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답사/등산과 여행

강원도 인제 방태산 눈길 걷기

느림보 이방주 2010. 1. 31. 20:03

 2010년 1월 30일

 

◈ 좋은 산 :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방태산 (1444m)

◈ 좋은 때 : 2010년 1월 30일 10 :40~17 : 20(6시간 40분)

◈ 좋은 길 : 실내 체육관 앞 출발(06:20) - 중부고속 - 영동고속 - 중앙고속- 44번국도- 인제

                  휴양림(10:40) - 매봉령 갈림길 - 매봉령 - 구룡덕봉(1388m) - 삼거리(1365m) - 방태산(주억봉:1444m) - 삼거리 - 휴양림(17:20 원점회귀)

◈좋은 사람 : 청주토요산악회 회원들

 

<방태산>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과 상남면에 걸쳐 있는 산.
높이는 1,444m(주억봉)로, 깃대봉(1,436m), 구룡덕봉(1,388m)과 능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오지의 산이다. 골짜기와 폭포가 많아 철마다 빼어난 경관을 볼 수 있다. 한국에서 가장 큰 자연림이라고 할 정도로 나무들이 울창하다. 사계절 내내 물이 마르지 않으며 희귀 식물과 어종이 살고 있다.
산의 모양이 주걱처럼 생겼다고 해서 주걱봉이라고 부른다. 몇몇 지도에서 방태산이라고 표기되어 있으나, 주걱봉 서쪽의 봉우리가 방태산이다. 산 주변은 삼둔사가리라고 부르는데, 산 남쪽의 내린천 부근에 있는 살둔, 월둔, 달둔의 3둔과 산 북쪽에 있는 아침가리, 결가리, 적가리, 연가리의 4가리를 일컫는 말이다.

 

  

 

 

오늘은 방태산에 가는 날이다. 방태산은 1444m나 되기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한번도 가보지 않은 산이라 궁금증을 달랠 길이 없었다. 강원도 쪽에 눈이 많이 내렸고 분명히 고산 지역에는 아직 녹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최근에 운동을 소홀히 해서 자신이 서지도 않았다. 그래도 한번 가보고 싶었다. 그래서 토요산악회에 신청을 했다. 다행히 날씨가 많이 풀렸다.  

 

일찍 일어났다. 사실은 잠을 푹 자지 못했다. 날이 풀렸다고 해서 셔츠와 쪼끼,  파카만 입었다. 내의는 입지 않았다. 청주 실내체육관 앞에서 06:20분에 출발하였다. 아는 얼굴들이 몇 있었다. 자리를 바꾸어 연선생과 함께 갔다. 날씨가 춥고 산이 높아 그런지 여성회원들이 몇 분 되지 않았다. 평소와 다르게 자리도 몇 군데 비어 있었다. 나도 괜히 시작한 거 아닌가? 자신도 없으면서-----

 

차는 서청주 나들목으로 중부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잠을 청했다. 잠은 오지 않는다. 이야기를 나누며 갔다. 밖은 서서히 밝아온다. 여주 휴게소와 평창 휴게소에서 쉬었다. 차 타는 시간이 4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가는 동안 산행 총무가 산악회 운영의 일반적인 사항에 대하여 안내가 있었다. 그리고 산대장의 산행 안내도 있었다. 차가 갈 수 있는 곳까지 가면 5시간이면 된다고 했다. 조금 안심했다.

 

차가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하차해서 보니 휴양림 입구이다. 그런데 휴양림으로 들어가는 포장도로는 얼음으로 한 겹 더 포장이 되어 있었다. 얼음길이 아침 햇살에 유리알처럼 찬란한 빛을 내 얼굴에 되비친다. 보석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빙판길이 내겐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아이젠을 착용했다. 그런데 회원들은 모두 신형 아이젠을 신는다. 나는 거의 10년 전에 산 것이다. 얼음길은 밟을 때 미끄러운 것이 아니라, 발을 뗄 때마다 걷잡을 수 없이 미끄러웠다. 다른 회원들은 저벅저벅 잘도 간다. 거의 한 시간 정도 도로를 걸었다.

