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 시인이 함께 하는 책방 通·通
주제 : 형제 문인이 함께하는 인문학 콘서트
형식 : 이방주 『가림성 사랑나무』· 이인해 『너는 아마 싱싱한 나무일 거다』 북 콘서트
일시 : 2019년 3월 21일 (목요일) 오후 7시
장소 : 꿈꾸는 책방(금천동)
참석자 : 시와 수필을 사랑하는 청주 시민 (약 40명 참석)
사회 및 진행 : 김은숙 시인
장소 및 음료 협찬 : 꿈꾸는 책방
분위기 : 오후 6시 30분경 책방에 도착했다. 나는 미리 꿈꾸는 책방 도서상품권 6장을 구입했지만 괴산 잡곡을 5가방 준비하기도 했다. 사장 내외가 북콘서트를 할 자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돕고 싶었지만 걸리적거리기만 했다. 조금 있다가 형님인 이인해 시인이 왔다.
차를 마시고 있는 동안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자리가 다 차지 않아 조금 불안했다. 내가 서점에 <가림성 사랑나무>를 10권 갖다 놓았는데 사인을 해 달라는 이도 아직 없다. 모두 지참하고 오는 것 같았다. 대개가 충북수필, 내륙문학, 무심수필 회원이기 때문에 책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작년 2017년 11월 27일에 오창 힌트오브민트에서 북콘서트를 했기 때문에 책은 다 준비되어 있을 것이다. 그래도 없는 교대 수필교실 신입 회원을 위해서 미리 책을 나누어 주었다. 그런데 막상 그 분들은 오지 않았다.
김은숙 시인과 진행을 협의하고 시간이 되자 모두 자리에 앉게 하고 바로 시작했다.
1. 오프닝 멘트(김은숙 시인) : 청주에서 보기 드물게 형제 문인이 있어 오늘 행사를 준비하였다. 형제 문인이 어떻게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영향을 받았는지 우리 사회의 가족의 의미는 무엇인지 아름다운 이야기가 될 것 같다.
2. 상호 인사 : 아는 사이라도 상호 인사를 나누었다.
3. 여는 시 (김은숙 시인이 이인해 시인의 봄비를 낭독)
봄비
앞집 차는 대학 병원 가 있고
주차했던 자리
남의 차가 차지한 채 비를 맞는다
울안에 오얏나무 혼자 젖는데
올해도 꽃을 피울 건가
젖는 것들은 모두 평안하고
젖는 것들은 모두 희망 있고
시방 빗소리 톡톡
불빛에 번쩍이는 스테인리스 철책
젖어서 더욱 시커먼 기와집
사람들 두런거리며 지나가는 골목
남긴 발자국들이 비에 젖고
젖은 깃발이 조금 펄럭이고
젖는 것들은 희망 있고
젖는 것들은 이미 봄에 들고
4. 저자 소개(김은숙시인) ; 시집, 수필집 표지의 프로필을 중심으로 간단히 소개
참석자에게 질문 : 공통점 세 가지가 있습니다. 맞추는 분께 도서 상품권 드립니다.
내륙문학 회원, 내륙문학상 수상, 작품집 이름에 <나무>임
(맞춘 참석자 있었음)
5. 근황 질문
(김은숙 시인) 두 분 모두 최근의 근황, 특별히 관심을 갖고 집중하고 계신 일이나 변화가 있는 것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이인해) 나는 요즘 하나하나 내려놓는 연습을 합니다. 하나씩 내려놓는 준비를 하면서 지낸다.
(이방주) 저는 손자를 봅니다. 그리고 청주교대 수필창작교실에 수필창작지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요즘 수강생이 늘어나서 행복합니다.
6. 북 콘서트에 대하여
(김은숙 시인) 두 분을 함께 북 콘서트에 모시고 싶다고 제가 연락을 했을 때,
이방주 선생님께서는 망설이시며 형님이 하신다면 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망설이며 주저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방주) 저는 [가림성 사랑나무]가 처음 나왔을 때 북 콘서트를 해서 많은 독자 수강생 문우들에게 폐를 끼쳤습니다. 그런데 다시 또 폐를 끼치는 것이 죄송했고, 청주에 훌륭한 시인 수필가 등 문인이 많이 있는데 형제가 거듭 나와서 설치는 것 같아서 망설였습니다.
(김은숙 시인) 여러분 두 형제분이 설치는 것처럼 보입니까?
