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산성(老姑山城) 답사
2011년 2월 24일
【개요】
대전광역시 기념물 제19호
소 재 지 대전 동구 직동 산43
시 대 삼국시대
대전광역시 동구 직동 피골마을의 뒷산인 해발 250m의 산 정상에 자리한 산성으로, 산 꼭대기를 빙둘러 쌓았다.
성의 둘레는 300m 정도로 남북으로 긴 타원형을 이루고 있으며, 성 안의 면적은 좁은 편이다. 성벽의 대부분이 허물어져 그 윤곽선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며, 자연지형을 최대한 활용하여 지었다. 남쪽 성벽의 일부분은 거친 성돌을 사용하여 조잡하게 성벽을 쌓았다.
남쪽 성벽 한 곳에서 폭 2.3m의 문터가 발견되었다. 산성에서 남서쪽으로 계족산성과 바로 연결되어 있고, 동쪽으로는 대청호가 내려보인다. 계족산성의 전초기지로 금강의 수로와 옥천-문의간 도로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였을 것으로 짐작되는 성이다
이 날은 아침 날씨가 완전히 봄 날씨이다. 모처럼 포근하고 날씨도 맑다. 어디 갈 데가 없을까 하다가 노고산성이 생각났다. 어차피 언제 가도 한 번 가보아야 하는 곳인데 들머리를 알 수가 없다. 지도를 보고 보아도 어디서 들어가야 하는지 자꾸 혼동되었다. 그래서 친구 연철흠선생님한테 전화를 했다. 마침 자기도 집에서 쉬고 있으니 함께 가 준다고 했다. 남선생님이 집에 있을 것 같아 전화를 했더니 함께 가 준다고 한다.
서둘러 집을 나서서 두 분을 태우고 대청댐을 지나 조정지댐을 지나 옥천으로 가는 대청댐길로 들어섰다. 대청댐길을 계속 직진하다가 대전시 동구 직동 체험마을 입구에서 좌회전해서 직동마을로 들어섰다. 그제야 한 번 들러 본 기억이 나기 시작했다.
찬샘정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행을 준비했다. 찬샘정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아름다워 정자에 올라 한참동안 주변을 돌아 보았다. 아침에 화창하던 날씨가 멀리 낮은 구름이 끼어 깨끗하게 보이지 않는 점이 불만이기는 했지만 날씨가 따뜻해서 참으로 좋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벼르던 노고산성을 답사할 수 있다는 것이 더 좋았다.
찬샘정과 주변 경관 그리고 나의 무쏘
찬샘정 옆에 있는 망향의 시
찬샘정 주변의 경관-멀리 후곡리 그리고 샘봉산이 보인다
찬샘정앞 자동차 도로를 건너면 바로 노고산성 들머리이다. 몇 해전에 왔을 때는 이정표도 없었는데 이정표와 계단까지 만들어 놓았다. 땅이 막 녹기 시작해서 조금 질척한 곳도 있었지만 그런 언땅에 봄기운이 들어가 땅이 부드러워 좋았다.
올라가는 길은 아주 가깝고 쉬웠다. 우리는 이야기를 하면서 천천히 올라갔다. 새로 가게 된 충북고등학교에 대한 기대감, 또 동주초등학교 기간제로 음악을 전담하게 된 친구의 포부를 들으면서 우리는 이렇게 계속 일할 수 있는 건강이 행복했다. 한 30분 울라가니 능선길이다. 진달래가 막 피기 시작했다. 전망이 아주 좋다. 다만 아침에 맑았던 하늘이 옅은 안개 속에 묻힌 것이 안타까웠다. 어찌 보면 이런 경치가 더 아름다울 수도 있다.
계속 산성을 찾았다. 그러나 산성의 흔적은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정상 부근에 가니 기념물 19호 노고산성이라는 표지석이 서 있다. 주변을 살펴보니 산성의 흔적이 여기저기 조금씩 보였다. 성은 그렇게 크지 않고 아주 작은 성이다. 약 300m 정도 되는 테메식 산성이라고 하니 소대 정도의 군대가 주둔한 것이 아닌가 한다.
무너진 성을 다시 복원하면 원형이 망가지고, 그대로 두면 유물이 점점 더 사라지는 것이 되니 어떻게 하는 것이 잘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이 이 일을 잘 판단해서 시급히 조치를 취해야 할 일이다. 운주산성을 가보면 일부 복원한 부분이 있지만 복원하지 않고 우너형을 보존하기 위해서 철삭을 설치한 곳이 있다. 나는 그것이 좋다고 본다.
노고산성 산행 들머리
능선에 올라 편안한 길을 걷는 두 분
능선에서 바라본 절경
정상에서 대청호
정상에 올라 쉬면서 주변 경관을 바라보았다. 성곽의 흔적은 쉽게 눈에 뜨이지 않는다. 표지석만 덩그러니 세워져 있다. 산행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짧아 아쉬운 마음에 산을 내려가서 건두산성으로 가는 안부까지 갔다가 다시 올라 왔다.
