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7.
다 벗으니 시원하네요. - 57일째
<규연이의 일기>
엄마에게 내 맘을 틀켰나봐요. 날씨는 덥고 쉬를 쌌는데도 기저귀를 갈아주지 않아 아주 찝찝한 거예요. 엄마가 이것저것 장난감을 막 들이대도 관심 없는 척했더니 그제야 바지르 내리고 그 축축한 기저귀를 빼주는 거예요. 어제 그것만 없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그 마음을 알았나 봐요. 기저귀를 빼고 다시 채울 생각을 안하면서 내 고추가 신기한지 귀여운지 들여다 보는거예요.
나는 부끄럽기도 하고 장난하고 싶은 마음이 막 일어났어요.
세상에 나오기 전에 삼신 할머니가 그러셨거든요. 고추는 아무데나 내놓으면 안되는 거고 누구에게나 함부로 보여주는 것도 아니라고요. 그리고 그렇게 내놓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요.
그래도 엄마니까 괜찮겠지요. 장난하고 싶은 마음이 막 일어나서 엄마 얼굴에다 쉬를 쫘~~악 해 보았어요. 엄마가 깜짝 놀라서 도망갈 줄 알았는데 막 웃으면서 재미있어 했어요. 쉬는 더러운 건데 엄마는 내 쉬까지도 더럽지 않은가 봐요. 엄마는 성자예요. 내 쉬까지도 응가까지도 막 만지는 엄마는 성자예요. 다시는 그런 장난을 치지 않겠어요.
엄마는 한동안 기저귀도 채우지 않고 바지도 입히지 않고 그냥 눕혀 놓았어요. 어찌나 시원하고 좋은지 누운 채로 막 춤을 추었어요.
엄마는 사진을 찍어서 식구들에게 보내는가 봐요. 아마 혼자 보기 아까웠겠지요. 엄마 얼굴에 쉬를 싼 얘기는 하지 말아야 할 텐데.
내가 다 자랐을 이 사진을 보면 삼신 할머니 말씀대로 얼마나 부끄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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