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생활과 일상/할아버지가 쓰는 규연이의 성장 일기

50일 사진 찍었어요. -58일

느림보 이방주 2013. 6. 8. 09:23

2013. 6. 8.

 

50일 사진 찍었어요. --58일째

 

<규연이의 일기>

 

오늘 규연이의 50일 사진 찍는 날이예요. 엄마가 아침부터 목욕을 하게 하고 머리를 빗고 예쁜 나를 더 예쁘게 꾸며 주었어요. 엄마랑 차를 타고 어디론가 멀리 갔어요. 아마 사진관인가 봐요. 사진관에서 어떤 누나가 사진을 찍어 주었어요. 옷을 갈아 입히고 모자를 바꾸어 씌우고 어른들이 어른들 좋은 대로 나를 마구 바꾸고 여기 저기 앉히고 눕히면서 사진을 찍었어요. 어떤 때는 옷을 홀랑 벗기고 이른바 누드를 찍었는데 부끄러워 혼났어요.

 

울고 싶었지만 엄마를 생각해서 울지 앉았어요. 확 울어버리고 싶었는데 꾹 참았지요. 혹시 울어버리면 엄마가 얼마나 난처하겠어요. 그리고 똑똑한 규연이가 아니잖아요. 최대한 엄마에게 협조했지요. 사진 찍어주는 누나는 연신 착하다고 하면서 후딱 여러 장을 찍었는데 하는 말이 다른 아기들은 울기도 하고 제대로 포스가 안 나와서 힘들었는데 규연이는 착하다고 했어요. 맞아요. 나는 그가 원하는 것이 어떤 모습인가를 미리 알아차려서 요렇게 표정을 짓기도 하고 조렇게 표정을 짓기도 하면서 협조했지요. 결국은 내가 이쁘게 나오는 것이니까요.

 

내가 얌전하게 있어서 사진은 본래 예쁜 모습대로 잘 나왔대요. 엄마가 아주 좋아 했고 모두들 만족해 했어요. 엄마는 사진을 이모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고모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보내셨어요. 모두들 이쁘다고 난리네요. 사내가 이렇게 이뻐도 되나? 나는 은근히 걱정이예요. 그러나 있는 그대로 역사의 기록이니까요. 나중에 커서 이 사진을 보면 즐거울 거예요. 자랑스럽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