성곽의 흔적을 돌아 보았다. 말로는 둘레가 300m가량 되는 테메식 산성이라고 하지만 눈에 뜨이는 것은 그렇게 뚜렷하거나 많지 않았다. 일부 쌓은 돌이라고 볼 수 있는 곳도 있고 일부는 그냥 돌더미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성곽터이다. 그리고 인공으로 구조물을 설치하기 위해서 홈을 판 것으로 보이는 돌도 발견하였다. 와편 같은 것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 거으로 보아 건축물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돌을 쌓아 놓고 가로대 같은 것으로 외부의 침입을 막는 장치를 마련해 놓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저 아랫 마을이 피골이라 이름한 것도 이 곳 전투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피가 내를 이루어 그렇게 지어졌다고 한다. 하긴 이 노고산성과 견두산성 성치산성이 삼각지대를 이루고 그 삼각형의 안쪽에 피골마을이 있으니 그럴만도 하다. 여기 서서 대청호를 바라보니 경관은 빼어나지만 골짜기가 온통 피투성이가 되었다는 옛날의 함성과 절규가 들려오는 듯하다.
표지석
성곽의 흔적
자연석으로 쌓은 성곽의 모습-여기에 문루가 있었을까? 그러나 와편은 보이지 않는다.
무너진 성곽
인공의 구조물을 설치한 흔적이 남아있는 성돌
성곽의 바로 옆에 할미 바위가 있다. 할미 같이 생겨 노고산이라고 했다지만 할머니의 모습을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전망은 매우 좋아서 멀리 산성이 있는 산들이 보인다. 대전의 계족산성이 있는 계족산 문의 양성산, 샘봉산이 보인다.
이곳은 주변의 다른 산성들과 연계하여 적을 막는 요새 구실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직름은 물에 잠겨 있지만 경상도에서 옥천을 거쳐 바로 청주 부근으로 진입할 수 있는 요새이다. 보은의 호점산성, 문의의 구룡산성, 양성산성과 더불어 청주를 방어하는 중요한 부대가 주둔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은 노고산성에 대한 일부 학자들의 주장이다.
◆계족산성 전초기지 노고산성 노고산성은 대전시 동구 직동 피골마을 뒷산인 해발 250m의 노고산 정상에 위치한 산성으로 성 둘레는 300m정도로 남북으로 긴 타원형을 이루고 있다. 백제와 신라군의 치열한 전투로 인해 피가 내를 이룬 골짜기라고 해 마을 이름이 ‘피골’일 정도로 노고산성은 남서쪽으로 계족산성과 바로 연결되고 동쪽으로는 대청호가 내려다보이며 동쪽으로 옥천~문의간 도로가 보여 군사적 요충지였음을 추정하게 한다. 문터는 남문터 한곳만 확인되며 남벽의 일부는 거친 성돌을 사용해 조잡하게 성벽을 쌓았다. 임헌기 한밭문화마당 대표는 “성벽의 대부분이 허물어져 그 윤곽선만 확인할 수 있을 정도지만 자연지형을 최대한 활용해 지어졌으며 계족산성의 전초기지로서 금강의 수로와 옥천~문의 간 도로를 감시하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할미바위
지금까지 청주 부근의 산성 몇 군데를 답사한 결과 아무래도 부모산성을 중심으로 삼은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부모산성에서 보면 우암산 토성, 상당산성, 청원의 은적산성, 전의의 운주산성, 청원의 구룡산성 양성산성, 보은의 삼년산성, 호점산성이 부모산성에 있는 총사령부로부터 작전 지시를 받고, 행정의 총책임자와 귀족들의 가족은 상당산성에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나만의 생각이다. 또 정북토성은 아마도 곡식을 보관하는 보급창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축성의 연대가 다 다른 것을 보면 그 때마다 유용하게 사용했을 것이다.
아무튼 노고산성은 바로 남쪽에 있는 견두산성, 서쪽에 있는 계족산성과 무느이의 양성산성, 구룡산성과 규모가 비슷한 것으로 보아 옥천 문의간 교통로를 지키는 소규모의 부대가 주둔하거나 부모산성이나 삼년산성의 전초기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호점산성은 이보다 규모가 훨씬 크고 포곡식으로 계곡을 안고 있어서 계곡의 마을을 보호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대청호 부근, 청주- 청원- 대전-보은을 잇는 주변의 산성을 답사해야겠다. 수로연장 80㎞로 길게 드리워진 대청호는 크고 작은 산성으로 둘러싸여 있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산성터만 해도 삼정동산성, 길현성, 능성, 질현성, 고봉산성, 견두성, 계족산성, 노고산성, 마산동산성, 성치산성, 이현동산성, 양성산성, 고리성(환산성), 백골산성, 호점산성 등 20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 고장 주변에 산성이 특히 많은 것은 삼국의 접경지대였기에 그만큼 군사 시설이 많이 필요했을 것이다. 또는 성곽 자체가 행정 시설을 담당하기도 했을 것이다. 고구려는 남쪽에서 올라 오는 군사를 막아야 했고, 신라는 북쪽에서 내려오는 군사를 막아야 했을 것이다. 특히 대청호 주변은 공주, 부여와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에 백제의 입장에서는 철통같은 경계를 해야 했을 것이다. 또 국토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보니 지정학적으로 영남이나 호남권에서 서울로 향하려면 반드시 거쳐야하는 교통의 중심지며 전략적 요충지로 빼앗고 싶은 곳이며 꼭 지켜내야 했던 곳이다
참고로 주변의 산성에 대한 자료를 저기에 정리해 본다.
