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답사/등산과 여행

괴산 산막이옛길과 등잔봉

느림보 이방주 2010. 11. 19. 16:24

2010년 11월 21일

 

괴산 산막이옛길과 등잔봉

 

 

오늘은 등잔봉 등산을 하기로 했다. 산막이옛길은 여러번 가 보았지만 등잔봉을 올라가 보지 못했다. 등잔봉 기슭에 나무다리를 놓아 만든 산막이옛길을 걸으며 저 산에서 내려다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몇 번 했었다. 

 

어젯밤 늦도록 운동을 해서 많이 피곤했다. 그러나 산이 높지 않으니 걱정은 안 되었다. 늦은 아침을 먹고 9시 40분쯤 무쏘에 키를 꽃았다. 봉명사거리를 거쳐 제2운천교를 건너 바로 좌회전하면 우회도로에 올라설 수 있다. 괴산읍에서 바로빠져 나오면 도로공사가 한창이다. 달래강에 새로 놓는 다리도 완성단계에 있다. 이 다리가 완공되면 만남의 광장 휴게소가 타격을 받을 것이다.

 

칠성까지 오는 길에 괴산을 지나 칠성 못미처 외사리로 들어가는 시멘트 다리가 있다. 장마 때는 여기가 다 잠수가 된다. 괴산댐에서 방류하면 이곳은 물바다가 된다. 그것도 장관이라고 하면 장관이다. 지금은 갈대가 우거져 그런대로 낭만적인 풍경을 보이고 있다. 차들이 강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왜 갈까?

 

외사초등학교 옆을 지나니 관광버스들이 차를 돌리고 사람들을 내려놓는다. 봄에 왔을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사람이 장사진을 친다. 주차장으로 올라가는 승용차들이 꼬리를 문다. 주차장도 많이 넓어졌다. 주변을 많이 바꾸었다. 옛모습이 아니다. 새로 만든 주차장에 봉사하는 분들이 나와서 주차 관리를 하고 있다. 차를 세우고 산막이옛길 들머리로 올라섰다.

 

등산지도

새로 만든 주차장

 

들머리도 길을 약간 변경시켰다. 전보다 더 낫다. 새로 마련한 선착장에서 사람들이 배를 기다리고 있다. 진입로로 가는 동안 배가 사람을 싣고 부지런히 산막이 마을로 들어간다. 군데 군데 장승이 나와서 산막이옛길을 소재로 한 시화를 안고 있다. 그런대로 멋있다. 이제 문학이 관광지에 나온다. 운길산에 갔을 때 이정표마다 시화가 걸린 모습을 보면 반가웠었는데 여기서도 시를 보는구나.

 

등산로 는 노루샘부터 시작된다. 입구에 등산지도가 있다. 등산로는 가파르다. 산이 높지는 않으나 초입부터 가파르기 때문에 사람들이 땀을 흘리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산으로 올라선다. 처음 한 고비를 오르니 소나무 숲이 펼쳐진다. 오르막길이 가파르기는 하나 가깝기 때문에 힘겹지 않았다. 땀이 한차례 온몸을 적신다. 다시 한고비를 올라야 한다. 나무 계단이 놓여졌다. 가뭄 때문이지 먼지가 많이 난다. 경상도 지방에서 단체로 올라가는 사람들이 탄성을 연발한다.

 

장승이 들고 있는 시화

등산로 입구의 등산 안내도

등산로 입구

등산로에서 본 칠성호-방금 배가 지나갔다.

연화담과 정자-그리고 칠성호

한고비만 오르면 평탄한 등산로 소나무 숲

                  한숨 돌리며

 

비탈길에 먼지를 일으키며 한 손으로는 이마의 땀을 훔치며 오르다 보니 편안하고 완만한길, 힘들고 위험한 길 이정표가 나온다. 편안하고 완만한 길을 선택했다. 능선을 타게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조성되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이라 길은 평탄하지 않았다. 바로 능선을 잡았다. 멀리 보이는 국사봉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으나 사람들이 걸어간 흔적은 없다.

 

첫번째 날망에 오르니 칠성면이 다 보인다. 괴산 댐과 댐 아래 비옥한 들판이 보기 좋다. 여기서 바라보니 칠성들이 넓기도 하다. 혹 괴산에서 가장 넓은 들이 아닐까 싶다. 여기서 서서 사과를 한개 먹었다. 사과 한 개를 반으로 쪼개니 기분 좋게 쫙 쪼개진다. 뭐든 이렇게 손쉽게 잘되면 얼마나 좋을까? 땀을 흘리며 사람들이 올라온다. 이제부터 오르막길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바로 등잔봉(451m) 정상이다. 사람들이 모여 앉아 점심을 먹고 있다. 12시도 안되었는데 ----. 아마도 여기가 최종 목적지인가 보다. 우리는 천장봉까지 가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갈림길 이정표

멀리 보이는 칠성면

괴산댐

등잔봉 정상에서

 

등잔봉에서 천장봉을 향해서 아주 천천히 걸었다. 가끔씩 내리막길도 있고 오르막길도 있다. 활엽수들이 바람에 낙엽을 떨군다. 엷은 바람에 낙엽이 날리는 모습이 보기 좋다.그러나 느낌은 왠지 씁슬하다. 아직 낙엽이 될 때는 멀었는데 방정맞게 그렇게 보이는지 모른다. 가는 도중에 언뜻 가론 마을로 가는 실뱀같은 길이 보인다. 또 비학산이 늘어뜨린 산줄기 하나가 반도를 만들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산막이 마을 건너편 마을이다. 사람들은 여기를 산막이옛길 한반도 지형이라고 한다. 반도의 모습이지만 한반도 지형이라는 것은 좀 억지처럼 보인다. 그래도 그렇다고 해 두자. 나는 그 마을에 과수원을 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거기 복숭아꽃만 피면 무릉도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여기서 또 걷는다. 한반도 지형 전망대다. 여기서 보니 그런대로 비슷해 보였다. 그래도 한반도지형 전망대라고 하니까 그런 것이다. 경치는 빼어나다. 이정도 올라와서 이 정도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것은 청주에 사는 복이다. 멀리 비학산이 낮에도 걷히지 않은 안개 속에서 우뚝하다.

