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8일, 5월 9일
1. 의풍
5월 8일은 어버이날이다. 찾아가 뵐 부모님도 안계시고, 장인 장모님도 다 돌아가셨으니 갈 곳이 없다. 산소에도 미리 다녀 왔으니 다음 날 가면 된다.
원래 5월 5일이 대래순 따는 적기이지만 올해는 다른 해보다. 철이 좀 늦으니 늦이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나지 않았을까 염려된다. 아침 일찍 출발했다. 8시가 되기 전에 집에서 나왔다. 장거리 운전이 이제 자신이 없어 코란도를 타고 나섰다. 소쿠리를 차에 실으니 아내는 아직 나지 않았을 수도 있으니 바구니 하나면 충분하다고 한다. 예비하는 것이 무엇이 나쁘겠는가?
아주 천천히 괴산, 연풍, 지릅재, 송계를 거쳐 덕산, 수산, 구단양으로 차를 몰아 신단양을 지나 영춘을 지나 베틀재까지 한 번도 쉬지 않았다. 제천 영월로 갈 수도 있지만, 그러면 시간이 단축되기도 하지만 추억을 더듬는데는 이쪽이 좋다.
베틀재에서 바라본 의풍 마을-마을은 보이지 않고 산만 보인다.
베틀재에 도착하니 바람이 시원하게 분다. 고개를 정비하여 쉼터를 만들어 놓고 정자도 완공했다. 고개비까지 세워 놓아 제법 정비가 잘 되었다. 바람을 쐬며 녹음을 바라보았다. 자연은 여전하다. 이 고개를 수도 없이 넘던 젊은 날이 생각난다. 요즘 아이들 같으면 바로 사표를 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미련하게 거기서 4년이나 있었다. 그래서 오늘의 이런 사람이 되었다.
언덕 아래 두릅나무가 몇 그루 보였다. 두릅이 이제 막 싹을 틔우고 있다. 베틀재의 두릅은 모두가 참두릅이다. 두릅순은 가시조차도 없다. 바로 따서 생으로 먹어도 부드러울 것만 같다. 예전에 이곳에 살 때 흔하게 먹던 두릅회에 초고추장이 눈에 선하다. 그랬던 두릅이 지금은 최고의 고급 식품이 되었다.
장건지 마을로 내려가는 길은 이제 숲이 우거져 어디가 길이었는지 흔적조차도 없다. 내가 늘 가던 다래 덩굴은 아지 싹을 틔우지 않았다. 다래 덩굴은 한 번 나오면 다른 나무를 타고 올라간다. 한 번 타고 오르기 시작하면 나무에서 나무를 건너 뛰면서 온 숲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밑에서 순을 따 주어야 한다. 순을 아무리 따주어도 그 이듬해 가보면 그대로 숲을 뒤덮고 있다. 다래순도 따고 숲의 질서도 잡는다. 장건지 골짜기에는 아직 싹이 트지 않아 다시 용소 계곡으로 내렸갔다.
베틀재 고개비
베틀재 정자와 코란도와 아내
고개비 앞에서
용소계곡에는 출입금지 표지가 있었다. 다시 아래로부터 장건지 계곡으로 올라갔다. 골짜기가 따뜻하다. 다래순은 계수의 작은 나무들을 뒤덮고 흐드러지게 돋아났다. 여기서 한 소쿠리를 땄다. 너무 많이 딸 필요도 없고 숲을 훼손할 이유도 없어 그만 두었다. 물가에 앉아 아내와 도시락을 먹었다. 소박한 점심이지만 이런 성찬이 없다. 아직도 건강하고 하루 몇 백킬로를 운전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돌아올 때 김삿갓 계곡을 지나 옥동 맛밭으로, 영월을 지나 제천 충주로 왔다. 오는 길에 조정지댐 휴게소에서 아내에게 운전을 맡겼다. 많이 피곤하다. 옆 자리에 앉아 아주 편안하게 집까지 왔다. 코란도는 지금은 아들이 타고 있지만 원래 아내 차이기 때문에 나보다 운전이 더 부드럽다. 이렇게 올해 묵나물은 쉽게 준비를 마쳤다.
장건지 계곡
2. 안면도
사진에 별다른 취미도 없으면서 딸래미가 쓰던 캐논을 탐냈다. 더구나 딸래미가 새로 올림푸스를 장남했기에 결정적인 기회라고 생각했다. 어렵게 말을 꺼냈더니 바로 가져왔다. 설명서도 아직 읽지 못했는데 아들이 꽃지로 촬영을 간다고 한다. 그 사람도 그렇게 소망하던 소니 캠코더를 최근에 새로 샀다. 방송국에 근무할 때 사진을 많이 찍었기 때문에 연습해 볼 일도 없겠지만 성능 시험을 하기 위해서인가 보다. 짐작에 여자친구 하나 없는 것 알기 때문에 따라가도 되느냐고 하니까 좋단다. 염치없이 그냥 따라갔다. 내가 운전이라도 해 주려고 했더니 운전도 자기가 한단다. 이번에는 프라이드를 타고 갔다. 아주 편안하게 다녀왔다.
나도 캐논을 목에 걸고 가기는 했지만 엉터리다. 처음이라 자동에 놓고 찍는다는 것이 그것조차도 맞추지 못했다. 초점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한참 후에야 아들이 다시 조정해 줘서 그제에 한 두 컷을 찍었다. 그래서 오히려 아내가 촬영한 소형 소니디카가 훨씬 낫다.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
꽃지에서 점심을 먹고 염전을 돌아 본 다음 되돌아 왔다.
대전 당진간 고속도로에서
안면도 들머리에서(캐논)
유채밭에서(캐논)
꽃지의 솟대(캐논)
바다 찍기가 어렵다나
파도 소리를 찍는다는데
유채와 솟대(캐논)
꽃지 어항
꽃다리 횟집은 엄청나게 비싸다(캐논)
솟대(캐논)
염전 소금 만드는 모습(캐논)
돌아오는 길 (휴게소)
들머리 유채밭에서(소니디카)
꽃지에서 (소니디카)
소니디카로
꽃다리(소니 디카)
사진 연습에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즐거운 하루였다. 그런데 많이 피곤하다. 왜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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