(일동) 박수
7. 두 분이 서로 영향
(김은숙 시인) 두 분이 문인으로서 서로 영향을 주거나 받는 점이 있는지요? 또는 형제 문인이라는 것을 의식하게 되는 때가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이인해 시인) 아우에게서 성실이란 것을 배웁니다. 가림성 사랑나무를 보더라도 누가 그런 일을 하겠어요. 혼자서 산성을 찾아가고 그 험한 길을 가시나무 가지에 찔리고 다치면서 그런 일을 한 것을 보면 그런 점을 한 마디로 ‘성실’이라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처음 낸 수필집이 [축 읽는 아이]인데 거기 보면 고등학생이 공동묘지 장례지내는데 가서 축을 읽어준 경험을 썼습니다. <사람 만드는 사람>에서 보면 교직의 방향을 그렇게 정해 놓은 것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함께 큰댁에 제사지내러 갈 때 문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런 때 함께 문인이라는 것을 의식합니다.
(이방주) 저에게 문학이 밥이라면 밥 숟가락을 들려 준 분이 바로 형님이라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2,3학년 때 쯤인 것 같은데 형의 시가 충청일보에 실렸어요. 그 시를 보면서 어린 마음에 일단 신문에 게재된 형이 우상으로 보였고 잘 알지 못하지만 시의 내용에서 형의 당시 답답한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한 번 읽어도 되겠죠?
백로
이인해
시원의 천공으로
감도는 바람
일월을 안고 날으는
하아얀 날개
덪없는 여명을
아무리 날아도
긴 목에 겨운울음
짧게 맺히네
끼룩끼룩
숨 차는 울음
이 때부터 문학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함께 내륙문학회 동인이기 때문에 모임에 가면 거기서 만납니다. 그럴 때 함께 문인임을 깨닫게 됩니다.
서원대학교 평생교육원에 수필창작교실 강좌를 개설했을 때 제 강좌를 한 학기 수강했습니다. 수필을 배우고 싶다기보다 폐강될까봐 걱정 되셨겠지요. 거의 함께 강의 하다시피 했지요.
8. 시 낭독
(김은숙 시인) 이방주 수필가님께서 『너는 아마 싱싱한 나무일 거다』에서 시 한 편을 골라 낭독해주시기 바랍니다. (낭독 후 왜 그 시를 고르셨는지 간단히 말씀해주세요)
(이방주) 적막을 낭독 하겠습니다. 82 쪽입니다.
적막
이인해
맑은 물만 마시고 사는데
꽃잎 색깔들
제가끔 붉고 파랗고 절절하다
붉은 꽃잎 으깨보니 자주색이었다
푸른 꽃잎을 으깨도 자주색이었다
붉은색 푸른색 함께 으깨어도 자주색
그런데 흰색은 그냥 ‘맑은 물’이었다
눈부시게 하얀 삶의 정체가 물이라니
죄 없이 산 생애가
아무것도 없는 물이라니
어찌 보면
흰 꽃의 깊은 의미는 적막인 듯하다
하얗게 찬란하게 살고 물로 돌아가는 것은
어찌 보면 또 거룩하다
찬란한 이력을 남긴
짙게 짙게 기록으로 남아 이야기로 살아나는
훌륭한 사람들은 자주색인 거 같다
그렇다고 인생이 꼭 자주색이어야 하는가
꽃들의 전쟁터 같은 화단에서
흰 꽃을 바라보는 나는
한참 아름다운 적막의
산모롱이를 돌아서 가고 있다
제 작품에 <물들이기>라는 수필이 있습니다. 이 글은 나뭇잎이 단풍으로 물들어 갈 때 색깔이 모두 다른 것에 대하여 삶을 생각해 본 것입니다. 그런데 이 시는 꽃이 다 다른 색깔로 피어났으나 그 근원은 같다는 본질 추구라는 점, 그러나 하얀 꽃이 그냥 물이라는 시구에서 삶이 추구해야 하는 근원을 깨닫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9. 가림성 사랑나무의 특징
(김은숙 시인) 『가림성 사랑나무』는 읽는데 참 많은 집중력이 필요한데요.
우리 어머니가 이방주선생님의 수필 『축읽는 아이』 『손맛』『여시들의 반란』『풀등에 뜬 그림자』모두 읽으셨는데, 제가 이 책은 권해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가림성 사랑나무』를 읽으셨을 이인해 선생님 혹시 그 이유가 짐작되시는지요?
