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보 창작 수필/아포리즘 수필

염불과 잿밥

느림보 이방주 2013. 4. 29. 10:41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성철스님의 법어이다. 이 무슨 말인가? 의문을 가져보는 것만도 의미 있는 일이다. 

 어깃장을 놓듯이 이렇게 생각해 보자. 산은 부동산이 아니라 그냥 산이고, 물은 수자원이 아니라 그냥 물이다. 맞다. 산과 물은 그냥 자연이다. 자연으로 생각하면 바로 보물이 된다. 

염불은 염불이고 잿밥은 잿밥이다. 염불은 염불답게 해야지 잿밥답게 하면 안 된다. 잿밥에 마음이 가 있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무잿밥불"이라 염불하는 낭패가 될지도 모른다.

문학은 문학답게 해야지 정치를 따라가면 안 된다. 예전에는 정치가 문학을 닮으려고 애썼다던데 요즘은 문학이 정치를 흉내내려고 애닳아 있는 것 같다.

교육은 가르치는 일에 충실해야 한다. 학생은 제자가 아니다. 학문의 벗일 뿐이다. 가르침은 벗과 어울려 놀면 되는 것이다. 잿밥에 뜻을 두면 벗과 잘 놀 수가 없을 것이다. 

정치도 그 글자가 일러주는 의미처럼 바른 글월을 물이 흐르도록 도랑을 터놓으면 되는 것이다. 뒷날의 표를 의식한다면 그것은 이미 야망에 뜻을 둔 것이다.

염불은 본질이고 잿밥은 야망이다. 야망은 역사를 지배할 수 있지만 역사로부터 추앙 받지는 못한다. 하긴 추앙 받고자 염불을 한다면 그것도 이미 야망이다.

이제는 잿밥에 대한 야망보다 좋은 염불이 역사를 지배할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문학이 문학다워져서 문학으로 정치를 배우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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