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생활과 일상/할아버지가 쓰는 규연이의 성장 일기

세계 이곳 저곳을 어루만지며 놀아요-264일

느림보 이방주 2013. 12. 31. 22:51

2013. 12. 31.

 

세계 이곳 저곳을 다 어루만져요 - 264일째

 

<규연이의 일기>

 

오늘은 일년의 마지막 날이래요. 엄마가 그랬어요. 내가 태어난 해가 이렇게 가버리네요. 내일부터 나는 두 살이 되나요? 이제 딱 100일만 있으면 내 돐이 되네요.

엄마가 거실 이곳저곳 문에다가 내가 볼 수 있는 그림들을 붙여 놓았어요. 여러가지 과일, 우리나라 지도가 대표적인 거예요. 내 방에 가면 한글, 영어 알파벳, 세계지도가 붙어 있어요. 나는 지나다니며 그런 것들을 보면서 마음 속으로 익히지요. 내가 아직 먹을 수 없는 과일들은 꽃 모양 씨모양도 함께 볼 수 있어요. 엄마나 아빠가 그것들을 먹을 때 내가 침을 흘리면 그것을 갈아서 먹을 수 있도록 해 주는데 맛이 있어요. 그래도 나도 입으로 물어 떼어서 씹어 먹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도 두 개나 났는데 아직 먹을 수 없다니----

 

보행기를 처음에는 타는 법을 몰랐는데 연습하니까 뒤로만 가지더니 어느날 앞으로 가는 법을 터득했어요. 그래서 그 놈에 앉혀 주기만 하면 기어다니는 것보다 얼마나 편하고 좋은지 몰라요. 내 마음대로 서서 걸어다니는 것 같아요. 빨리도 갈 수 있고 뛰어 갈 수도 있어요. 그냥 서 있을 수도 있고요. 그래서 이제 엄마 아빠가 안아 주는 것보다 편해요. 하지만 가끔 안아주면 엄마 아빠의 체온을 느낄 수 있어서 더 좋고요. 할머니가 그러는데 다리에 힘이 좋아서 한 20일만 있으면 혼자서 걸을 수 있을 거라고 하네요. 야 이십일이라 그 때를 기다려야지요. 264일이나 기다렸는데 그걸 못기다리겠어요?

 

말을 타면 다리가 짧아 땅에 닿지 않기 때문에 아직 재미가 없어요. 그래도 이렇게 타고 놀면 얼마나 신날까 하며 그날을 기다리는 거지요. 오늘은 내 방에 가서 세계지도를 만지며 놀았어요. 이런 곳을 다 갈 수 있는 나라라는데 언제 가보나? 엄마는 엄마 아빠가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 여행 갔던 파리를 알려 주었어요. 굉장히 멀다고 하네요. 얼마 안 될 것 같은데--- 아무튼 나는 궁금한 것도 많고 가고 싶은 곳도 많고 먹고 싶은 것도 많아요. 우선 걸음마를 할 수 있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