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끊어진 독안산성
독안산성은 성재산성, 복두산성, 독안산성이 있는 산줄기 중에서 가장 동쪽에 있다. 독안산성은 부강면 문곡리 대국터 마을에 있어서 연개소문의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일부 지도에는 유모산이라 적혀 있고, 또 다른 지도에는 영모정산으로 표기되어 있다. 복두산성에서 산을 내려와서 차를 타고 한 30m쯤 부강 쪽으로 내려오다가 왼쪽 공터에 주차를 하고 능선으로 올라갔다.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독립가옥을 지나 아무도 다니지 않는 능선을 숨 가쁘게 올라갔다. 집 주변에 두릅, 참취 등이 널려 있다. 참죽나무순도 따지 않고 그대로다. 그냥 지나치기 아깝지만 그냥 지나갔다. 나물에 신경을 쓰다보면 성을 보지 못한다.
산에는 아무도 없는데 녹음이 짙고 볕이 따갑다. 산새가 싱그러운 소리를 내며 노래를 부르지만 혼자서 산길을 걷는 마음은 마냥 호젓하지는 않았다. 일부 능선에는 멧돼지들이 떼를 지어 지나갔는지 따비를 일구어 놓은 것처럼 마구 파헤쳐졌다. 도토리를 주워 먹든지 둥굴레 같은 맛있는 풀뿌리들을 캐 먹느라 그리 했겠지만 혼자인 사람은 등골이 써늘해진다. 갑자기 고라니 한 마리가 나를 보고 놀라 뛰어 달아난다. 저는 나를 보고 놀라고 나는 저를 보고 놀랐다. 송홧가루가 마구 날린다. 배낭 곁주머니에 넣었던 물병을 잃어버렸다. 복두산성에서 사진 찍다가 빠진 것 같다. 목이 탄다. 낯선 길이라 2km 밖에 안 되는 1시간 거리가 그토록 지루할 수 없다. 등골이 오싹거린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능선을 넘고 넘어 걷고 또 걸어 유모산이라고 누군가 표찰을 붙여놓은 곳에 도착했다. 정상은 평평한데 평평한 부분을 빙 둘러 돌을 쌓은 성을 발견했다. 언뜻 보기에 성이 아니라 경계 표시처럼 보였다. 그러나 성 내부가 평평하고 지대가 높아 보루로 쓰기에 충분하다. 둘레는 약 500m~600m 쯤 되어 보였으나 성벽은 높니 않았다. 아무리 봐도 테메식 산성이다. 한 바퀴 돌아보았다. 석축은 자연석을 그대로 쌓은 곳도 있고 다듬은 흔적이 보이는 것도 있다. 내부에 우물터 같은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최근에 어떤 필요로 다시 쌓은 것 같지는 않다. 옛 돌이 그대로 있다. 그런데 성이라 하기에는 너무 낮다. 토석 혼축산성이라면 대부분 돌을 아랫부분에 쌓고 위에 흙을 쌓거나 외부는 돌로 쌓고 안은 흙으로 쌓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곳은 아랫부분을 흙으로 쌓고 상부를 석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산성 전문가가 아닌 것이 답답하다. 아무리 성에 관한 사전 지식이 없어도 테메식 산성인지 포곡식으로 쌓은 것인지는 확인해야 한다. 성을 한 바퀴 더 돌아보았다. 가만히 보니 공터를 둘러싸고 있는 성벽은 석축을 했다. 그런데 성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두 능선은 토성과 석성이 이어진다. 서쪽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능선에는 토축을 하였고 반대쪽은 돌로 쌓았다. 그러니 분면 토석혼축형 포곡식 산성이다.
그러면 이곳이 분명 독안산성이다. 그래도 더 분명한 산성이 나타날 수도 있을 것 같아 지도를 보면서 유모산에서 조금 동쪽으로 가면서 찾았으나 없었다. 내가 길을 잘못 안 것은 아닐까 하고 다른 능선을 가보아도 성은 없다. 한 시간 이상 주변의 작은 능선들을 다 돌아다녔다. 배도 고프고 멧돼지들이 파헤친 자국이 많아 두렵기도 했다. 심지어 이러다가 산돼지 뱃속에 나를 장사지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도 들었다. 지도를 다시 보고 분명 독안산성이 맞을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내려왔다.
이 산성은 복두산성에서 이어지는 산줄기에 있는 산성 가운데 가장 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마을 건너 노고산성과 마주 보고 있다. 서해에서 들어온 물자나 군사가 금강의 합강 부근에서 내려 이곳을 지나 회인을 거쳐 보은으로 갈 때 반드시 지나야 하는 통로를 지키는 보루 역할을 하는 요새로 쓰였을 것이다.
▣ 위치 : 세종특별자치시 부강면 문곡리 영모정산(해발 338m)
▣ 형태 : 토석혼축 포곡식 산성
▣ 규모 : 둘레 596m
▣ 답사일 : 2016년 5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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