 쓰면 바로 그것이 영상화될 수도 있을 것이며 내 안의 잠재의식도 끌어내어 자동타이핑 시키고 문자화된 그것을 문학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5. 나가며
우리는 시간과 장소를 구애받지 않고 네트워크에 접속하여 온갖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Ubiquitous)시대를 살면서 데이터가 아니면 살아갈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시대가 시대인만큼 생각에도 많은 혼란이 올 수밖에 없는 때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의 이런 변화가 기존의 모든 질서를 뒤엎고 전혀 생각할 수 없는 시대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것들에 이 시대적 문명 혜택을 어떻게 가져다 활용하는가에 따라 그걸 하는 사람과 못 하는 사람의 차이는 극명하게 나타날 것이다. 인문학이 문학의 기본이 되는 것처럼 디지털 리터리시, 미디어 리터리시가 현대를 살아가는 문학인들에게 두려움이 아니라 좋은 친구로 보다 유용한 글쓰기의 길도 열어줄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할 것 같다. 이런 때일수록 먼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을 충분한 독서력으로 기본에 잘 깔아야만 현실과 가상이 융합하는 시대에서도 인간 본연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고 기본 욕구인 행복을 자연스럽게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결국 4차 산업혁명도 빅데이터도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그 기술의 창조자인 인간을 넘을 수는 없다. 더 발전적인 인류가 나올 수는 있어도 인류를 넘어서는 기술이나 기계는 있을 수 없다. 이런 면에서 다가오는 아니 이미 와있는 새로운 시대의 변화들도 기대와 즐거움으로 수용하면서 그걸 마음껏 조종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는 이 시대의 문학인이 되었으면 싶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넥스트 렘브란트’가 그린 그림, 구글의 인공지능 ‘딥드림’이 고호 스타일로 그린 ‘광화문’ 그림, 유튜브의 ‘플로우머 신즈’가 작곡한 음악 등이 전문 예술가의 창작품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의 미적 완성도를 지니고 있고, 예술품을 향유 할 수요자의 취향까지 반영하는 맞춤형 창작이 이뤄질 수 있다 해도 인간 예술가와 인공지능 예술가가 만드는 작품의 순도는 분명 차이가 날 것이기 때문이다. 수제 명품의 가치가 높은 것처럼 말이다.
2017년 2월 21일 시행했던 세종대∙세종사이버대∙국제총번역협회가 공동 주최한 ‘인간 대 인공지능의 번역 대결’에서 번역사 4명과 인공지능 번역기 3대가 대결을 한 결과 30점 만점에 번역사는 평균 24.5점, 인공지능 번역은 평균 10점이었다는 것은 문학분야는 인간의 영역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증명이기도 하다.
효율성, 생산성, 경제성을 기반으로 하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감정산업인 교육∙문화예술∙엔터테인먼트∙관광 산업 등은 로봇으로만 할 수는 없는 영역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인문학을 근간으로 하는 문학은 4차 산업혁명 시대, 빅데이터 시대에도 고유한 인간의 기본을 유지하면서 포용하고 화합하고 해체하고 융합하는 다양한 확장을 펼쳐 더욱 차원 높은 문학으로 발전해야 하며 그 중심에서 문학인은 더 많은 그리고 확실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빅데이터 시대의 글쓰기도 가장 기본이 되는 3다(多)를 잘 지키면서 충분한 독서력을 확보하여 어떠한 새로운 것도 낯설지 않게 적응하고 수용하고 포용함으로써 위대한 이 시대의 문학인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참고도서 및 출처
-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미디어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활용),김경희,이숙성 외, 한울아카데미,2018.
- 빅데이터, 세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 박순서,(주)레디셋고,2017
- 빅데이터 사용설명서,김진호,메이트북스,2022
- 4차 산업혁명과 인문학,이진화,한국수필작가회 심포지엄, 2020.
- 영상시대 수필의 나아갈 방향-디지털 미디어(빅 데이터) 시대에 하이브리드(hybrid)한 글쓰기, 최원현, 2021,충북수필심포지엄
- “베토벤 미완성 교향곡, AI가 완성했다”, <한경닷컴>, 2021.08.29.
- “인간 예술 이해·재창작하는 AI…구글 ‘마젠타 프로젝트’”, <연합뉴스>, 2017.06.22.
- “아마존, 음악작곡 통해 인공지능 가르친다”, <한겨레>, 2019.12.05.
- “AI가 그린 초상화, 5억원에 경매 낙찰”, <머니투데이>, 2018.10.26.
- “예술성은 떨어져도…문학 진일보 시킬 'AI 소설'”, <매일경제>, 2021.08.25.
-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 예술인가 기술인가”, <경향신문>, 2020.05.22.
- “인공지능의 예술 창작, 경쟁이 아닌 상생으로…”, <사이언스타임즈>, 2021.08.12.