◆대전 동쪽 지키던 계족산성
대전의 동쪽을 지키던 계족산성은 계족산(해발 420m) 정상부에 테를 두르듯 돌을 쌓아 만든 삼국시대 산성으로 성 둘레가 1037m인 우리 지역 최대의 산성이다. 남북으로 길게 형성된 계족산~식장산계 산령은 삼국시대 백제와 신라간의 접경지로 이 산맥이 백제군의 최전방 구실을 했으며 우술군(雨述郡)은 바로 이 접경에 입지하고 있었다.
군사 목적으로 축조된 30여개의 성보(城堡·적을 막으려고 성 밖에 임시로 만든 소규모 요새)들은 모두 깊은 계곡을 낀 높은 산령에 일렬로 분포되어 신라의 전초기지인 고리산군(현 옥천)과 대치하고 있다.
계족산~식장산계 산령에는 계족산성을 비롯해 성치산성, 노고성, 마산동산성, 견두성, 이현동산성, 장동산성, 질현성, 고봉산성, 백골산성, 능성, 갈현성, 삼정동산성 등 크고 작은 산성들이 분포되어 있는데 이중 계족산성은 가장 크고 원형이 잘 보존된 산성이다.
성벽은 대부분 흙을 깎아내고 바깥 쪽에만 돌을 쌓는 수법으로 만들었으나 동벽 일부는 안팎으로 모두 돌을 쌓고 내부를 흙으로 채우는 수법을 사용했다.
복원된 계족산성 연지(蓮池)는 길이 24.8m, 너비 5.2m, 깊이 2.7m의 현재 확인된 것 중 최대 규모로 우리 조상들의 토목 및 건축기술의 우수성을 확인할 수 있다.
계족산 줄기는 세천고개 너머 식장산과 맥이 이어지지만 남쪽으로는 용운동에서 북쪽으로 신탄진 석봉동, 대청댐 인근 미호동까지 16km 정도의 작은 산줄기를 이루고 있는데 아름다운 숲과 골짜기, 문화재 등이 산재해 역사교육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또 산을 오르다 보면 숲 사이로 펼쳐지는 푸른 대청호가 손에 잡힐 듯 다가와 시원함을 더해주며 정상에서 바라보는 저녁노을은 대전 8경 중 하나일 만큼 빼어나다.
◆솔향기 그윽한 고봉산성
대전시 동구 주산동 해발 340m 고봉산에 있는 고봉산성은 돌로 쌓은 산성으로 그 둘레는 약 250m다. 산성이 산의 정상부를 둘러싸고 있는 테뫼식 산성으로 동쪽으로 길게 산의 형세를 따라 타원형의 평면 형태를 하고 있으며 서쪽 벽면에 3단 정도의 석축이 남아 있을 뿐 성벽은 거의 허물어져 윤곽만을 확인할 수 있다.
고봉산성은 약 300m 떨어진 곳에 질현성이 있어 질현성의 자성(子城) 역할을 했던 것으로 여겨지며 질티고개(질티재)를 두고 질현성과 나란히 있어 이 고개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감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쌓은 것으로 추측된다.
산성으로 오르는 길가에 펼쳐진 울창한 소나무 숲이 정겹고 아담하고 소박한 등산로에는 솔향기가 그윽하다.
치열한 전투를 벌인 백제와 신라군의 함성이 들릴 듯한 고봉산성이지만 정상 위 바위에 올라앉으면 마음이 한결 넓고 푸근해지며 탁 트인 시야로 대청호와 환산, 옥천 시가지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 협곡 이용한 천혜 요새 호점산성
보은군 회남면 용곡리 호점산성은 사방이 높은 산봉우리며 중앙에 넓은 계곡이 있는 이른바 고로봉 형식의 포곡식 산성이다.
호점산성에 대해 세종실록지리지에는 호점산의 돌 성이 회인고을 남쪽 9리에 있다고 한 후 “둘레가 858보로 험하고 높으나 오래되어 무너졌다. 성안에 샘이 하나 있는데 사철 마르지 않는다”고 했다.
보은 지역 최대 규모이며 험준한 호점산성은 사람의 손길을 타지 않아 더 가치가 있으며 잘못 복원해 본래의 모습을 잃은 다른 곳과는 달리 원형 그대로의 성벽을 수시로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이 남아 있다.
호점 산성은 이미 여러번 답사하여 지형은 알고 있으나 그 쓰임과 유형에 대하여는 연구를 해야 한다.
***** 정상에서 내 카메라가 배터리가 소모되어 일부 사진(성곽부분)은 연철흠 선생님이 찍은 사진을 빌려온 것임을 밝혀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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