 

 휴양림 입구에 주차한 버스

 방태산 자연휴양림 입구

 윤이 나는 얼음길

얼음길을 걸으며 회원들과

꽁꽁 얼어붙은 골짜기

 적가리골 얼음 밑에 흐르는 물

 

적가리골 산행  휴양림 도로를 걸어 매봉령 갈림길에 이르러 산으로 접어 들었다. 눈이 조금식 쌓여 있다. 눈이 없는 곳은 돌이고 돌이 없는 곳은 얼음이다. 등산객들이 밟아 놓아서 얼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산기슭의 얼음이 녹아 흘러내린 곳은 그대로 빙판이 되었다. 눈속에 얼음이 숨어 있는 곳이 많다. 조금씩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눈이 많아진다. 눈이 많아질수록 산은 아름답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매끄럽게 얼어 있는 눈을 밟으며 올라가니 시야가 트이고 정상으로 가는 산줄기가 보인다. 계곡이 아주 넓다. 이런 넓은 곳에 대찰(大刹)이 들어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이 골짜기가 북쪽을 향하고 있다. 그렇게 보면 그렇게 절터로서 좋은 곳은 못된다. 흐르는 물의 양으로 보면 여름철에는 아주 좋은 휴양지가 될 것이다.

 

매봉령에 오르는 마지막 길은 가파르고 눈이 많아 아주 힘들었다. 눈은 아마도 무릎을 넘을 것 같다. 앞에 먼저 간 회원들의 덕으로 신발에 눈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햇살은 아주 찬란하다. 그러나 다리에 힘도 남아 있는데 자꾸 미끄러지니까 힘을 쓸 수가 없다. 

 

겨우 매봉령에  올랐다. 아무도 디디지 않는 눈이 소복하다. 내려다 보이는 세계는 넓고  깨끗하다. 고개가 아주 넓었다. 바람이 분다. 바람은 골짜기에서 맞은 바람에 비해서 매우 차다. 벗었던 자켓을 꺼내 입었다. 여기서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바람이 불어 구룡덕봉까지 간다고 한다. 등마루를 걷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햇살은 눈에 찬란하게 비친다. 상고대가 아름답다. 잎을 다 떨군 앙상한 나뭇가지마다 서리꽃이 하얗게 피었다. 어떤 것은 눈을 맞은 것 같고,  어떤 것은 유리를 녹여 말갛게 발라놓은 것 같다. 여기는 이렇게 별천지이다.

 

 매봉령 갈림길은 산으로 올라가는 기점이 되었다.

 매봉령 갈림길 삼거리의 이정표(구룡덕봉으로 올라 주억봉을 거쳐 이곳으로 되돌아 온다.)

 매봉령의 눈 

 매봉령 이정표 정상까지는 3,2km이다

 등마루의 눈길

 매봉령으로 향하는 이정표

 

구룡덕봉 가기 전에 눈 위인데도 아주 따뜻한 구릉이 있었다. 앞서 간 이들이 여기에 이미 자리를 잡았다. 점심 식사 시간이다. 아침을 대충 먹고 나왔기 때문에 배가 매우 고팠다. 게다가 점심 시간이 평소보다 늦다. 오후 1시가 넘었다. 서둘러 자리를 잡고 도시락을 폈다. 아직 따뜻하다. 도시락 하나를 다 먹었는데도 흡족하지 못했다.  그러나 가벼울수록 좋은 거지. 그런데 회원중 막내님이란 분이 라면을 나누어 주었다. 따뜻하다. 속이 확 풀린다. 보온병을 열고 따끈한 물을 마셨다. 속이 따끈따끈해졌다. 배낭 옆주머니에 메고 온 물은 이미 얼음이 되어 덜그럭덜그럭 소리를 낸다. 아내 말을 듣기 잘했다. 밥을 먹으니 기운이 난다. 다른 회원들보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구룡덕봉으로 가는 길의 설화(상고대)는 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 등마루에 차가 다니는지 아주 넓은 임도가 있는데 양쪽으로 쌓인 눈과 상고대가 절경을 이룬다. 나뭇가지에 얼어붙은 유리대롱에 맑은 하늘에서 햇살이 비쳐 빛나고 있다. 고소설에서 용궁이라든지 신선의 세계를 묘사한 것이 이런 세계를 보고 썼을 것이다. 사진을 찍느라 피곤한 줄도 몰랐다. 그러다 보니 앞서간 두세 명의 회원이 보이지 않는다. 나 혼자가 되었다. 혼자면 어떠랴. 바람이 불고 추워도 기분이 참 상쾌했다. 