최원현 nulsaem@hanmail.net
《한국수필》로 수필,《조선문학》으로 문학평론 등단. 사)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 월간 한국수필 발행 겸 편집인. 사)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사)국제펜한국본부 이사. 한국수필창작문예원장. 한국수필문학상·동포문학상대상·현대수필문학상·구름카페문학상·상록수문예대상·조연현문학상·신곡문학상대상⋅펜문학상 수상 외, 수필집《날마다 좋은 날》《그냥》《누름돌》등 17권, 문학평론집《창작과 비평의 수필쓰기》등 2권, 중학교《국어1》《도덕2》등에 수필 작품이 고등학교 《국어1》《문학 상》등에 수필 이론이 실려 있다.
2022년 4월 28일 최원현의 [빅 데이터 시대의 수필쓰기] 질의 내용
수필의 영역 확장을 위한 행동전략
이방주
문학은 시대와 역사를 담고, 시대와 역사는 그러한 문학을 안고 모순을 치유하면서 변증법적으로 계승 통합 발전합니다. ‘빅 데이터시대의 수필쓰기’라는 선생님의 발제를 들으니 문학의 여러 가지 양식 중에서 그러한 시대와 역사의 사명이랄지, 문학으로서의 사명을 수필이 가장 무겁게 짊어지고 가야한다는 사실이 뜻 깊은 수필의 날을 맞아 더 크게 다가옵니다.
빅 데이터 시대에 효율성, 경제성, 생산성을 앞세우며 도전해오는 인공지능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인간의 영적 영역이고 그렇기 때문에 문학은 어차피 인간의 영역이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수필이 체험과 사실의 문학이고 일상의 해석과 상상의 문학이라면 급격하게 변화하는 4차 산업의 시대에도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을 나름의 가치관이나 문화전통을 바탕으로 철학적으로 해석하고 개념화하여 공명을 주는 창작활동으로 나아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수필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한국 수필은 서구의 에세이나 미셀러니와는 많이 다르고, 한국의 생활철학과 정감을 담아낸 작품이 우리만의 ‘수필’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고려의 이규보, 이색, 조선의 박지원, 정약용에 이어 윤오영, 법정, 조경희, 목성균으로 이어지는 한국인의 생활문화와 철학을 한국인의 정서와 정감으로 담아내는 전통수필의 가치를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한국인의 전통수필의 계승 발전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의견을 말씀해 주시고, 이 시대에 인공지능의 도전 속에서도 선배 수필가들이 지켜온 ‘수필’이라는 전통을 지키면서 수필의 영역확장을 위한 행동전략을 ‘三多 지키기’ 외에 몇 가지만 요약해서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방주
월간 한국수필 수필 등단(1998), 창조문학 평론 등단(2014)
한국수필가협회 감사, 한국수필작가회 부회장, 한국문인협회, 충북수필문학회, 내륙문학회 회원
내륙문학상, 충북수필문학상, 인산기행수필문학상, 한국수필문학상, 신곡문학상 대상 수상
수필집 《들꽃 들풀에 길을 묻다》외 6권, 수필선집 《덩굴꽃이 자유를 주네》 문학평론집 《해석과 상상》
E-mail : nrb2000@hanmail.net
<질의 내용 2> 사랑, 어디까지 해봤니?
이명지
디지털 정보의 쓰나미 속에서 기성 세대는 가만히 앉아서 점점 바보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세상의 속도에 쫓아가려 애쓰면 쓸수록 열패감만 더하는 시대다. 하지만 세상이 아무리 실용으로 뒤덮여도 인류는 문학 예술을 놓지 않았으며 마음이 팍팍할수록 그 갈증을 예술에서 풀었다.
지금은 AI가 할 수 없는 것이 거의 없다지만, 심지어 문학 창작까지도 해낸다지만 AI가 절대로 할 수 없는 건 온기가 아닐까? 사람과 사람간의 온기, 사랑할 때의 두근거림, 설렘, 떨림이 동반되는 애틋함, 그리고 이별 후의 그리움까지.......
어짜면 이마저도 인간의 전유물이 아닌 때가 곧 올지도 모르겠다. 풍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의 어후력이 더 달콤할지도 모른다. 작가들은 애써 부인하려해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한계의 시대에 직면할지도 모르겠다. 인간적인, 지극히 인간적인 감성만이 AI시대에 살아남는 차별화의 방법일까?
우리가 지금 고민해야 할 문학적 따뜻함은 어떤 것인가?