(이인해 시인) 이 책을 쓰는 동안의 어려운 점, 고통스러운 점을 자세히 설명함
(김은숙 시인) 간단히 말해서 어떤 점일까요? (참석자에게 질문)
(누군가)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성에 대하여, 사찰에 대하여 건축과 불교에 대한 전문성, 또 역사에 관하여 전문성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어렵습니다.
10. 가림성 사랑나무의 반응
(김은숙 시인) 책표지에 <수필가가 찾아가는 백제의 산성, 백제의 산사>라는 작은 설명이 겸손하게 자리한『가림성 사랑나무』는 우리 역사와 문화, 특히 백제부흥운동 및 산성과 사찰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는 큰 공부가 되는 책일 것 같습니다. 백제의 역사며 우리의 전설도 풍부하게 담겨있고 성의 축조방식이며 제반 특징에 대한 전문적 식견에서는 마치 학술서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부분도 많습니다.
저는 이 책을 ‘산성답사의 네비게이션’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답사한 경험을 생생한 기록으로 남긴 단순한 현장보고서가 아니라, ‘산성 답사의 의미, 여정, 견문, 소감, 과제’ 등 그야말로 많은 것을 망라하였고, 자신만의 감성과 식견이 풍성하게 살아있는, 참 깊이 있고 단단하고 풍요로운 책으로 여겨졌습니다.
이방주선생님. 지난해 이 책으로 상도 수상하셨지만, 이 책을 받은 다른 분들, 지인들이나 가족, 일반 독자들의 반응은 어떠했는지요?
(이방주) 반응은 여러 가지로 들었습니다.
책을 드렸는데 안 읽은 사람은 “고생 많으셨어요.” “어려워서 진도가 안 나가요.”
대충 읽으신 분은 “대단하셔요.” “역사에 대해 아주 해박하셔요.”
다 읽으신 분은 “수필문학의 소재 영역을 넓힌 작품”“테마수필로 수필 발전에 이바지”“백제부흥운동사를 밝혀내고 우리나라 산성의 특성을 현장에서 밝혀낸 공로가 있는”등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11. 수필 낭독
(김은숙 시인) 독자가 함께 낭독했으면 좋을 수필을 이인해 시인께서 한편 선정해주시겠어요?(길지 않은 수필로 선정 부탁) 왜 그 수필을 고르셨는지 이유도 말씀해주세요.
(이인해 시인) 권두수필 <가림성 사랑나무>를 윤독
이 수필에 산성 답사의 모든 내용이 함축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홍현숙 시인) 저는 이 책을 읽고 가림성에 갔었는데 계단을 올라가기 조금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성에 올라가서 나무를 보는 순간 내 몸이 하늘로 솟구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권희돈교수님 사모님) 이렇게 섹시한 수필은 처음 봅니다. 한 번 현장에 가보고 싶어요.
(몇 분이 의견을 나눔)
12. 시 낭독
13. 가족이란 무엇일까?
(김은숙 시인) 두 분에게 가족이란 무엇일까요? 평소 가족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어머니, 아버지 등 구체적 인물에 대한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새기는 ‘가족’의 의미)
(이방주) 가족은 삶의 시작이다.
가족은 의지적 선택과 운명적 만남이라는 날실과 씨실로 짠 카페트이다. 그래서 서로를 덮어주고 쓸어 담는 울타리이다.
14. 수필 낭독
운주산 비암사 ( 아니 오신 듯 다녀가소서.) 소개만 하고 시간 관계상 읽지 않음
북 콘서트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우리 얘기를 들어 주었다. 생각 같아서는 참석자들의 소감을 더 들어보고 질문을 받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으나 기획한 김은숙 시인의 방향에 맡기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어떤 참석자는 자기 소감을 많이 말하고 싶었을 것이고 우리 형제에게 질문하고 싶은 것이 있었을 것이다. 또 어떤 참석자는 우리가 말하고 있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말하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마다 다 각각 다른 생각이나 하고 싶은 말들을 다 하면 행사의 방향이 어디로 갈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모든 것을 잘 정리해서 김은숙 시인이 잘 진행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분이 고맙다.
이 행사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매월 1주와 3주 목요일이면 꿈꾸는 책방에서 인문학 콘서트가 열린다. 준비하는 분은 아주 어렵게 준비한다. 참석하는 사람은 시간만 내면 된다. 나도 가급적이면 참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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