갈론 마을 가는 길 그리고 칠성호

소나무 옆에서

이정표

배가 한 척 지나간다

멀리 보이는 괴산댐

한반도 지형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반도 지형

비학산을 배경으로

 

여기에 이색적인 이정표가 있다. 임꺽정이 삿갓을 쓰고 길을 안내한다. 배고프고 천대 받아 일어섰던 천민 출신 임꺽정도 그새 울분을 많이 삭였는지 잘 먹고 잘 사는 배불뚝이들의 길을 안내하고 섰다. 미안하다. 임꺽정을 보니 갑자기 나도 가진 자가 된 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임꺽정이 삿갓을 쓴 모습이 사실은 어울리지 않는다.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삿갓은 처음에 스스로 죄가 있다고 생각해서 하늘을 바라보기 민망한 사람들이 쓰기 시작한 것이 나중에 비를 피하기 위해서 쓰기도 한 것이다. 여기 서 있는 임꺽정이 죄책감을 가질 리는 없다. 그럼 비를 피하기 위한 것인가?

 

천장봉까지 300m.  오늘의 산행도 거의 끝나간다. 천장봉에 가니 앉아 점심 먹는 사람이 많다. 조금 더 걸어 보았다. 산막이 옛길로 내려가는 이정표가 서 있는 앞에 우뚝 한 봉우리가 서 있다. 삼성봉은 아닐 테고 그 봉우리에 올랐다. 조용하다. 부부인 듯한 두 분이 식사를 다 했는지 일어선다. 자리를 잡고 앉았다. 호젓하다. 낙엽이 아주 깨끗하다. 바람이 한 번 부니 낙엽이 우수수 떨어져 날린다. 하늘은 맑다. 파랗다. 안개는 아직 벗어지지 않는다.

 

이색적인 이정표

괴산댐, 소나무, 물, 배 한척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산 아래

숲에서

 

내리막길을 안내하는 이정표 -바로 앞 날망에서 점심

 

내리막길은 단순하지 않았다. 지루하지 않을 만큼만 멀었다. 그리고 경사도 심하지 않았다. 그냥 숲의 오솔길이다. 때로 간단하게 줄타는 곳도 있다.

 

산막이마을에 내려오니 사람들이 아주 많다. 하얀집이 새로 섰다. 팬션인가 보다. 여기서 잠도 잘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음식점도 여러곳이 생겼다. 그래 그런 것이 있어야 한다. 빈대떡, 민물 매운탕, 막걸리, 소주 같은 것을 판다. 마당에 현수막을 내걸었고 자동차들이 늘어섰다.

 

장송이 몇 그루 서 있는 나루에는 많은 사람들이 서성이며 배를 기다리고 있다. 배를 타 볼까 하다가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옛길을 걷기로 했다. 예전처럼 산막이 옛길도 한적한 길은 아니다. 사람에 걸리고 시끄럽고 지저분해졌다. 왜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이렇게 많아졌을까? 물은 깨끗하고 하늘도 맑다. 땀은 이미 말랐다. 아내는 잘도 걷는다. 건강이 얼마나 큰 복인가? "범사에 감사하라." 나는 이미 감사하고 있다.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지만 시간이 좀 걸렸다. 새로운 길이 아니라도 운치는 또 다르다. 그러나 인파에 시달려 한적한 오솔길에서 가질 수 있는 운치를 느낄 여유는 없다. 

 

산막이 마을에 들어선 현대식 팬션-하얀집

정비된 마을길 -이 길을 통해서 차가 들어온다

산막이 마을에 있는 고목

음식점에서 내건 현수막

장송 사이로 나루터가 보인다.

나루터의 새로운 모습

 

다시 돌아온 들머리에는 아직도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다. 세시가 다 되어 가는데 오늘 달이 밝으니 산막이옛길의 달그림자도 운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산막이마을까지만 다녀 온다면 지금도 충분하다.  어린이들을 데리고 오는 사람도 많다.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러나 개를 데리고 오는 것은 삼갔으면 좋겠다. 더구나 길에다 똥을 뉘는 사람도 있다. 산그늘이 비치니 소나무가 더 운치 있다. 물에 비친 산그림자가 멋있다. 나루터에는 산막이마을에서 되돌아오는 하선객들이 시끌시끌하다. 아직도 해가 많이 남았다.

 

돌아오는 길에

돌아오는 길에

                돌아오는길의 들머리

아직도 출렁다리에

 

가던 길을 되집어 오다보니 괴산에서 칠성까지 차가 밀려 있다. 그런데 자꾸 졸리다. 몇 번이나 깜빡깜빡했는지 모른다. 증평에서 신호 대기하다가 졸아서 출발이 늦었다. 내수에서 도저히 안되겠어서 길가옷가게 주차장을 빌려 차를 세우고 30분쯤 잤다. 그게 다행이다. 그래서 늦었다. 남들은 한나절 산행인데 나는 이래저래 하루가 걸렸다. 그래도 기분이 더할 수 없이 개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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