이명지
창작수필 등단(1993)
한국문인협회 이사
32회 동국문학상, 제 6회 창작수필문학상 수상
수필집 <중년으로 살아내기> <헤이, 하고 네가 나를 부를 때> <육십, 뜨거워도 괜찮아>
논문집 <전혜린 수필연구>외
<질의 내용 3> 인문학적 글쓰기의 미래를
정진희
AI와 빅데이터의 융합으로 이루어진 문화예술 분야의 다양한 결과물들을 잘 정리해주셨습니다. 놀라움고 두려움이 교차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며, 인간 존재의 근원과 교유함을 잃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인문학에 대한 독서가 잘 바탕이 되어야, 현실과 가상이 융합하는 시대에서도 인간 보연의 저체성을 지킬 수 있다고 하셨는데요 수필가에게 필요한 인문학 도서가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책 열구너만 소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빅데이터 시대에 문학분야는 다양한 확장을 펼쳐 차원높은 문학으로 발전해야 하며, 그 중심에서 문학인은 확실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할 어떤 역할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마지막으로 이제 이공지능이 진화하여 인간과 똑 같은 감정을 갖는 거도 허구가 아닐 수도 있는 시대에 도달해 있습니다. 이처럼 급격한 디지털의 물결이 우리를 덮치고 있는데 수필의 발전은 더딘 것 같습니다. 과거의 눈물겨운 서사나 자폐적인 서정에서 벗어나 지성과 감성이 조화로운 수필, 사유와 성찰이 잘 어우러진 수필 등, 인문학적 글쓰기가 이뤄져야 할 것 같습니다. 빅데이터를 내장한 AI가 수필을 생산해 낼 수도 있다는 전제하에, 우리가 명품 수필을 쓰기위한 핵심 세 가지만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정진희
2017년 에세이플러스 등단
한국산문 발행인 및 회장 역임
한국산문 출판 디렉터
한국문인협회 이사
대담집 <외로운 영혼들의 우체국>
수필집 <우즈강가에서 울프를 만나다> <떠나온 곳에 남겨진 것들>
[발제자 최원현 선생님 답변}
1. 전통수필에 대한 답변
전통수필이란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수필은 에세이로 번역할 수 있는 성격의 장르가 아니다. 그러므로 영어로 표기한다면 supil로 써야 하는 세계적인 문학 장르이다. 일본의 '화가和歌'도 그런 운동을 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시조도 시조문학협회에서 그런 운도을 하고 있다. 우리 수필은 왕오천축국전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2. 수필의 영역 확장을 위해서
- 수필적 상상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허구와 다른 사실과 체험을 바탕으로 한 상상을 수필에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 테마수필을 개척해야 한다. (꽃을 제재로 한 수필, 건축을 제재로 한 수필 등)
- 합평을 생활화해야 한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모든 비평을 받아들여야 한다. 같은 지식과 추구하는 분야가 같은 사람끼리 계속 합평과 비평을 생활화해야 한다.
- 독서로 지적의 기반을 튼튼히 해야 한다. 1편의 수필을 쓰기 위해 10편의 다른 작품을 읽어야 한다.
- 퇴고로써 자신의 작품을 책임진다. 끊임없는 퇴고를 한다. 아무리 적어도 20번 이상 퇴고한다. (50번 퇴고하는 나는 많이 하는 편인가?)
3. 권장도서는 받아적지 못했다.
4. 감상과 평가
오늘 심포지엄은 흡족했다. 발제자인 최원현 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의 주제 발표도 주제에 대한 연구는 물론 자료 제작에도 온갖 성의를 다한 흔적이 보였고, 지정 토론에 대한 답변도 성의가 있었다. 발표를 위해 최선의 준비를 한 모습이 보였다. 역시 성의를 가지고 노력하는 것만이 청중과 독자를 공명에 들게 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기분 좋은 것은 나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 많이 시간을 할애해서 답변을 주었고 평소에 내가 생각하고 강의한 내용을 읽고 나서 답하는 것처럼 의견이 같아 발표보다 나에게 흡족했다.
다만 일부 축사에서 이런 발언을 하신 분이 있었다. 내용은 "수필은 모든 문학의 뿌리다."하고 한 발언이다. 이 말은 내 의견하고 너무 다르다. 나는 문학의 뿌리는 누가 뭐래도 詩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시대만 해도 문학은 그냥 시였다. 의술을 적었거나 천문학을 설명한 글은 그냥 산문이었다. 인간의 삶이 분화되고 발전되는 과정에서 문학도 분화되어 서정적 양식, 서사적 양식, 극적 양식으로 분화되어 시, 소설, 극으로 삼분되었다가 후에 교술이 생겨났다. 교술에 상상이 추가되어 고급진 수필이 형성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수필은 뿌리가 아니라 문학의 분화 과정에서 최종 단계인 열매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시는 신에게 드리는 기도의 말씀이고, 소설이 신을 기쁘게 해드리는 이야기이고, 극은 신에게 바치는 행동예술이다. 수필은 인간적 목소리로 인간에게 전하는 따뜻하지만 낮은 속삭임이다. 나는 지금까지 생각한 것을 이렇게 정리해 왔다.
"문학은 시로 시작하여 수필로 완성된다. 모든 문학은 언젠가는 수필에 수렴될 것이다."
문학에서 수필이 중요하고 수필가로서의 자부심을 표현하고자 이렇게 말씀을 한 것 같은데 표현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 분명 문학의 뿌리는 시이다. 수필은 문학의 완성이고 문학의 꽃이고 열매이다.
무심수필문학회 김정옥 회장님, 신금철 전회장님, 진연화 주간님이 함께 가셨고, 충북수필의 이효순 선생님, 김숙영선생님도 함께 가셨다. 김숙영선생님이 점심을 사주셨고, 이효순 선생님이 커피를 사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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