 

구룡덕봉 정상에서 조망하는 산 줄기는 장엄하다. 온통 백의 세계이다.  멀리 보이는 정상은 아득하다. 까마득하게 멀리 보였다. 정상인 주억봉은 하얗게 눈에 덮여 있다. 전망대에 올라 주변을 내려다 보았다. 바람이 분다. 이제부터 삼거리까지는 내리막길이다. 눈은 장딴지를 덮는다. 때로 무릎까지 올라 온다. 사람이 지나가면 바람이 불어 발자국을 덮는다. 그래서 다시 숫눈길이 된다. 내리막길의 상고대도 여전하다. 가끔씩 눈을 하얗게 쓰고 있는 주목도 보인다. 나는 비틀거리며 미끄러지며 정상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점심식사 중

 구룡덕봉으로 가는 길

 주변의 설화

 상고대

 가야할 길-멀리 정상이 보인다

 눈꽃과 산줄기 

설화

하늘빛과 설화

설화

설화 속의 느림보

설화 속을 걸어오는 회원

눈 덮인 구룡덕봉의 보습

 지나온 길의 설화

눈 세계

정상이 바로 저긴데

눈속에 견디는 주목

눈 속에서도 고고한 주목

 

삼거리에서 회원 한 분을 만났다. 벌써 정상에 갔다 내려왔다고 한다. 부러웠다. 그러나 나도 가야한다. 힘이 들었지만 당연히 정상을 향해서 발길을 옮겼다. 눈은 더 많고 더 미끄러웠다. 바로 내린 눈이 아니라 오래 전에 내린 눈이 녹았다 얼어서 그렇게 미끄러운 것이다. 길이 덜 났다. 가파르다. 그러나 올라가는데 무리는 없었다. 다만 갈수록 아름다운 것들이 많아 자꾸 카메라에 손이 갔다. 10분이면 갈 수 있다는데 20분은 걸린 것 같다. 뒤에 따라오는 회원들이 추월한다. 약이 오른다. 아이젠을 당장 사야겠다.

 

정상에는 바람이 몹시 분다. 말을 할 수도 없을 정도이다. 몇 분 사진을 찍어 주었다. 그리고 나서 겨우 내 정상 사진도 한 장을 마련했다. 정상 사진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정상에서 오래 머물 수 없다. 바로 뒤돌아 내리막길에 나섰다. 내려오는 길에 늦게 올라오는 회원들을 만났다. 삼거리에 오니 포근하게 느껴졌다. 쉬지 않고 바로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삼거리 (정상에 갔다가 이곳으로 되돌아 온다)

정상으로 가는 길

자연이 빚은 예술

얼어붙은 정상 표지석

그래도 한라산 정상보다는 덜 춥다

 

내리막길은 매우 가파르다. 눈이 없다고 해도 힘이 들 것 같았다. 사람들은 잘도 내려간다.  나도 머뭇거리지 않고 거침없이 내려왔다. 때로 스노우보드를 타듯 미끄럼을 타기도 하고, 때로 눈썰매를 타듯 앉아서 신나게 눈을 즐겼다.  그런데 가파른 길을 거의 내려와서 갑자기 오른쪽 허벅지가 뻣뻣해졌다. 서서 두들겨 보았다. 그러나 바로 해결될 것도 같더니 풀리지 않는다. 눈위에 앉았다. 지나가던 회원 한 분이 주물러 주고 에어파스를 뿌려 주었다. 좋다. 일어서려는데 이번에는 왼쪽 허벅지가 뻣뻣해진다. 또 지나던 회원 한 분이 근육이완제라면서 약을 한 알 주었다. 보온병을 찾아서 함께 마셨다. 목에 넘어가는 순간 다리가 본래의 상태로 회복되었다. 운동 하지 않은 탓이다. 추위에 대비하지 않은 탓이다. 아이젠 기능이 형편없는 탓이다. 그래서 언 다리가 긴장하고 힘이 더 들었을 것이다.

 

5시 20분쯤 출발지에 돌아오니 먼저 내려온 회원들이 하산주를 마시고 있다. 나는 소주는 마시지 않았다. 나 때문에 늦은 분들에게 미안했다. 셔츠가 땀에 젖었다. 차 안에서 자켓을 벗고 땀을 말렸다. 6시쯤 출발하였다. 잠을 청하다 깨어 이야기 하다 보니 서청주 나들목이다. 쉬지 말고 운동하자. 오늘 산행 좋았다. 그러나 힘들었다.